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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한나라당 그렇게 밀어줬더니 그것밖에 못하느냐며 따끔하게 꾸짖는 분도 참 많았다.”
이는 4.27 재보궐선거에서 경기도 성남 분당 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강재섭 한나라당 후보의 솔직한 자기고백이다.
그러면서 강 후보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 여러분이 주신 회초리를 따끔하게 맞았지만, 한나라당은 제가 보기에 아직 부족하다. 더욱 처절하게 반성하고 쇄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그동안 국민들은 한나라당이 달라지기를 학수고대해 왔다.
하지만 지난 연말 새해 예산안 날치기 사례에서 보았듯이 여당의 모습은 별로 달라진 게 없는 것 같다.
이번 4.27 재보궐선거를 대하는 여당의 태도 역시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강원도지사 선거에서 나타난 한나라당의 태도가 그렇다.
사실 ‘콜센터 불법선거운동’에 대한 한나라당과 엄기영 후보 측의 해명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
오죽하면 보수성향의 이상돈 중앙대 교수가 “엄 후보 쪽에서는 자신들과 전혀 관계가 없다고 하는데 그 말이 맞다면 엄기영 씨를 도지사로 만들겠다고 자기 돈을 그렇게 써가며 담대한 범법행위를 자행할 열혈지지자가 있다는 것”이라며 “엄기영 후보의 인기는 서 아무개보다 더 대단한 모양”이라고 비꼬았겠는가.
실제 이 교수는 전날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엊그제 강원도의 한 펜션에서 적발된 엄기영 지지자들의 전화부대는 33명이나 된다고 하니 그 규모도 대단하다. 펜션 한 채를 통째로 빌려 비밀작전을 하듯 전화 선거운동을 한 담대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며 이같이 꼬집었다.
그는 또 “일당 몇 만원 받으려다 담요를 뒤집어쓰고 끌려나온 여인들을 보자니 누가 저들을 그렇게 부끄럽게 만들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전화부대 주부들에 대해 한나라당과 엄 후보 측은 ‘자원봉사자’라고 주장하지만, 이 교수는 사실상 ‘일당 받는 여인’으로 단정해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게 이 교수만의 생각일까?
어쩌면 대다수 국민들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게 바로 한나라당이다.
하지만 지금 경찰의 수사 상황을 볼 때, 엄 후보 측이 지금처럼 ‘발뺌’만 할 수는 없게 됐다.
실제 강원도 강릉경찰서는 25일 엄 후보가 회장으로 있는 ‘평창동계올림픽을 위한 민간단체협의회’ 전 조직특보 최모(42)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신병확보에 나섰다.
경찰이 최씨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한 것은 이미 구속영장이 신청된 권모씨로부터 최씨가 '자금책'이었다는 진술을 확보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체포영장이 발부된 최모씨는 엄 후보의 최측근이다. 그는 지난 3월까지 엄 후보가 회장으로 활동했던 민단협에서 조직특보로 엄 후보와 함께 일해 왔다.
이런데도 엄 후보는 여전히 “자원봉사자들이 알아서 한 일”이라면서 “엄 후보는 모르는 일”이라고 발뺌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에서는 엄 후보 측근인 최모씨가 불법 전화홍보에 자금을 지원해주었다며, '엄 후보의 직접 개입'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는 마당이다.
만일 민주당의 의혹제기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엄 후보는 공직선거법 89조, 230조, 254조 등을 위반, 당선무효형에 해당되는 중형이 불가피하다.
실제 불법콜센터 운영은 공직선거법 제89조 유사기관 설치 금지 위반으로 3년 이하 징역 또는 6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게 된다.
또 전화홍보원 35명에게 일당과 식사를 제공한 행위는 공직선거법 제230조 매수 및 이해유도죄 위반으로 5년 이하 징역 1,000만 원 이하 벌금 처할 수 있다.
현행 공직선거법 상 후보자 본인은 징역형 또는 100만 이상의 벌금을 선고받으면 당선무효가 되고 선거사무장, 회계책임자, 직계존비속, 배우자가 징역형 또는 300만 원 이상의 벌금을 받으면 역시 당선무효에 처하도록 되어있다.
그렇다면 엄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이 같은 범법행위가 엄 후보와 연관된 사실이 드러날 경우, 강원도지사 선거는 재선거를 치를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는가.
안상수 대표는 25일 최고위원회에서 “엄기영 후보 자원봉사자들의 잘못된 전화홍보는 엄기영 후보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것인데도 민주당은 이를 가지고 엄기영 후보를 흠집 내고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고 필사적”이라고 비난했다.
안 대표는 마치 이 사건의 본질을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묻자.
엄 후보도 아니고, 한나라당도 아니라면 이번 불법선거운동의 배후는 어디인가.
항간에 청와대는 강원도지사 선거에 올인하고, 여당은 분당에 올인하고 있다는 소리가 들리는데 그렇다면 혹시 청와대가 배후란 말인가.
그도 저도 아니라면, 정말 누가 이번 불법선거에 관여했는지 정말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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