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과 어둠 상쇄 시켜주는 희망의 글쓰기 하고 싶었다”

    문화 / 관리자 / 2011-01-11 10: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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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5회 이상문학상 대상에 ‘공지영’ 뽑혀
    단편 ‘맨발로 글목을 돌다’로 수상 영예

    이상문학상 대상, 공지영 ‘맨발로 글목을 돌다’
    “인간은 작은 존재가 아니다, 인생이라는 것은 한번 도전해볼 가치가 있다, 인간과 인간 사이에는 연대가 있다, 이 세가지 정도만이라도 독자들에게 전해진다면 충분히 희망의 글쓰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문학사상이 주관하는 제35회 이상문학상 대상수상자로 선정된 소설가 공지영씨(48)는 7일 “나도 글을 통해서 인간의 위대한 이 세 가지를 배웠다”며 “이 가치들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비록 실패를 하더라도 희망이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수상작은 월간 ‘문학사상’ 2010년 12월호에 실린 단편 ‘맨발로 글목을 돌다’다. ‘글목’은 글이 모퉁이를 도는 길목’이라는 뜻으로 공씨가 만든 단어다.
    공씨를 빼 닮은 주인공 화자, 북한의 납치범, 위안부 경험자, 아우슈비츠 수용자 등 만난 적도 없고 시공을 달리하는 사람들의 삶과 내면이 나란히 그려진다. 이를 통해 폭력으로 인해 운명이 뒤바뀐 인간의 동질성을 드러낸다.
    문학평론가 권영민씨(63·서울대 교수) 등 심사위원단은 “작가의 경험적 자아를 서사의 전면에 내세우면서 역사와 현실 속에서 반목되는 인간에 대한 폭력과 그것을 견뎌야 하는 개인의 고통을 대비시켜놓고 있다”고 평했다. 권 교수는 “이 소설에서 작가가 제기하고 있는 삶의 문제는 인간의 본성을 파괴하는 폭력과 그 속에서 사람으로 살아남기에 관한 것”이라고 읽었다.
    공씨는 엄청난 넓이의 살인공장인 아우슈비츠에 꽂혀 있던 시민들이 기증한 한 팻말에서 ‘희망의 전율’을 느꼈다. 성경 요한복음의 ‘어둠이 빛을 이겨본 적이 없다’는 열 두글자가 그것이다. “아우슈비츠 공간과 역사를 지탱하고 있는 글 같았다”며 “여기서 생명과 빛이 탄생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폭력과 어둠을 상쇄시켜주는 빛 같은 희망의 글쓰기를 하고 싶었다.”
    소설은 21개의 토막으로 나뉘어 있다. 흔히 볼 수 없는 형식이다. 각 토막은 각각 끊어진 듯 하면서 서로 유기적으로 얽혀있다. 공씨는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자서전을 봤는데 영화는 어떻게 보면 다큐멘터리 같고 미술 같지만, 결국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는 말이 나온다”며 “소설이라는 것도 어쩌면 고백 같고 드라마 같고 수필 같기도 하지만 결국 소설”이라고 짚었다. “소설이라는 장르 안에서 자유로워지고 싶었다”며 “이번 소설은 거침없이 나아가 경계를 넘어서는 작업이었다”고 전했다.
    권씨는 공씨 소설의 형식에 대해 “소설적 주제에 무게를 더하는 또 다른 에피소드들이 잇달아 덧붙여지면서 그 주제에 대한 시각을 스스로 조정해나갈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며 “에피소드의 중첩을 통해 해체된 서사의 구조를 다시 복원하는 이 새로운 서사 방식은 공씨가 착안해낸 자기 표현법이라고 할 수 있다”고 봤다.
    드라마와 영화 등 소설의 이야기를 위협할 만한 장르가 많아졌다. 공씨는 “‘해리 포터’ 같은 경우도 소설이 없었으면 영화화되지 못했을 것”이라며 “글은 적은 자본으로 완결성을 갖출 수 있다. 이를 통해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는 장르다. 글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씨의 소설 ‘무쏘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와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이미 영화로 만들어졌다. ‘도가니’도 영화로 제작될 예정이다.
    단편을 쓴 건 약 5년 만이다. “너무 좋았다. 압축하는 재미가 있었다”며 “아무래도 단편이 덜 친절해도 편한 점이 있더라”고 웃었다. “흥남부두 철수에 관한 소설 등 몇 개의 단편을 구상해놓았다”고도 귀띔했다. 구상 중인 장편소설에 대해서는 “노인들의 사랑과 죽음 등을 다룬 소설을 이르면 올해 안에 출간할 계획”이라고 알렸다.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소감은 “굉장히 받고 싶었던 순간들이 있었다”면서 “젊었을 때 받지 못하고 나이가 들어 받으니 더 좋다”며 즐거워했다. “예전에는 글이라는 것이 나와 분리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상을 받고 싶었다”며 “이제는 글쓰기가 더 중요하지 상은 더는 중요치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됐는데 상을 받게 됐다. 계속 깨달으라고 상을 주는 것 같다.” 한편, 이상문학상 우수작으로는 김경국의 ‘빅브라더’, 김숨의 ‘아무도 돌아오지 않는 밤’, 김언수의 ‘금고에 갇히다’, 김태용의 ‘뒤에’, 전성태의 ‘국화를 안고’, 정지아의 ‘목욕 가는’, 황정은의 ‘猫氏生 걱정하는 고양이’ 등 7편이 선정됐다.
    공씨의 ‘맨발로 글목을 돌다’와 7편의 작품은 한 권으로 묶여 ‘제35회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이라는 이름으로 20일께 출간될 예정이다. 대상 상금은 3500만원, 우수작 상금은 300만원이다. 시상식은 11월에 열린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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