警, 현장 감리인 부재도 확인

[시민일보=이대우 기자] 최근 발생한 서울 잠원동 붕괴사고와 관련해 건축주와 건축업체 측이 위험 징후를 사전에 인지하고 있던 정황이 포착됐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사고 직전인 지난 4일 오후 2시께 건축주, 건축업체 관계자가 속한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 건물이 흔들리는 징후가 있다는 것에 대해 채팅 참여자들이 대화를 주고받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사고는 단체 카톡방에서 위험 징후가 언급된 약 20분 후에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단체 대화방에 철거업체 관계자나 현장소장은 없지만 건축업체 관계자가 현장을 자주 드나들며 철거 상황을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며 “사고와 관련해 중요한 사정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공사 관계자들의 안전수칙 위반 여부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또한 건물 붕괴 징후를 알면서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는지 조사하고 있다.

해당 건물은 6층짜리 근린생활시설을 짓기 위해 지난 29일 철거 공사를 시작해 이달 10일 완공될 예정이었다.

당시 공사현장에는 철거가 계획대로 진행되는지를 감시할 철거 감리도 없었다.

감리인 정 모씨(87)는 경찰 조사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현장에 나갔고, 사고 당일에는 친동생이 감리 보조인 자격으로 현장을 지켰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정씨 동생은 감리 자격증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였다.

경찰은 감리 자격증이 없는 감리 보조인이 철거현장을 지키는 것이 적절한지 법리 검토 중이다.

잠원동 붕괴사고는 지난 4일 오후 2시23분께 발생했다.

철거 작업 중이던 지하 1층~지상 5층 규모의 건물이 붕괴하며 인접 도로에서 신호 대기 중이던 차량 3대를 덮쳤다.

이 같은 사고로 차에 타고 있던 예비신부 이 모씨(29)가 숨졌고, 이씨와 결혼을 약속한 황 모씨(31)는 중상을 입었다.

다른 차에 타고 있던 60대 여성 2명도 경상을 입었다.

전문가 등의 1차 조사에 따르면 철거 시 설치돼야 하는 잭 서포트(지지대)를 설치하지 않은 것이 붕괴 원인으로 지목됐다.

경찰과 소방당국, 서초구청,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이 실시한 합동 감식에서는 철거 작업 중 가설 지지대나 1~2층의 기둥 등이 손상돼 건물이 붕괴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감식팀은 더 정확하고 면밀한 원인 분석을 위해 조만간 2차 합동 감식을 실시할 예정이다.

경찰은 공사 관계자들을 소환해 조사를 실시, 안전 관리 소홀 등의 책임이 드러나면 형사 입건하겠다는 방침이다.

서초구도 이날 건축주와 시공업체, 감리자를 고발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상태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현재까지 현장소장과 인부 등 공사 관계자 9명을 조사했다”며 “앞으로 합동 감식 결과를 분석하고 추가 조사를 거쳐 사고 원인을 명백히 규명하는 등 수사를 철저히 진행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