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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언론은 ‘박근혜 현상’을 전하고 있다.
‘박근혜 현상’이란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폭락하고, 한나라당 지지율이 떨어지는 데도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지지율은 전혀 흔들림 없이 대세론을 유지하고 있는 현상을 말하는 것이다.
특히 내년 대선에서 여권단일후보와 야권단일후보 가운데 누구를 찍겠느냐고 물으면 ‘야권단일후보’라고 응답하면서도 정작 ‘박근혜’와 다른 야권 단일후보가운데 누구를 찍겠느냐고 물으면 ‘박근혜’라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오는 현상이 바로 ‘박근혜 현상’이다.
그런데 요즘 미미하나마 ‘노무현 현상’도 있다는 사실을 감지할 수 있다.
“사람 사는 세상 반드시 실천하겠습니다.”
이는 김정길 전 행정자치부 장관이 지난 달 22일 장마로 인한 강한 빗줄기 속에, 정치적 동기이자, 친구이기도 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서 대권에 대한 강한 도전의사를 밝히며 다짐한 말이다.
사실 김 전 장관은 어찌 보면 잊혀져가는 정치인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런 그가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노 전 대통령 묘역에 헌화하고, 자신의 에세이 '김정길의 희망' 헌정식을 한 후 “노 대통령님! 당신이 그립습니다. 사람 사는 세상, 우리가 추구했던 가치를 반드시 실천하겠습니다”라는 글을 방명록에 남겼다.
그러자 언론이 그를 주목하기 시작했고, 국민들도 그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대체 김 전장관은 누구인가.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3당 합당을 거부, 이른바 ‘꼬마 민주당’에 참여하는 등 험난한 정치인생을 걸어온 원칙과 소신의 정치인으로 유명하다. 지난 6.2 지방선거에서는 노 전 대통령이 그랬던 것처럼 민주당의 부산시장 후보로 나섰다가 패하고 말았다.
하지만 무려 44.6%를 득표하여 지역주의 벽을 깨뜨리는 기적 같은 결과를 만들어낸 주역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런 그가 진보진영 대선주자의 호감도 조사에서 정동영 천정배 민주당 최고위원을 제치고 단숨에 5위에 올랐다.
대선주자로 이름을 올리자마자 강력한 주자로 떠오른 것이다.
실제 지난 달 30일 리서치뷰의 조사에 따르면 진보진영의 대선후보 호감도는 손학규 21.6%, 문재인 16.1%, 유시민 8.9%, 한명숙 7.1%, 김정길 5.7%, 정동영 4.3%, 천정배 1.1%순으로 나타났다. 호감 가는 사람이 없다는 응답은 35.2%였다.
이번 조사는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서치뷰(대표 안일원)와 정치전문인터넷신문 뷰앤폴 공동으로 지난 달28일부터 30일까지 3일간 가구전화를 대상으로 무작위 표본추출을 통해 조사했다. 이 조사는 ARS/RDD(Random Digit Dialing)방식으로 조사했으며, 유효표본은 1,500명(응답률 : 5.3%), 표본오차는 95%신뢰수준에 ± 2.5%p이다.
이번 조사에 김장과의 이름이 처음으로 올라갔고, 올라가자마자 강력한 경쟁자인 정동영 천정배 최고위원 등을 모두 제치는 놀라운 위력을 발휘한 것이다.
물론 국민들에게는 아직 김 전 장관보다는 문재인 변호사나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가 더 노 전 대통령을 연상케 하는 사람들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김 전 장관과 노 전 대통령의 관계를 아는 사람들의 생각은 다르다.
김 전장관이말로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궤적과 너무나 닮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런 사실이 언론을 타고 세상에 알려질 경우 그는 단숨에 야권 선두주자인 손학규 민주당 대표를 위협하는 경쟁자로 부상할지도 모른다.
이게 바로 ‘노무현 현상’이다.
어쩌면 2012년 대통령 선거는 ‘박근혜 현상’과 ‘노무현 현상’이 격돌하는 선거가 될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누가 승리할까?
보수진영의 대선후보 호감도는 박근혜 전대표가 37.3%로 여전히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어 김문수 8.5%, 오세훈 8.3%, 이회창 6.1%, 정몽준 3.8% 등 그 뒤를 잇고 있지만 아예 지지율이라고 말하기조차 민망한 수준이다. 특히 박 전 대표는 광주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가장 높은 지지를 받았다.
반면 진보진영의 경우 김 전 장관을 비롯해 문재인 유시민 등 노무현 현상을 보이고 있는 후보들은 여전히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지지율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 면에서 아직은 ‘노무현 현상’을 ‘박근혜 현상’과 비교하는 것은 조금 무리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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