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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생활을 했던 챌린저스리그 서울 유나이티드의 정종관(30)이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 소재 모 호텔의 객실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유서를 통해 자신을 승부조작의 당사자로 자처하며 모든 것이 자신의 책임이라고 주장한 정종관은 최근 K리그에 불어 닥친 승부조작에 직접 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K리그 승부조작 수사의 시발점 역할을 하고 있는 창원지검에 따르면 정종관은 브로커와 선수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했다.
정종관의 자살 소식이 전해진 뒤 창원지검은 “프로축구 승부조작 사건과 관련해 지난 25일 정종관의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섰으나 잠적해 체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결국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정종관의 자살 역시 최근 K리그에 불어 닥친 승부조작과 직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었다.
한국 축구는 이달 초 프로축구 인천유나이티드 골키퍼 윤기원(24)이 숨진 채 발견된 이후 계속해서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아직까지 윤기원의 자살과 K리그 승부조작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윤기원을 시작으로 봇물 터지듯 계속되고 있는 일련의 사고들은 그의 사망 역시 승부조작과 연관돼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K리그 승부조작은 지난 25일 프로축구 선수 출신 브로커 2명이 체포된 것을 기점으로 국가대표 출신 김동현(27)이 소환조사를 받고 대전시티즌과 광주FC 소속 선수 5명이 구속되는 등 더욱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그 동안 출전 기회를 거의 얻지 못하던 무명 선수뿐 아니라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 그라운드를 누비던 국가대표 출신까지 승부조작은 K리그에 광범위하게 뿌리내리고 있었다.
많은 축구인들은 이번 K리그 승부조작 사태를 바라보며 크게 우려하고 있다.
과거 아시아 축구의 강호로 손꼽히던 말레이시아가 승부조작으로 인해 리그의 기반이 무너진 사례가 아직도 뇌리에 깊게 박혀 있기 때문이다.
K리그는 31일부터 이틀간 16개 구단 선수단과 코칭스태프, 사무국 임직원 등 K리그 관계자 약 1000명이 참가하는 워크숍을 개최한다.
이 자리에서는 최근의 위기 상황을 공유하고 전환점을 모색하고 재발 방지와 신뢰 회복을 위한 실질적인 교육과 다짐의 시간이 마련될 예정이다.
그러나 물은 이미 엎질러졌다. 그 동안 프로연맹은 각 구단을 순회하며 승부조작 관련 교육을 실시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아무런 효용이 없었다.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4명의 선수들이 구속된 대전의 경우 대표이사 및 이사 전원, 선수단 코칭스태프, 구단 팀장급 이상 직원이 일괄 사직서를 구단주에게 제출하기로 했다.
위기 수준을 떠나 이번 승부조작으로 1997년 창단 이후 K리그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던 대전이라는 팀이 순식간에 사라질 수도 있는 위기를 맞았다.
2013년 승강제 도입을 앞두고 야심차게 2011시즌을 시작한 K리그는 어두운 방 안에 홀로 놓여있는 것처럼 위태롭기만 하다. 많은 이들이 차곡차곡 쌓아온 땀의 결실이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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