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도 일본에서도 그의 자리는 없는 듯했다. 그러나 오랜 기다림 끝에 이충성(일본명 리 다다나리·26)는 자신의 한 방으로 새로운 조국에 역대 네 번째 아시안컵 우승을 선물했다.
일본은 29일 자정(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호주와의 아시아축구연맹(AFC) 2011 아시안컵 결승에서 연장 후반 4분에 터진 이충성의 환성적인 발리 슛 결승골로 1-0 승리했다.
전반적으로 체격조건에서 앞선 호주가 공격적으로 경기를 풀어갔다. 하지만, 일본은 연장 전반 8분에 교체 투입돼 체력에서 우월했던 이충성의 결승골 덕에 통산 네 번째 아시안컵 우승을 따냈다.
1992, 2000, 2004년에 차례로 정상에 올라 사우디아라비아, 이란과 함께 아시안컵 최다우승 공동기록을 갖고 있던 일본은 이번 대회 우승으로 통산 4번째 우승과 함께 최다우승국으로 올라섰다.
더욱이 이 대회 우승으로 일본은 2013년 브라질에서 열릴 컨페더레이션스컵에 아시아대표 자격으로 출전할 수 있는 기회까지 얻었다.
조별리그 첫 경기인 요르단전에서 잠깐 모습을 드러냈던 이충성은 결승전 막판에 교체 투입된 뒤 단 한번의 슈팅을 결승골로 연결하며 일본의 영웅이 됐다.
올 시즌 히로시마 산프레체 소속으로 일본 프로축구 J-리그에서 활약한 이충성은 30경기에서 11골을 기록해 득점 랭킹 공동11위에 그쳤다.
그러나 11골 모두 2010 남아공월드컵이 끝난 뒤 재개된 후반기에 터진 골로 뚜렷한 상승세가 돋보였다.
이를 놓치지 않은 알베르토 자케로니 감독(58)은 이충성에게 아시안컵에서 활약할 수 있는 기회를 줬고, 결국 선수는 감독에게 우승을 선물하는 결승골로 고마움을 보답했다.
이충성은 많은 축구 팬들이 알고 있듯 재일동포 4세 출신의 축구선수다. 한국의 19세 이하 축구대표팀에도 이름을 올렸던 그는 결국 차별을 견디다 못해 일본으로 귀화를 선택했다.
2007년 2월 일본 국적을 취득했지만, 자신의 성인 ‘리(LEE)’를 자신의 유니폼에 새겼을 정도로 한국에 대한 애정만큼은 숨길 수 없었다.
하지만, 더 이상 그는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가 될 수 없었다. 두 번째 조국인 일본의 국기를 가슴에 달고 아시안컵에 나선 이충성은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살려 일본의 영웅이 됐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