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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서울시의회 민주당과 서울시의 무상급식에 대한 협상이 끝내 결렬되고 말았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그런데 협상결렬 책임소재를 둘러싸고 29일, 시의회 민주당과 서울시가 1000만 서울시민들 앞에서 서로 “네 탓”공방을 벌이는 참담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민주당이 이날 오세훈 서울시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발함에 따라 양측의 갈등은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다다른 것이 아닌가 하고 걱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대화를 거부한 오세훈 서울시장이나 인내하지 못한 서울시의회 민주당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먼저 오세훈 시장을 보자.
오 시장에게는 그동안 ‘리틀 MB’라는 달갑지 않은 별칭이 따라다녔다.
아마도 4대강 사업을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이명박 대통령의 행보와 무상급식 문제를 둘러싸고 서울시의회와의 시정협의를 전면 중단한 오 시장의 모습이 서로 닮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무상급식 조례안 통과 이후 시의회와의 시정협의를 전면 중단해온 오세훈 시장이 ‘대화 재개’로 방향을 바꿨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져 왔다.
실제 오세훈 시장 등 시 관계자 4명은 지난 25일 김명수 서울시의회 민주당 원내대표 등 9명과 서울 인사동 한 식당에서 무상급식과 예산안 처리 등 현안을 놓고 약 3시간 가량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었다.
물론 당시 회동에서 구체적으로 합의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저 서로 자신의 생각을 솔직담백하게 상대측에 전했을 뿐이다.
그럼에도 각 언론은 서울시 예산안 처리 시한을 앞두고, 그동안 냉각됐던 ‘서울시-시의회’간 분위기도 서서히 녹아내릴 거란 전망을 내놓았다.
바로 ‘대화’의 힘을 믿었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국민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일방통행 국정운영 방식에 염증을 느끼고 있는 마당이었다.
또 국회에서 예산안을 날치기 처리한 한나라당의 태도에 대해서도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었다.
그런데 서울시에서도 그런 모습이 재연되고 있으니, 서울시민들의 실망이 얼마나 컸겠는가.
오 시장은 ‘독불장군’처럼 행세하고, 시의회의 다수당인 민주당은 국회 다수당인 한나라당과 유사한 행태로 서울시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실제 서울광장 조례안 통과부터 시작해서 무상급식 전면 실시, 예산 삭감 등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이는 모습이 흡사 ‘작은 국회’를 연상케 했었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국회에서 이른바 MB악법이라고 불리는 ‘미디어법’을 한나라당 의원들이 강행 통과시킨 것이나, 시의회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무상급식 조례안을 강행처리한 것이나 무엇이 다른가.
또 국회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예산안을 일방적으로 날치기 처리한 것이나, 시의회에서 민주당이 오세훈 시장의 역점사업을 일방적으로 삭감처리 해 버린 것이나 크게 다를 바 없다.
실제 시의회는 서울시가 추진한 서해뱃길사업(752억원)과 한강예술섬사업(406억원), 어르신 행복타운 사업(99억원) 등의 예산을 전액 삭감해 갈등의 폭을 키운 게 사실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오 시장도 별로 잘 한 것은 없다.
어떤 면에서는 ‘리틀 MB’라는 점을 확인이라도 시켜 주듯이 일방적으로 ‘시의회와의 불통’을 선언한 오 시장의 잘못이 더 크다.
그럼에도 뒤늦게나마 오 시장이 시의회와의 대화를 재개하는 데 전격 합의했다는 소식이 들려왔으니, 얼마나 반가웠겠는가.
서울시민들은 양측이 서로 만나 대화를 하다보면 경기도처럼 묘안이 나올 수도 있다는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문제의 발단이 된 무상급식은 오 시장이 일부 양보하고, 대신 의회는 오 시장의 역점 사업에 대해 예산을 지원해 주는 ‘WIN-WIN’방안이 마련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경기도도 해 냈는데, 서울시에서 못할 까닭이 없지 않는가.
그런데 불과 며칠이 지나지 않아 대화재개 결렬이라니, 이게 무슨 소리인가.
지방자치의 맏형격인 서울특별시에서 시와 의회가 대화로 원만하게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이면 다른 자치단체와 지방의회에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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