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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공천제도개혁특별위원회(공천특위) 위원장인 나경원 최고위원이 13일 "(지난 18대 공천은) 친한 사람은 (공천)해 주고, 친하지 않은 사람은 배제하는, 한마디로 자의적 공천이자 나눠먹기 공천의 극치였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따라서 자신이 만든 ‘공천개혁안’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
그렇다면 과연 그가 만든 공천안은 박근혜 전 대표가 당 대표 재임시절에 만든 당헌.당규보다 개혁적인가?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개혁’을 빙자한 ‘개악’으로 이전보다 훨씬 후퇴한 방안이다.
우선 박 전 대표가 만든 당헌 당규에는 '2:3:3:2'라는 아주 중요한 원칙이 있다.
그런데 나경원 위원장은 이를 무시하고 있다.
실제 그는 이날 선거인단의 규모를 유권자 수의 3% 이상(20만명 유권자 기준 6000명)으로 했는데 너무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에 대해 “당원 반, 국민 반으로 하자는 것이지 '2:3:3:2'는 중요한 원칙이 아니다. '당원:국민=5:5'만 맞추면 된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그는 “5:5라는 범위안에서 국민선거인단과 여론조사를 유연하게 하면 된다. 내 지역구인 서울 중구의 경우 유권자 수가 10만이라 당원은 2000명만 있으면 된다"고 말했다.
이게 무슨 말인가.
국민선거인단 투표 대신 여론조사로 대체할 수도 있다는 말 아닌가.
김무성 원내대표도 이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을 했다.
그는 지난 11일 “공천은 지역주민 뜻에 넘겨야 한다”면서도 “개인적으로 여론조사 경선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마치 여론조사가 ‘만능’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 당시 여론조사가 얼마나 잘못된 결과를 초래했는지 우리는 분명히 보지 않았는가.
당시 한나라당 대의원과 당원 및 일반국민선거인단이 참여한 현장 투표에서 박근혜 후보가 이겼다.
즉 당원과 대의원 및 일반 국민들은 모두가 박근혜 후보를 한나라당 후보로 선택했다는 말이다.
그러나 최후 승리자는 그가 아니라, 여론조사 기관의 선택을 받은 이명박 후보였다.
즉 현장 투표에서 패배한 이명박 후보가 여론조사에 앞서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됐다는 말이다.
나경원 위원장의 공천개혁안은 바로 이런 현상을 더욱 부채질 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공천 개악안’이라고 할만하다.
더구나 여론조사 결과가 현실과 동떨어진 결과를 낳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지난 6.2지방선거에서도 입증되지 않았는가.
지금 여론조사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매우 깊다.
사실 여론조사는 그동안 '과학'으로 통했었다.
투표를 수시로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실제와 아주 비슷한 결과를 미리 알려주기도 했었다.
하지만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이후 각종 여론조사, 특히 6.2지방선거에서 나온 여론조사 결과는 실제와 달라도 너무 달랐다.
그런데도 국민선거인단 투표 대신 여론조사로 대충 메우려는 방안을 과연 개혁적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더구나 여론조사에는 명백한 오차범위가 존재한다.
여론조사가 과학이라면 그 오차범위 역시 과학이다.
따라서 오차범위만큼은 제외하는 게 과학적인 방법이다.
만일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 당시 그 오차범위를 적용했다면, 지금 우리나라의 대통령은 이명박이 아니라 박근혜가 되어 있을 것이다.
따라서 여론조사를 폐지하고 국민선거인단을 늘이는 방안이 더 개혁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나경원 위원장도 바보가 아닌 이상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다.
그런데 그가 왜 이런 황당한 논리를 펴는 것일까?
어쩌면 자신의 관내에서 치러야 하는 중구 구청장 후보 경선 때문일지도 모른다.
자신과 같은 동향 출신의 인사를 공천하기 위해 국민선거인단 투표 대신 여론조사로 대체하기 위해 미리 포석을 깔아두고 있다는 말이다.
만일 여론조사가 50%를 차지하는 경선을 치를 경우, 누가 공천을 받게 될지는 이미 그 답이 나와 있는 상황이다.
그렇게 되면, 그 지역에서 오래 전부터 구청장 출마를 준비하고 있던 인사들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것은 불 보듯 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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