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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한나라당이 이러다 두나라당으로 쪼개지는 것은 아닐까?
지금 당권대권 분리규정 개정 문제를 놓고 당헌 고수파와 개정파가 감정싸움을 벌이고 있다.
그 싸움을 지켜보다가 드는 생각이 바로 ‘한나라당의 두 나라당화’ 가능성이다.
고수파, 즉 현재의 당권 대권분리 규정은 가장 민주적인 제도로 개정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로, 그 중심에는 박근혜 전 대표가 있다.
이에 맞서 당권 대권분리 규정은 과도한 규제이기 때문에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는 개정파의 중심에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정몽준 전 대표가 서 있다.
그런데 양측의 주장과 힘의 균형이 너무나 팽팽하다.
어느 한쪽으로의 급격한 힘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 않다. 물론 외형상으로는 당헌 고수파, 즉 박 전대표의 압승이다.
실제 한나라당은 총 12만5000명의 책임당원 가운데 ARS와 연결된 8만3000여명의 책임당원을 상대로 조사를 실시했는데, 국회의원 전수조사 때 나왔던 4%포인트를 뛰어넘는 10%포인트 이상 당권-대권 분리 현행 유지안이 높게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재까지 당은 친이계의 입김이 여전히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책임당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현행 당헌 유지 주장이 압도적임에도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 26일과 27일 이 문제를 놓고 끝장토론을 벌였지만 끝내 결론을 내지 못했다.
사실상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비대위에서 친이계가 수적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의화 비대위원장이 오는 30일까지 전당대회 경선룰을 결정짓겠다고 밝히고 있어 합의가 도출되지 않을 경우 표결로 갈 가능성이 높고, 그러면 책임당원들의 뜻과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지도 모른다.
설사 책임당원들의 뜻과 같은 결과가 나온다고 해도 친이계가 이를 순순히 받아들일지도 의문이다.
어떤 결과가 도출되든 양측의 갈등이 폭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말이다.
더구나 이 문제가 급기야 대선주자 간 감정싸움 양상으로 비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몽준 전 대표와 김문수 지사는 “분리 규정을 손대는 것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박 전 대표를 향해 연일 공격적인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중국을 방문 중인 김 지사는 지난 28일 "박근혜 전 대표는 '이지 고잉(Easy Going)'하지 말고, 내년 총선 해법을 내놔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박근혜는)대세론에 안주하고 있다"며 "선거의 여왕이 나와서 웃고 다니면 대역전이 일어나나. 이는 너무나 안이한 대응"이라고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앞서 김지사는 지난 25일에도 "박 전 대표가 신라시대 선덕여왕보다 더 세다"고 감정적인 공세를 취한 바 있다.
최근 김지사와 전략적 동맹을 맺은 정몽준 전 대표도 지난 27일 박 전 대표를 겨냥한 날선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지난 27일 한 방송에 출연해 "선출직 최고위원 7명이 열심히 일했는데도 내년 (대선후보) 경선에 못나가게 하는 조항은 과도한 제한이다. 한나라당이 변화와 쇄신을 하려면 중심세력이 있어야 한다"며 "당권-대권 분리규정 개정을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천명했다.
그는 앞서 지난 25일에도 "박 전 대표는 당의 큰 자산이지만 동시에 아주 큰 그늘"이라고 꼬집은 바 있다.
그러자 이들을 지지하는 측근들도 덩달아 박 전 대표를 향해 공격적인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정 전 대표의 측근인 전여옥 의원은 지난 21일 박근혜-황우여 회동과 관련, "그날 모습은 민주당이 이야기한대로 '여왕님과 그 측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고 박근혜 전 대표 비난에 가세했다.
또 지난 26일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는 김문수 지사의 핵심측근인 차명진 의원이 "전대 대표 경선 룰이 '박근혜의 뜻대로', 박심(朴心)대로 됐다고 언론에서 정리했던데, 오늘 이 자리에 나와야 되느냐 고민했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에 맞선 박근혜 전 대표 측의 공세도 거칠다.
박 전 대표의 대변인격인 이정현 의원은 정 전 대표와 김 지사를 겨냥, “아주 고약한 배은망덕”이라며 "정당 개혁과 정치발전을 위해 원칙과 신뢰와 명분을 정치생명을 걸고 지킨 사람을 제왕이네, 여왕이네, 그늘이네 하고 중상모략 하는 것은 신사답지 못하다”고 반박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결과가 도출되든, 양측이 후유증 없이 당내 화합을 이루고 한 지붕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어쩌면 당헌 개정 문제가 한나라당을 둘로 쪼개는 기폭제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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