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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오세훈 서울시장이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주장의 글을 또 올렸다.
물론 오시장이 자신의 블러그에서 어떤 주장을 하든지 그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자유다.
따라서 그 내용에 대해 찬반논란이 있을 수는 있지만, 그 자체를 나무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 20일에 올린 글은 여간 우려스러운 게 아니다.
그는 이날 '일본 야마모토 이치타(山本一太) 의원이 보내온 편지'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글을 올렸다.
자그마치 200자 원고지 18장 분량의 긴 글이다.
그 내용은 대략 이렇다.
일본 자민당 정책심의회 의장을 맡은 야마모토 이치타 참의원이 자신에게 '일본이 2009년 남발한 무상복지 공약의 후유증을 앓고 있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왔다는 것.
그러면서 오 시장은 "야마모토 의원은 무책임한 선심성 복지공약이 아동학대가 될 수 있다고 했다"면서 민주당과 시의회가 주장하는 무상복지 정책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특히 오 시장은 야마모토 이치타 참의원을 자신의 ‘오랜 지인’이라고 소개했다.
대체 오 시장의 ‘오랜 지인’으로 그에게 ‘무상급식’에 대해 훈수를 두고 있는 야마모토 이치타가 누구인가.
서울시의회 강희용 의원은 22일 “야마모토 이치타 참의원은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최측근의 극우 정치인 중의 한 명으로 일본 내 한국 망언시리즈 계보를 잇는 소장파 극우 정치인에 불과할 뿐”이라고 평가절하 했다.
맞는 말이다.
야마모토 이치타는 일본 독도영유권과 신사참배정당성 주장한 극우파 일본의원이다.
실제 지난 2006년 4월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측에서 보면 독도는 빼앗은 땅이 아니라 에도시대 초기부터 어업을 하던 일본 영토라는 것이 여러 문헌들을 통해 밝혀지고 있기 때문에 이것을 바탕으로 영토권 주장을 하는 것”이라는 망언을 한 바 있다.
또한 그는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참배와 관련, “한 나라의 리더가 전몰자를 어떤 식으로 추도하고 참배하느냐는 총리 스스로 결정할 문제”라며 “이 추도 방법과 관련해 외국에서 비판하는 것은 그 논리가 조금 이상하다”는 망발도 서슴지 않았던 인물이다.
그렇다면 혹시 오세훈 시장은 그런 인물을 ‘오랜 지인’으로 곁에 두고, 그로부터 ‘훈수’를 받은 탓에 강경한 무상급식 행보를 이어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무래도 그럴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그동안 오 시장의 이미지는 ‘극우’와는 거리가 멀었던 게 사실이다.
실제 오 시장은 지난 2006년 서울시장 당선 직후 인수위원장에 진보성향의 최열 전 환경연합 대표를 임명하는 등 ‘극우’세력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 왔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그는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어쩌면 일본 극우 소장파 야마모토 이치타 참의원을 지인으로 두고부터 달라진 것인지도 모른다.
실제 오 시장은 올해부터 ‘대한민국어버이연합’이라는 극우 단체에 무려 1100만원의 예산을 지원해주는 등 극우단체 끌어안기에 나섰다.
이 단체는 지금 ‘오세훈 나팔수’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2개월 전에는 이 단체 회원 50여명이 무상급식을 추진하고 있는 서울시의회에 찾아가 현장을 취재하는 기자를 폭행하고 “무상급식이 뭐야? 이런 빨갱이들”이라고 외치며 난동을 부렸는가하면, 시의회 밖에서도 회원들이 몰려들어 문을 봉쇄하고 있는 경찰과 대치하며 몸싸움을 벌였다.
이들에게는 ‘법’도 ‘상식’도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오 시장의 최근 무상급식 행보 또한 그들과 너무나 흡사하다.
서울시보다 재정여력이 훨씬 낮은 수많은 지자체들이 이미 무상급식 시행을 결정했는데도, 오 시장은 ‘낙동강 전선’ 운운하며 주민투표를 강행하고 있다.
마치 일본 극우파의 모습을 보는 것 같지 않는가?
어버이연합이라는 극우단체의 난동과 서울시의회 출석을 거부하는 오 세훈 시장의 난동에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인가?
이 모든 것이 야마모토 이치타 참의원의 훈수 때문에 발생하는 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것처럼 참담한 기분이다.
오 시장은 이제 ‘오랜 지인’인 야마모토 이치타를 버리든지, 아니면 서울시민들을 버리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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