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친박, ‘반홍 연대’ 하나

    고하승 칼럼 / 최민경 / 2011-07-13 13:48:00
    • 카카오톡 보내기

    편집국장 고하승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의 무리한 사무총장 임명이 결국 일부 신임 당직자들의 ‘당직 거부’라는 후유증을 초래하고 말았다.

    홍 대표는 지난 12일 유승민 원희룡 최고위원의 반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사무총장에 자신의 핵심 측근인 김정권 의원을 임명하기 위해 표결에 붙이는 무리수를 두었다.

    유-원 두 최고위원은 3선급 이상의 중립인사가 사무총장에 임명돼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고, 결국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버렸다.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는 두 최고위원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당 사무총장과 대변인을 비롯한 23명의 당직(黨職) 인선안을 통과시켰다.

    그렇게 해서 재선의 김 의원이 사무총장에 임명된 것이다.

    문제는 그 다음에 곧바로 나타났다.

    당직에 임명된 일부 의원들이 "사전에 얘기를 전혀 듣지 못했다"며 당직을 맡지 않겠다고 거부하고 나선 것.

    홍보기획본부장에 임명된 3선의 심재철 의원 측은 "인선안 발표 이후 홍 대표가 '당직을 맡아달라'고 전화했다"며 "재선 시절 이미 홍보기획본부장을 맡은 적이 있어서 명단에서 빼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노동위원장에 임명된 현기환 의원도 "당직을 맡지 않겠다"고 했다. 현 의원은 "단 한 번 상의 없이 당직을 통보했다"며 "'당에서 결정했으니 따르라'는 식의 인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거부했다.

    중앙연수원장에 임명된 3선의 김학송 의원도 "당직 발표 후 연락을 받았는데 사양했다"며 "중진 의원이 갈 자리가 아닌 것 같다"고 당직 수락을 전면 거부했다.

    13일 진행된 신임 당직자 임명식에는 약 3분의1이 불참했다.

    물론 불참자들이 전부 당직을 거부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지역구 사정이나 해외출장 등을 이유로 참석하지 못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당직 임명식에 23명 가운데 무려 9명이나 불참한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이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런 사태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재선 사무총장 밑에서 3선 이상의 중진들에게 그보다 비중이 덜한 당직을 맡으라는 것은 그들을 우롱하는 행위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유 최고위원과 원 최고위원이 사무총장만큼은 3선 이상의 중진이 맡아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이런 상황을 예견한 때문일 것이다.

    결국 홍 대표는 초.재선급 의원들 가운데서 당직자를 골라내야 하는 딱한 처지가 되고 말았다. 인재 등용의 폭이 그만큼 좁아진 것이다.

    특히 홍 대표의 이 같은 처신이 ‘친홍(친 홍준표)’대 ‘반홍’ 갈등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그동안 한나라당은 친이-친박 갈등으로 바람 잘 날이 없었다.

    그런데 이들이 지금 손을 잡고 ‘반홍 연대’ 세력을 구축하고 있다.

    사무총장 인선에 반대한 유승민 최고위원은 친박계의 지원으로, 원희룡 최고위원은 친이계의 지원으로 각각 7.4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 자리에 올랐다.

    그들이 지금 홍준표 대표의 독선에 맞서 연대를 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원 최고위원은 이날 한 방송에 출연, “앞으로의 당직 인사와 당무, 그리고 공천과정에 대해선 유승민 최고위원과 긴밀하게 협의하면서 홍 대표의 독단과 전횡에 대해서 강력히 공동 대처해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당직을 거부한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핵심 친이계와 친박계 인사들이다.

    결국 친이-친박이 손을 잡고 ‘반홍 연대’ 세력을 구축하는 모양새가 되고 만 것이다.

    이런 상태라면 아직 합의가 안 된 사무 1,2 부총장과 여의도 연구소 소장을 임명하는 과정에서 진통이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남은 임명직 최고위원 두 자리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당내 ‘친홍-반홍’ 갈등이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게 될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럭비공은 어디로 튈까?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최민경 최민경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