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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요즘 각 언론에서 쏟아져 나오는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들여다보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한마디로 정의하면 이렇다.
차기 대통령 선거는 한나라당 소속의 반근혜 전 대표가 독주하는 양상이지만, 차기 총선은 여야가 치열하게 접전을 벌이는 상황이다.
먼저 동서리서치가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 11일 실시한 전화여론조사결과를 보자. 이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이고, 응답률은 19.2%다.
‘보수진영 단일후보로 누가 되었으면 좋겠느냐’는 질문에 박근혜 전 대표라는 응답이 46.4%로 압도적이었다.
그 뒤를 이어 오세훈 서울시장이 2위를 차지했으나, 지지율은 고작 8.3%에 불과하다.
두 대선 주자간의 지지율 격차가 무려 5배가 넘는다.
오 시장의 이 같은 지지율은 이회창 대표(6.6%), 김문수 지사(6.5%), 정몽준 의원(4.3%)등 이른바 ‘도토리 후보’들이나 별반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즉 박 전 대표를 제외한 모든 보수진영의 대선주자들이 ‘도토리 주자’라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이른바 ‘박근혜 대세론’이라는 말이다.
이는 보수진영 유력주자들이 모두 10%대에서 치열하게 접전을 벌이는 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실제 진보진영 단일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손학규 대표가 1위를 차지했으나, 그의 지지율은 19.6%로 10%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다른 경쟁자들, 즉 유시민 전 장관(14.3%), 한명숙 전총리(12.1%), 정동영 최고위원(10.8%) 등도 모두 10%대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어 ‘손학규 대세론’이라고 말하기도 어려운 상태다.
보수,진보진영을 통틀어 ‘차기 대선 후보로 누가 가장 적합한지’를 묻는 질문에서도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율이 압도적이다.
실제 박 전 대표는 전달대비 지지율이 2.9% 상승해 35.2%로 부동의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지지율이 전 달 대비 2.2% 오른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비록 2위 탈환에는 성공했으나, 그의 지지율은 고작 7.1%에 불과하다.
두 후보 간의 지지율 격차가 무려 5배에 달한다.
손 대표의 이런 지지율은 나머지 다른 경쟁자들, 즉 유시민 전장관(6.9%)이나, 오세훈 시장(6.3%), 한명숙 전총리(4.1%), 이회창 대표(4.0%), 김문수 지사(3.7%), 정동영 의원(3.1%), 정몽준 의원(2.8%) 등과 오차범위내에서 접전을 벌이거나 가까스로 오차범위를 겨우 넘긴 수준에 불과하다.
따라서 진보진영에서 누가 단일후보로 나오든 ‘박근혜 대세론’을 뛰어 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같은 날, 같은 여론조사 기관이, 같은 대상을 놓고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묘한 부분이 발견됐다.
‘만일 2012년 대선에서 범여권 단일후보와 범야권 단일후보 간의 양자대결로 치러진다면 어느 후보를 지지하겠느냐’는 질문에 ‘보수진영 단일후보’라는 응답자가 38.5%인 반면, ‘진보진영 단일후보’라는 응답이 45.5%로 약 7% 가량이나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히 이 결과만 놓고 본다면, 박 전 대표가 보수진영의 단일후보로 나서더라도 진보진영 단일후보에게 7%가량 뒤진다는 것 아니겠는가.
하지만 정작 박근혜 전 대표가 야권의 어느 누구와 가상대결을 벌이더라도, 지는 결과가 나온 적이 있었는가.
없다. 단 한 차례도 없다.
오히려 그 격차가 최소한 두 배 이상 벌어진다는 암담한 현실을 확인 했을 뿐이다.
실제 리서치앤리서치(R&R)가 지난 달 15일 전국 성인 800명을 대상으로 전화설문으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5% 포인트)를 실시한 결과, 여권 단일 후보로 박근혜 전 대표가 야권 단일 후보인 손학규 대표와 대결할 경우엔 60.5% 대 26.9%, 정동영 최고위원과는 63.0% 대 22.7%, 유시민 전 장관과는 64.0% 대 23.2%로 모두 30~40%포인트나 앞섰다.
대체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만일 2012년 대선에서 범여권 단일후보와 범야권 단일후보 간의 양자대결로 치러진다면 어느 후보를 지지하겠느냐’는 질문에 ‘진보진영 단일후보’라고 응답한 유권자들이 왜 박근혜 전 대표를 지지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많은 유권자들이 박 전 대표를 이명박 대통령과 같은 ‘한통속’으로 여기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즉 야당 지지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이 대통령의 견제자로 야권 주자들이 아니라, 박 전 대표를 꼽고 있다는 뜻이다.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는 한나라당 소속 박근혜 전 대표가 압도적이지만, 차기 총선에서는 한나라당 후보들이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여론 조사결과가 이를 여실히 증명해 주고 있다.
실제 총선과 관련, 내년 4월 총선에서 여권후보와 야권 후보 중 어느 후보를 지지하겠느냐는 질문에서는 여권후보 37.3% 야권후보 34.0%, 무응답이 28.7%로 여권후보와 야권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정당지지도 조사는 한나라당이 42.2%로 제 1야당인 민주당 24.8%보다 훨씬 높다.
이런 기이한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한마디로 이런 거다.
유권자들은 비록 박근혜 전 대표가 소속한 정당을 지지하지만, 정작 총선에서는 친이계 일색인 한나라당 후보를 지지하지 않겠다는 뜻이 담겨 있는 것이다.
따라서 박근혜 전 대표가 탈당할 경우, 한나라당 지지율은 반토막 이하로 떨어지고 말 것이다. 반면 이 대통령이 탈당할 경우, 한나라당 지지율은 어떻게 될까?
그건 독자 여러분들의 상상에 맡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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