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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이러다 여권 내 친이계와 친박계의 갈등이 결국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게 되는 것은 아닌가.
그 가능성을 예고하는 보도가 나았다.
주간조선 최신호(2143호)의 보도에 의하면 현 정권 핵심실세 A씨가 한나라당 개헌의총이 열리던 기간에 친이계 중진 B 의원과 만난 자리에서 연말까지 쭉 개헌을 밀고 나가야 한다”며 “친이계가 정권을 잡긴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에 ‘친박 입장’이라는 게 영양가가 없다는 것을 한번 보여줘야 한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B 의원은 “다음 국회에서 돌격대 격으로 국회의원 50~70석만 확보하면 된다”며 “국회의원 50명만 확보하면 개헌을 해도 좋고 안해도 그만”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그는 “박근혜가 정권을 잡으면 친이계가 분당할 수도 있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이로써 개헌의 목적은 일반인들이 예상했던 바대로 ‘박근혜 죽이기’를 통해 친이계가 정권을 잡기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것이 백일하에 드러난 셈이다.
사실 두 사람의 이런 대화 내용은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이미 국민들 사이에서는 개헌이 ‘친이계 결집’, ‘박근혜 죽이기’, ‘분당 수순 밟기’, ‘MB 장기집권’ 등등의 용도로 사용되고 있을 것이라는 의구심이 파다하게 퍼져 있는 상태다.
친이계의 ‘박근혜 죽이기’ 시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개헌 이전에도 여러 차례 있었다.
세종시 수정안은 물론, 이른바 ‘정운찬 카드’나 ‘김태호 카드’ 모두 박근혜 견제용이었다.
하지만 수정안은 박근혜 전 대표의 반대로 무용지물이 되어 버렸고, 정운찬 카드와 김태호 카드는 그 존재감마저 희미해지고 말았다.
민심을 역행하는 인위적인 방식으로는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는 사실이 입증된 셈이다.
그런데도 친이계는 여전히 ‘재집권’ 망상을 버리지 못한 채, 또 다른 술수를 부리고 있다.
그게 바로 개헌이다.
그래서 걱정이다. 세종시 수정안 문제로 국민갈등이 빚어졌던 것처럼 국민들이 또 한바탕 홍역을 치러야 할 것이 불 보듯 빤하기 때문이다.
우선 당장 한나라당 내 갈등이 심각할 것이다.
이미 그 가능성을 보여주는 일이 발생했다.
17일,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에서는 개헌특위 구성을 놓고 친이계와 친박계가 한바탕 전쟁을 벌였다.
친이계 안상수 대표, 김무성 원내대표, 나경원 정운천 최고위원, 심재철 정책위의장 등은 개헌특위를 최고위 산하에 두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친박계 서병수 박성효 최고위원과 중립 홍준표 최고위원은 정책위 산하에 두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팽팽하게 맞섰다.
사실 특위는 개헌의총에서 어차피 구성키로 결정이 난 상태다.
그런 특위를 단지 최고위 산하에 두느냐 아니면, 정책위 산하에 두느냐 하는 문제만으로도 이런 갈등이 빚어지는데, 구체적으로 누구를 위원으로 할 것이냐 하는 문제에 들어가면 양측이 그야말로 ‘피 튀기’는 전쟁을 벌일 것 아니겠는가.
특히 개헌 내용에 ‘4년 중임대통령제냐’, ‘이원집정부제’냐 하는 내용을 놓고 양측이 사생결단식으로 덤벼 들 것 아니겠는가.
민주당도 개헌으로 인해 한바탕 회오리가 몰아칠 것 같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현재 개헌논의 자체를 “정략적”이라며 거부하고 있지만, 직전 대표를 지낸 정세균 최고위원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전날 “개헌안을 한나라당에서 내 놓으면 협의할 생각이 있다”고 분명하게 밝혔다.
정 최고위원은 이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개헌에 대해서는 민주당이 반대하는 것으로 되어 있지 않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개헌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개헌은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그는 “18대 국회 전반기 때부터 제가 당을 책임지고 있을 때도 한나라당이 개헌안을 내 놓으면, 그리고 6.2 지방선거 때 민주당이 승리해서 진보와 보수진영에 심리적인 힘의 균형이 이뤄지면 개헌 논의 할 수 있다. 이런 주장을 분명히 해 왔기 때문에 한나라당이 안을 내놓으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한나라당이 개헌안을 만들면, 민주당이 협상에 나서겠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국민들은 대체로 친이계의 개헌안이 정략적이기 때문에 민주당은 개헌 논의에 응하지 않을 것이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정 최고위원의 발언은 이런 일반의 예상을 완전히 뒤집는 것 아닌가.
따라서 이 문제를 놓고 민주당 내에서도 치열한 공방이 불가피할 것이다.
정말 이러다 친이계와 민주당 일파, 거기에 자유선진당까지 합세해 이원집정부제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덤벼드는 것이나 아닌지 걱정이 태산이다.
그것은 바로 국민이 가지고 있는 ‘최고 권력자’ 투표권을 박탈해 가겠다는 뜻이기 때문에 결코 용납할 수 없다.
그러니 민주당은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친이계의 술수에 휘말려 개헌 협상 테이블에 나가는 순간, MB에게 등을 돌린 국민들은 민주당마저 같은 심판대에 올려놓고 가혹한 대가를 치르도록 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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