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추가건설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고하승 칼럼 / 안은영 / 2011-03-16 15: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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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지금 전 세계 인류가 일본의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를 지켜보며 공포에 휩싸였다.

    일본은 세계가 인정하는 최고의 원자력 발전소 안전기준과 규범을 갖춘 나라다.

    그런 일본의 원전도 지진과 쓰나미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실제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1~4호기의 잇단 폭발로 인한 방사성 물질이 바람을 타고 도쿄를 비롯한 수도권까지 이동하자 방사능 오염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 15일 도쿄에서 그리 멀지 않은 도치기현에서는 통상의 100배 정도인 매시 5마이크로시버트의 방사성 물질이 관측됐고, 가나가와현에서는 통상의 10배 가까운 수치가 나왔다고 한다.

    또 도쿄도 내에서도 대기 중에서 세슘과 요오드 등의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고, 지바현 이치하라시에서도 높은 수치의 방사능이 검출됐다.

    이에 따라 비교적 안전한 지역으로 탈출하기 위해 하네다 공항이나 신칸센 탑승장이 있는 시나가와 역에는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들면서 '도쿄 대탈출'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원전이 안전하다는 일본 정부의 말만 믿었던 주민들에게 날벼락이 떨어진 것이다.

    항상 지진에 대비하고 있던 일본 도런 상황인데 하물며 우리나라를 비롯해 비교적 지진에 무심했던 다른 나라들은 어떻겠는가.

    비슷한 일이 발생했을 경우, 대형 참사가 초래될 것은 불 보듯 빤하다.

    그래서 세계 각국은 지금 원전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실제 독일 메르켈 총리는 원자력 발전소의 가동시한을 연장하는 계획을 3개월간 유보했다고 한다. 좀 더 안전성을 면밀히 검토한 후에 원전을 가동시키겠다는 뜻이다.

    스위스도 원전교체계획을 보류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이런 상황은 아시아권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중국, 인도, 대만, 터키 등도 원전건설 계획을 재검토하거나 안전성 검사를 예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그런데도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UAE 원자력발전소 기공식에 참석해서 ‘안전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한국형 원전이 최고’라는 분위기 파악 못하는 발언을 했다.

    오죽하면 이인영 민주당 최고위원이 “분위기 파악 못하고 전 세계의 빈축을 사는 행동을 했다”고 꼬집었겠는가.

    더욱 걱정인 것은 이 대통령의 잘못된 신념이다.

    세계가 원전사고 공포에 휩싸였는데도, 이명박 정부는 ‘원자력 발전소가 친환경적’이라며 원전을 더 짓기 위해 신규 부지를 물색하고 있는 중이다.

    실제 정부는 제1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 따라 2030년까지 원전설비 비중을 41%(설비 기준)까지 확대키로 하고, 당장 2012년까지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할 신규 부지 2곳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지난 14일에는 이명박 정부의 공무원들이 영덕과 울진 등 원전부지를 답사하고 다니다 지역 주민들로부터 원성을 사기도 했다.

    이쯤 되면 이인영 최고위원이 “일본 원전 사고 때문에 온 국민이 불안감과 공포심에 떨고 있는데 참 용감한 공무원들”이라고 비아냥거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이미 21기의 원자력 발전소가 가동되고 있다.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더구나 전문가들의 주장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결코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고 한다.

    일본처럼 체계적인 단층조사가 이뤄지지 않았을 뿐 언제든지 대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난 11일 이후 한반도에서 매일 한 차례씩 지진이 감지되는 것 역시 그냥 넘길 일이 아니라고 한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1일 일본에 규모 9.0의 지진이 발생하기 전 이날 오전 9시 57분에 강원도 회양에서 규모 2.5의 지진이 있었다.

    또 12일 오전 8시 15분경에는 충남 태안군 서격렬비열도 북북서쪽 50km 해역에서 규모 2.6의 지진이 감지됐고, 13일에는 인천광역시 서쪽 약 120km 해역에서 규모 2.3의 진동이 있었다. 14일 오후 2시 27분경에는 전남 신안군 남서쪽 31km 해역에서 규모 2.9의 지진이 잇달았다.

    이처럼 사흘 동안 한반도에 연쇄적으로 지진이 발생한 것은 5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이는 한반도가 결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경고의 메시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

    그런데도 이명박 정부는 원자력 발전소를 더 많이 짓겠다며 새로운 부지를 찾아다니고 있다니 걱정이 태산이다.

    지금 일본이 지금 핵공포의 패닉상태에 빠져 있고, 전 국민이 핵위험성에 대해서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핵발전소 선정부지를 답사나 하러 다니는 이명박 정부는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부디 정부는 신규 핵발전소 건설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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