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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7.4 한나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주자들의 출마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14일 중립 성향의 박진 의원은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한 지붕 두 가족, 친이·친박의 계파 갈등을 없애야 한다"며 "껍질을 깨는 탕평 정치로 한나라당을 나라와 국민의 미래를 책임지는 하나의 공동운명체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바로 그 다음날 친이 성향의 남경필 의원이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나라당 쇄신세력의 대표로서 반드시 당의 대혁신을 이뤄내겠다”며 7ㆍ4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 출마를 공식화했다.
이에 따라 친정몽준계 전여옥 의원과 친박계 유승민·이혜훈 의원, 친이계 심재철·이군현 의원, 중립 권영세 의원 등도 조만간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4.27 재보궐선거의 참패에 따른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홍준표·나경원 전 최고위원과, 김무성 전 원내대표 및 원희룡 전 사무총장은 출마여부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사람이 바로 최근 주가가 치솟고 있는 유승민 의원이다.
친박계 단일후보로 유력한 유승민 의원은 16일 여의도에 사무실을 차리고 전대 준비에 본격 돌입했다. 유 의원은 이날 당 사무처 출신의 친이계 홍동연씨를 선대본부장으로 영입했다.
자신은 비록 친박계이지만 친이계를 적극적으로 포용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는 것이다.
친박계 의원모임인 여의포럼이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3주년 기념식을 가지면서 친이계 김영우 의원을 토론자로 초청한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중립 성향의 당권주자들도 유 의원에게 잇단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1인 2표제 하에서 친박계 유승민 후보에게 던지는 한 표를 제외하고 나머지 한 표를 자신에게 `몰아 달라'는 뜻이다.
대체 유승민 의원의 주가가 이처럼 급등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단순히 ‘친박계 단일 후보’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그것은 오산이다.
유 의원은 몇 가지 장점이 있다.
첫째, 그는 지난 6.2지방선거와 4.27 재보궐선거의 책임론에서 가장 자유로운 사람이다.
남경필 의원의 경우 지방선거 당시 인재영입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아 선거패배에 따른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또 홍준표 나경원 김무성 원희룡 의원 등은 모두 4·27 재보선 당시 당을 이끈 지도부이기 때문에 재보선 패배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따라서 사퇴 이후 불과 2개월 여만에 실시되는 선거에 다시 지도부가 되겠다나서는 모양새가 국민이나 당원들 눈에 곱게 보일 리 없다.
반면 박근혜 전 대표의 비서실장 출신인 유승민 의원은 그동안 비주류로 단 한 번도 중앙당에서 중책을 맡아 본 일이 없다.
그래서 당원들 사이에서는 ‘도로 한나라당’이 아니라 ‘새로운 한나라당’으로 거듭나려면 이런 사람이 당 대표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유승민 의원은 당정청에 대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던 사람이다.
지금도 필자는 ‘제2 롯데월드’ 초고층 건축과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 책임론을 제기하던 유 의원의 당당한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당시 민주당 등 야당도 군과 민간의 안전 문제를 의식하여 롯데월드 초고층 건축을 반대하기는 했지만 유 의원 같이 정면으로 대통령의 책임소재를 언급하며 강도 높게 비판하지는 않았었다.
또 이명박 정부가 동남권 신공항의 B/C값이 낮아 건설을 취소했다고 주장하자, 유 의원은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며 “동남권 신공항 관련 정부 주장이 터무니없다”고 반박하기도 했었다.
비록 자신이 여당 소속이기는 하지만, 이 대통령이나 이명박 정부의 뜻에 무조건 따라가지는 않겠다는 의사를 확실하게 보여 준 셈이다.
현재 한나라당의 쇄신이 ‘MB 거수기’ 노릇을 탈피하는 것이라면, 이런 유 의원이야말로 적임자 아니겠는가.
그런데 문제는 한나라당이 정말 정신 차리고, 유 의원에게 표를 물어줄 의지가 있느냐 하는 점이다. 즉 ‘도로 한나라당’이 아니라 ‘새로운 한나라당’이 되려는 의지가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이런 의지가 없다면, 한나라당은 내년 총선에서 국민들의 지지를 결코 받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알아서 선택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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