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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고려대·소망교회·영남 출신, 이렇게 개인적인 인연 덕분에 출세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공정사회 수백 번 외쳐 봐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MB정부가 비난 받는 가장 큰 이유는 고소영 내각 때문이다."
이는 차명진 의원의 한탄이다.
차 의원은 야당 소속이 아니라, 한나라당 소속이다.
얼마나 현실이 답답했으면, 여당 소속 의원이 이런 글을 자신의 블러그에 올렸겠는가.
실제 유영숙 환경부 장관후보가 ‘고.소.영’ 항목 중 하나인 ‘소망교회’ 항목에 걸린다.
지난 24일 열린 국회청문에서 바로 이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은 유 후보자가 지난 2007년부터 4년 동안 이명박 대통령이 장로인 소망 교회에 남편과 함께 9600여만원의 헌금을 낸 것이 로비용 아니냐는 의구심을 드러냈다.
물론 유 후보자는 “지난 80년대부터 소망교회를 다녔고, 경제적 수익에 따라 헌금을 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어찌 보면 그의 해명도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굳이 ‘소망교회’ 출신이어야 하느냐 하는 문제에 다다르면 이건 좀 생각이 달라진다.
그동안 소망교회 출신들이 너무 득세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차명진 의원이 “찜찜하다.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 고쳐 맨 꼴”이라고 꼬집었겠는가.
유 장관 후보자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도 유보되고 말았다.
심지어 한나라당 소속 농식품위 위원 11명 중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을 제외한 10명 가운데 무려 7명이 서 장관에 대해 부적격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오죽하면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가 원내대책회의에서 "서 후보자는 여당도 포기한 '여포 후보자' "라고 비아냥거렸겠는가.
실제 서 후보자는 그동안 ‘가짜 농민’ 노릇을 하며 직불금 및 양도소득세 등 각종 국고보조금과 세금을 탈루한 사실에 대해 구차한 변명이나 진정성 없는 형식적 사과로 일관했다는 게 야당 측의 지적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서 후보자는 이명박 대통령과 같은 고려대 출신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권도엽·박재완·이채필 후보자 역시 모두가 영남출신이다.
즉 이번 5.6 개각은 단 한사람도 예외 없이 모두 ‘고소영’ 인맥으로 채워졌다는 말이다.
그러니 여당 국회의원 입에서도 ‘고소영이 출세하는 세상...’이라는 한탄이 저절로 터져 나오는 것 아니겠는가.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는 "이번 청문회는 '고소영 비리 오남매' 청문회"라며 "국민 눈높이에서 철저한 현미경 검증을 거쳐 도덕성과 정책수행능력의 투 트랙으로 청문회를 진행할 것"이라고 단단히 벼르고 있다.
더구나 한나라당은 지금 쇄신 논란이 한창인 때라 과거처럼, 부적격자도 적당히 눈감아주는 행태를 되풀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설사 그들 장관 후보 모두가 훌륭한 자질과 인품을 갖추었더라도, 세간에 ‘고소영 내각’이라는 비아냥거림이 있다면 이를 의식해서라도 가급적 ‘고소영’ 출신을 배제하는 게 바람직 할 것이다.
그런데 그 자질과 인품마저도 대부분이 의심을 받고 있는 상황 아닌가.
어쩌면 이게 이명박 대통령의 인적 풀의 한계일지도 모른다.
이 대통령 주변 인사들 가운데 인재를 고르다보니, ‘고소영’ 인맥을 벗어날 수 없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여야 각 정당에 협조를 구해 폭넓게 인재를 구하는 게 어떻겠는가.
필요하다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측근은 물론 손학규 민주당 대표나 이회창 자유선진당 전 대표의 측근들까지 모두 기용하는 거국적 중립내각을 구성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말이다.
모쪼록 이 대통령은 ‘고소영’ 울타리를 벗어난 거국적 중립내각 구성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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