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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각종 여론조사기관의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지금은 빨간 신호등 앞에 멈춰선 듯 위태롭기 그지없다.
실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1대 1 가상대결 결과, 오차범위내 접전을 보일 것이라는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서치뷰가 지난 26∼28일 무작위 표본추출을 통해 전국 일반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해 29일 내놓은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이 41.1%로 37.0%를 기록한 손 대표를 겨우 4.1%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이번 조사결과의 표본오차가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인 점을 감안하면 오차범위 내 접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박근혜 대세론’이 흔들리고 있다는 말이다.
그 내용을 면밀하게 들여다보면, 더욱 충격적이다.
연령별로는 30대와 40대에서 손 대표가 박 전 대표를 앞섰고, 50대에서도 박근혜 41.5%, 손학규 36.8%로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판세를 좌우할 서울 경기 인천에서 모두 손 대표가 앞섰다.
물론 이 한 번의 여론조사로 ‘박근혜 대세론’이 무너지고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 가능성을 부인하기는 어렵게 됐다.
대체 어쩌다 이런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 것일까?
일부 언론에서 말하는 것처럼 이번 여론조사 결과가 정말 박 전 대표의 본선 경쟁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요인이 될 수 있을까?
아무래도 그것은 아닌 것 같다.
사실 지금은 박 전 대표가 아니라면, 여권에서 누가 대통령 후보로 나와도 결코 손 대표를 이길 수 없는 상황이다.
그동안 이명박 대통령은 물론, 정부와 한나라당 등 여권의 잘못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결과가 이 같은 사실을 여실히 증명해 주고 있다.
실제로 19대 국회의원 투표 기준을 물어본 결과 야권단일후보 57.4%, 한나라당 후보 25.7%로 야권 후보에 대한 지지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또 이명박 대통령의 직무수행 평가를 물어본 결과 긍정평가는 29.4%에 불고한 반면, 부정평가는 무려 65.5%에 달했다.
즉 이명박 대통령을 싫어하는 국민이 10명 중 7명에 달하고, 한나라당 후보보다는 야권 단일후보를 찍겠다는 응답이 두 배 이상 높다는 말이다.
한마디로 유권자들 사이에서 이명박 정권심판의지와 반여당정서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박 전 대표가 비록 오차범위 내이지만 손 대표를 앞서고 있는 건 한마디로 기적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동안 고공행진을 해온 박 전 대표의 대세론에 지금 빨간불이 켜졌다는 사실 만큼은 부인하기 어렵게 됐다.
여기에는 정몽준 전 대표와 김문수 경기도지사 등 당내 대권 경쟁자들의 잇따른 공세가 한몫을 단단히 하고 있다.
실제 정 전 대표와 김 지사는 최근 전략적 동맹을 맺고 박 전 대표를 향해 연일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 내고 있다.
실제 이들은 "여왕" "정치를 모르는 사람" 등의 극단적인 표현을 써가며, 박 전 대표 끌어내리기에 혈안이 돼 있다.
그 같은 모습을 지켜보는 국민들은 여권 전체를 한심스러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만들고, 결국 박 전 대표 지지율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과연 이런 상태에서 박 전 대표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빨간 신호등 앞에선 박 전 대표, 파란불이 켜질 때가지 그 자리에서 기다려야 하는지, 아니면 우회로를 찾아 나서야 하는지 고민이 깊어가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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