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시민일보]“타고난 성격은 사실 공격적인 스타일입니다. 그런데 15년 동안 국회에서 정치를 배우면서 어떻게 하는 것이 도움이 되겠다는 걸 많이 배웠습니다. 결국 정치를 권력게임으로 보느냐 주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챙기는 일로 보느냐의 차이입니다. 주민의 먹고사는 문제가 선행되지 않고 얻는 권력은 어떤 권력이라도 무너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는 그런 의미에서 싸우지 않는 구의회를 만든 게 큰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김우영 은평구청장은 지난 1년 동안의 소회를 묻는 <시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며, 앞으로 은평구를 은평뉴타운과 한옥마을을 연계한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특색 있는 관광지로 개발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김 구청장은 진관동 북한산 자락의 은평뉴타운내 단독주택 부지를 한옥마을로 조성하기 위해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서울시 산하 SH공사에 요청해 놓은 상태다.
이와 관련, 그는 “자연적으로 산을 끼고 있는 친자연적인 가옥구조가 우리나라의 한옥인데, 현재 많은 외국인들이 선호하는 북촌한옥마을은 골목형이다. 오히려 북한산을 끼고 있고 진관사로 올라가는 수려한 환경조건을 갖고 있는 은평구의 터가 한옥에 더 잘 어울리는 터라고 생각한다”며 한옥마을 조성 사업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특히 그는 한옥마을 조성을 통해 진관동 일대에 관광을 할 수 있는 외국인들이 많이 찾아올 수 있도록 함으로써, 훨씬 더 서울의 가치를 올릴 수 있는 아이디어를 구상 중이다.
그는 “외국인 관광객을 타깃으로 한옥마을을 유치하고 뉴욕 한인의 재미교포분이 투자할 수 있도록 해 한옥지구를 지정할 계획이다”며 “현재 이와 관련해서는 서울시, SH공사와 협의 중에 있다”고 밝혔다.
또 김 구청장은 한옥마을의 브랜드가치를 올리기 위한 방안으로 진관사가 갖고 있는 역사적인 의미의 스토리텔링을 들었다.
그는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를 하기 위해 세운 비밀독서당이나 태조 이성계가 조선 창건 말 때 건립한 수륙대제 터가 있는 곳이 진관사이고, 최근에는 일제시대에 백초월 스님이 3.1운동을 하며 썼던 태극기가 칠성각 해체 보수 과정에서 발견됐다. 또 지난 해 G20정상회의때는 종교지도자들과 외국대사 부인들의 모임인 가든클럽 회원들을 진관사로 초청해 사찰음식을 제공했다”며 “전통사찰음식의 원형이 그대로 보존돼 있는 곳이 진관사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종교지도자들과 가든클럽 회원들이 진관사를 방문해 연잎밥, 연근밥 등을 직접 만들어보면서 한국적인 전통사찰음식에 대해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며 “현재 은평뉴타운이라는 초현대적인 건물이 들어와 있고, 앞으로 한옥이라고 하는 전통적인 건물이 들어오면 은평구는 전통과 현대 조화된 도시가 될 것”이라며 한옥마을이 지역내 들어서는 것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 뿐만 아니라 그는 이 일대 건립할 예정이었던 자연환경박물관을 한옥건축박물관으로 개념을 바꿔 추진키로 했다.
김 구청장은 “자연환경박물관을 은평구가 추진해왔는데 저는 그걸 조선시대 유물을 전시하고 한옥을 만들어 보는 체험을 할 수 있는 동시에 한옥의 각종 기자재를 표준화하는 한옥건축박물관으로 전환해 추진하고 있다”며 “외국인들 입장으로 봤을 때에는 북한산 둘레길을 둘러보고 진관사에 가서 한식도 맛보고, 한옥건축박물관 가서 한옥 짓는 법을 배워보면 좋은 관광코스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구청장의 대표적인 공약사항이었던 주거환경을 개선해주는 사업인 민·관 합작 ‘두꺼비하우징’ 사업도 서울형 사회적 기업으로 지정되는 등 신개념 주거복지사업으로 높게 평가받고 있다.
‘두꺼비 하우징’은 아파트위주로 건설되는 기존의 재개발·재건축 방식에서 벗어나 단독·다가구·다세대 주택을 한꺼번에 아파트처럼 관리하는 사업으로, 구는 지역내 주택의 관리와 개·보수, 생활기반시설 확충 등 주거환경 개선사업을 추진하는 지방공기업인 ‘㈜두꺼비하우징’을 공동 출자해 설립했다.
