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박근혜 파워’ 인정...與 ‘박근혜 힘 빼기’

    고하승 칼럼 / 최민경 / 2011-03-29 15: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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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4.27 재보궐선거에서도 ‘선거의 여왕’이라는 불리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힘이 나타나고 있다.

    민주당도 이런 사실을 인정하고 있고, 전문가들도 ‘박근혜의 힘이 다시 입증됐다’며 혀를 내두를 정도다.

    그러나 한나라당 내에서 박 전 대표의 위치는 여전히 ‘찬밥’이다.

    민주당 이낙연 사무총장은 29일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강원도지사 선거와 관련, “한나라당의 박근혜 전 대표가 오늘도 평창 동계올림픽 지원을 위해서 두 번째로 강원도를 찾는다는 얘기가 있는데, ‘이광재 동정론’에 맞선 ‘박근혜 효과’의 파급력은 어느 정도로 보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강원 도민들께서 그 분을 지사로 모시는 건 아니다. 잘 판단하시리라 생각한다”면서도 “일정한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야당이 사실상 박 전 대표의 위력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도 전날 한 방송에 출연, ”박근혜 전 대표가 지난 15일 춘천에 가면서 (엄기영 후보지지율) 하락세에 일단 제동이 걸린 것으로 보인다”면서 “추락하는 후보를 일단 멈출 정도의 힘을 한 번 춘천에 감으로써 그 힘을 보여줬다. 생각보다도 강원도에서 박근혜 전 대표의 힘이 굉장히 크다고 하는 것을 확인 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 엄기영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강원도에 간 것은 아니다.

    다만 한나라당 2018 평창동계올림픽유치 특별위원회 고문으로서 동계올림픽 선정을 위해 강원도 평창에서 노력하고 있을 뿐이다.

    실제 박 전 대표는 29일 오전 강원 강릉에서 열린 평창특위 회의에서 "(올림픽 유치를 위해) 우리의 국가적인 역량을 모아 최대한 결집을 해야하고, 또 우리의 힘을 모아야 된다"며 "여기(동계올림픽 유치)에는 여야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민주당도 동계올림픽 유치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 그렇다면 이번에는 꼭 유치할 수 있도록 우리가 힘을 모아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즉 동계올림픽을 평창에 유치하기 위한 노력에 여야가 있을 수 없으며, 자신은 그 힘을 모으기 위해 평창에 내려갔다는 뜻이다.

    실제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 후보 지원유세를 하는 것도 아니고, 선거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발언을 한 사실도 없다.

    단지 강원도에 그가 발걸음을 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엄기영 후보의 하향세를 단숨에 멈추게 할 만큼 큰 위력을 발휘한 것이다.

    그런데 정작 한나라당 내에서 그의 위치는 ‘찬밥’이나 다를 바 없다.

    당내에 만들어 지는 특위는 ‘박근혜 죽이기 특위’라고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대부분이 박 전 대표를 겨냥하고 있다.

    먼저 나경원 최고위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공천개혁특별위원회를 보자.

    특위는 최근 공천개혁안이라는 것을 최고위원회에 보고했는데, 그 내용이 가관이다.

    사실 한나라당은 공천과 관련된 당헌당규가 그 어느 정당보다도 잘 정비돼 있는 상황이다.

    박 전 대표가 당 대표 재임시절에 만든 당헌당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가장 민주적이고 개혁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에 특별히 손질할 부분도 없다.

    그저 당헌당규를 제대로 지키기만 한다면, 아무 문제될 것이 없다.

    실제 한나라당의 현재 당헌 당규는 `오픈 프라이머리(국민경선제)'를 추진하되, `2:3:3:2 국민경선'(대의원 20%.일반당원 30%.일반국민 30%.여론조사 20%)을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그렇다면, 나경원 위원장이 제출한 이른바 ‘개혁안’은 어떤가.

    사실상 똑같다.

    특위 개혁안의 핵심은 `오픈 프라이머리(국민경선제)'를 추진하되, `2:3:3:2 국민경선'(대의원 20%.일반당원 30%.일반국민 30%.여론조사 20%)이나 `5:5 국민경선(당원50%.국민50%)을 도입하자는 것이다.

    똑 같은 안을 가지고 ‘개혁안’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제출했는데, 이쯤 되면 이건 ‘표절’도 아니고 아예 ‘베끼기’라고 할 만하지 않는가.

    결국 ‘박근혜 개혁안’을 ‘나경원 개혁안’으로 바꿔치기 하겠다는 놀부 심보에 불과할 뿐이다.

    최병국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개헌특별위원회도 마찬가지다.

    국민들은 개헌 문제에 아예 관심조차 없는데, 특위는 지난 21일 제2차 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그러나 개헌 특위 역시 차기 유력 대권주자인 ‘박근혜 힘 빼기’의 일환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처럼 박 전 대표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한나라당이 과연 내년 총선에서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까?

    박 전 대표의 도움 없이도 한나라당이 ‘반토막’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겠느냐는 말이다.

    단언컨대 어림도 없다. 한나라당이 살길은 하루빨리 MB 그늘에서 벗어나 박 전 대표의 품안에 깃드는 것뿐이다.

    그러자면 당내에서 어줍지 않은 공천개혁특위와 개헌특위의 즉각적인 해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봇물처럼 쏟아져 나와야 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과연 당내에서 그런 소신 있는 목소리를 낼 국회의원들이 과연 몇 명이나 되겠느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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