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아시안컵 준결승전이 열린 지난 25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알 가라파 스타디움.
가뜩이나 앙숙 관계인 한국과 일본이 만난데다가 준결승전의 비중으로 양국의 긴장감은 극에 달했다.
팽팽하게 맞선 전반 23분 수세에 몰리던 한국이 박지성(30.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저돌적인 돌파로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키커로 나선 기성용(22. 셀틱)은 골문 왼쪽 상단에 정확히 박히는 슈팅으로 선제골을 뽑았다.
선제골을 터뜨린 기성용은 코너 플래그 근처로 달려가 원숭이를 표현하는 듯한 표정으로 기쁨을 만끽했다.
이 장면을 두고 경기가 끝난지 반나절이 지난 지금까지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본인을 비하하는 의미의 원숭이 흉내를 낸 것에 대한 지탄의 목소리와 함께 기성용의 행동을 옹호하는 주장이 팽배하게 대립 중이다.
기성용은 경기가 끝난 뒤 트위터를 통해 일본 응원단의 욱일승천기를 보고 욱했다고 표현했다.
하지만 지탄하는 이들은 기성용의 행동이 공인으로서 좋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일부 멍청한 일본인들의 행동에 대한민국의 대표 선수가 동요할 필요는 없었다는 지적이다.
한 누리꾼은 “일본 대표 선수가 한 행동이 아닌데 기성용이 원숭이 세리머니로 대응하는 것은 도가 지나쳤다”고 적었다.
일부는 불과 두 달 여전 스코틀랜드 프리미어리그 경기 중 인종 차별을 당했던 기성용이 비슷한 행동을 했다는 것에 아쉬움을 피력하고 있다.
반면 “기성용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도 만만치 않다. 기성용이 ‘욱일승천기’에 대해 언급한 뒤로는 옹호하는 이들이 급속도로 늘어났다.
욱일승천기는 구 일본 제국 시대 당시 사용된 일본군의 군기로 2차 세계대전 패망 후 자취를 감췄다. 식민주의를 의미하는 욱일승천기가 역사적으로 민감한 한국에 등장한 것이 못 마땅한 상황에서 기성용의 ‘원숭이 세리머니’가 가려운 곳을 제대로 긁어준 것이다.
기성용의 행동을 지지하는 누리꾼의 대다수는 “원숭이 흉내는 욱일승천기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 “욱일승천기를 보고 굉장히 화가 났는데 기성용을 보고 웃음으로 바뀌었다”고 평가했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