김 구청장은 “이번에 신사동 2, 3, 7번지를 사업 시범지구로 지정했다”며 “이 사업은 서울형 사회적기업으로도 지정이 됐고 에너지재단에서도 에너지효율사업으로 높이 평가받아 재단에서 지원금을 주기로 했다. 또 국토부에서도 좋은 사업으로 봐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사업이 기존 단독, 다세대, 연립 주택 중에 어느 정도 보수만 해도 충분히 살 수 있는 주민들에게는 주거권을 보장할 수 있고, 지역의 중소기업·건설업·자영업·철물점을 운영하는 주민들한테는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지금 재개발은 대형건설사가 다하고 있기 때문에 지역의 중소기업은 참여할 기회가 없다”며 “지금 은평구에서 자금이 가장 빨리 회전되는 게 재개발사업인데 재개발로부터 막상 은평구의 기업들이 수혜를 입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아직까지 이 사업 시행이 눈에 보여 지는 게 아니다 보니 어떤 사업인지 궁금해 하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시범사업을 진행하면서 중소기업과 주택소유자에게 가져다 주는 이익과 장점들이 전달돼 주변에 많이 퍼지면 좋은 성과가 나타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서울시와도 이 사업의 성공적 결과를 남기기 위해 제도를 보완하고 시가 지원해야 할 점 등을 찾아가 대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서울시 25개 구청장 중 가장 젊은 김우영 은평구청장의 감각 있는 리더십도 눈에 띈다.
김 구청장은 지난 1년 동안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 “저는 실용주의라는 말을 좋아한다”며 “흑묘백묘, 국회 여야간 극심한 대결하는 것을 지난 15년 동안 봐 왔고 그걸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그래서 생각한게 대화와 소통, 사람에 대한 예의를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1년 동안 정치적으로 반대하던 사람들과의 갈등이 있었던 적이 없었다”며 “명분상 손해를 보더라도 실리를 얻는 쪽으로 노력을 했다. 학교급식을 보더라도 구의회에서 무상급식의 예산을 50% 깎았는데, 사실 저는 예산 50%를 받아서 일단 상반기에 집행을 한 후에 하반기에 추경을 올리면 됐다. 정치적으로 플레이를 하더라고 크게 불리한게 없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서로 다투기보다는 잘 풀어나가는게 좋겠다고 생각해 구의원들과 대화를 많이 했다”고 밝혔다.
대화를 통해 나온 게 무상급식 예산 중 깎인 50%를 교육예산에 증액해주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면 예산 항목이 같기 때문에 집행부가 예산범위내에서 교육예산을 쓸 수 있어 김 구청장도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한나라당 구의원들의 명분도 지킬 수 있었던 대화와 타협이었던 것이다.
싸우지 않는 의회를 만들 수 있었던 것도 이같은 김 구청장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김 구청장은 “지역의 국회의원들과도 여야를 뛰어넘어서 서로 협력하는 모양을 만들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며 “대통령이든 장관이든 어떤 분야의 수장이라면 공통분모를 찾아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반대하는 사람들을 설득해 나가야 한다. 그런데 이런 공통분모를 통해 해낸 성과가 없으면 내가 하고 싶은 일도 오해할 수가 있다”고 말했다.
일례로 그는 “현재 주민참여예산제도와 두꺼비하우징 사업 등이 구의원들 사이에서 정치적인 게 아니냐는 오해가 많다”며 사소한 의견으로부터 오는 갈등을 막기 위해 작은 것 하나에도 세심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구청장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김 구청장은 그동안 은평구가 변화할 수 없었던 이유로 낡은 리더십을 지적했다.
그는 “오히려 저보다 젊은 30대가 구청장이 돼도 얼마든지 잘 해낼 수 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 감각이 뛰어나다”며 “은평구민의 평균나이가 37살인 것에 비하면 40대 구청장은 젊은 게 아니고 중간세대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60대 구청장이 20년 가까이 해왔기 때문에 은평구의 변화되는 모습이 부족했던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때는 주로 건물 새로짓기가 행정의 전부인 것처럼 비춰져 왔다. 물론 지금도 필요하긴 하지만 현재 제일 어려운 게 예산이 부족하다. 예산은 적고 필요로 하는 시설이 많은 게 안타깝다”며 “그래서 나온 방법이 청소년들이 맘 놓고 쉬고 학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는 ‘신나는 애프터’ 사업인데, 이 사업은 학원건물을 임대해서 리모델링해 적은비용으로 많은 효과를 내는 사업이다”고 덧붙였다.
최민경 기자 wowo@siminilbo.co.kr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