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이재오, 개헌론 진정성 없다

    고하승 칼럼 / 전용혁 기자 / 2011-02-16 12: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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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개헌전도사를 자처하는 이재오 특임장관은 지난 해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실현되고 안 되고 간에 이 과제(개헌)는 제시해야 하는 게 시대적 임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지난 6일에도 “다음 정권이 선진국으로 들어가게 할 수 있는 헌법을 마련하는 것이 이명박 정권의 시대적 임무 중의 하나”라고 거듭 ‘개헌은 당연한 임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개헌은 정치적 발상’이라는 야당과 한나라당 내 친박계의 비판에 대한 반론으로, 자신의 진정성을 호소하는 발언이다.

    그렇다면 그의 주장에 진정성이 조금이라도 있기는 있는 것일까?

    아니다.
    다분히 정략적이다.

    그는 불과 5년전, 당시 집권당이었던 열린우리당과 노무현 대통령의 개헌제안을 “정략”이라며 단칼에 일축해 버렸던 인물이다.

    실제 그는 지난 2005년 9월 3일 당 홈페이지에 올린 ‘노무현 대통령, 답답한 것은 국민입니다’라는 제목의 공개서한을 통해 "모든 것이 부담스럽고 자신 없다면 조용히 물러나라"며 "(권력을 통째로 내놓겠다는) 대통령 말씀은 결국 내각제 개헌과 이를 통해 새로운 판을 짜는 정치적 거사를 치르려는 것 아니냐"고 비난했다.

    심지어 그는 "개헌은 어떤 형태로든 당신의 임기 내에 이뤄질 수 없다"고 못박았다.

    그뿐만이 아니다.

    지난 2006년 2월 27일, 여당의 신임 원내대표로 당선된 김한길 의원이 국회 개헌특위 구성을 한나라당에 제안했을 때, 한나라당 원내대표를 맡고 있던 이재오 의원은 "현 정권 임기 하에서는 어떤 개헌 논의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일축했다.

    이런 사례는 이외에도 무수히 많다.

    지난 2006년 4월 15일, 중앙선관위 초청 여야 원내대표 정책토론회에서 그는 "5.31 지방선거가 끝나고 나면 대선이 1년 반 남는데, 지금 헌법개정을 논의하면 오히려 혼란만 초래한다"고 임기말 개헌논의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특히 이 장관은 지난 2007년 1월 10일 노무현 대통령이 '원포인트 개헌'을 정식 제안하자, “번연히 통과 안 되는 줄 알면서 개헌안을 발의하는 것은 고집”이라고 비난하는 가하면, 2007년 3월 8일에는 "개헌 카드는 결국 자기네가 재집권하려는 정치적 술수"라고 맹비난했다.

    마치 지금 개헌논의를 반대하는 측의 주장을 전달하는 것 같지 않는가.

    말이야 바른 말이지 개헌 반대론자들은 이재오 장관이 당시에 했던 말을 그대로 되돌려 주고픈 심정일 것이다.

    “이를 통해 새로운 판을 짜는 정치적 거사를 치르려는 것 아니냐."

    "개헌은 어떤 형태로든 당신의 임기 내에 이뤄질 수 없다."

    "현 정권 임기 하에서는 어떤 개헌 논의도 받아들일 수 없다."

    “지금 헌법개정을 논의하면 오히려 혼란만 초래한다."

    “번연히 통과 안 되는 줄 알면서 개헌안을 발의하는 것은 고집이다.”

    "개헌 카드는 결국 자기네가 재집권하려는 정치적 술수다."

    이게 바로 이 장관이 불과 5년 전에 했던 말들이다.

    이런 발언들을 스스로 180도 뒤집으려면 뭔가 뚜렷한 계기가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다.

    따라서 이 장관의 개헌논의는 그가 말한 것처럼 “이를 통해 새로운 판을 짜는 정치적 거사를 치르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불과 5년 전만해도 “개헌은 필요 없다”고 그렇게 목청껏 외치던 사람이 이제 와서 “개헌은 필요하다”고 태도가 돌변했는데, 거기에 무슨 진정성이 담겨 있다는 말인가.

    이명박 대통령 역시 마찬가지다.

    이재오 특임장관의 행보와 별반 다를 바 없다.

    실제 그는 서울시장 재직 중이던 지난 2006년 1월25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권이 자기 편의를 위해 헌법을 바꾸는 것은 옳지 않다”고 노 대통령의 개헌 시도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는가 하면, 심지어 집권후인 지난 2009년 11월30일 한나라당 최고위원단과의 조찬회동에서는 "일을 해보니까 단임제가 소신껏 일하기에는 더 좋은 것 같다"며 현행 5년 단임제의 장점에 대해 극찬까지 했던 사람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분권형 대통령제가 좋다는 식으로 태도를 바꾸었으니, 누가 MB와 이 재오 장관의 개헌논의에 진정성이 있다고 생각하겠는가.

    단언컨대 개헌은 친이계, 그대들에게 주어진 시대적 임무가 아니다.
    그것은 단지 정략일 뿐이고, 그런 개헌에 대해 국민들은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모쪼록 이집트 무바라크 대통령의 비참한 말로가 그대들에게 교훈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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