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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여야 각 정당에서 때 아닌 ‘물갈이’ 논란이 한창이다.
특히 영남을 텃밭으로 하는 한나라당과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민주당 내에서 물갈이를 둘러싼 신경전이 팽팽하다.
먼저 한나라당을 들여다보자.
한마디로 폭풍전야다.
홍준표 사단은 인재영입을 통한 물갈이에 무게를 두는 반면 물갈이 대상으로 거론되는 쪽은 ‘인위적 물갈이 반대’를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실제 김정권 당 사무총장과 주호영 인재영입위원장, 김용태 기획위원장 등은 ‘물갈이’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특히 물갈이 논란의 중심에 홍준표 대표가 임명을 강행한 김정권 사무총장이 서있다.
김 사무총장은 각종 언론인터뷰를 통해 '공천 물갈이'를 언급하고 나섰다.
여기에 기획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용태 의원이 가세하고 나섰다.
그는 '지역에서 당이나 대통령 보다 지지도가 낮은 현역의원'이라는 구체적인 물갈이 기준까지 제시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지금껏 당의 전략지역 개념은 어려운 지역에 지명도 있는 외부 인사를 보내 `이름값으로 살아오라'는 것이었으나 이제는 당도 인기가 없는 만큼 외부에서 영입한 신망 있는 인사는 당선이 가능한 지역으로 배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호영 여의도연구소장도 물갈이대상으로 '존재감 없는 영남권 중진'을 거론하고 나섰다.
즉 한나라당 전통 텃밭인 영남권과 강남권 등을 중심으로 외부인재를 영입해 물갈이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자 영남권 다선 의원들이 발끈했다.
정의화 국회 부의장은 "국회의원을 그만두게 할 수 있는 것은 유권자와 자기 자신뿐"이라고 반발했다.
특히, 다선의원들이 다수 포진한 영남권 친박계의 분위기는 한층 더 격앙돼 있다.
영남권의 친박계 의원들 가운데 상당수가 비록 다선 의원이 되기는 했지만, 친이계가 장악한 당에서 배제돼 중앙 정치무대에서는 무명인사나 다를 바 없는 신세가 됐고, 그로 인해 물갈이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제1 양당인 민주당도 물갈이론으로 갈등을 빚기는 마찬가지다.
수도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영남 패권주의에 견줘 호남 패권주의는 여전히 응집력이 높다. 전국 정당화를 가로막는다”며 호남 물갈이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는 반면, 호남 출신 의원들은 “역대 총선에서 호남은 평균 30~40% 교체됐다. 대책 없는 물갈이는 무소속 당선자만 양산하면서 당내 갈등과 분열만 초래할 뿐”이라고 발끈하고 있다.
특히 전북 임실 · 무주 · 진안 · 장수를 포기하고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정세균 최고위원은 "선거를 통해 교체하는 게 자연스럽지만 민주당 공천을 받으면 호남에선 당선확률이 높기 때문에 후보 선정과정에서부터 상당 수준의 교체를 해야 한다"며 일종의 '호남 물갈이 선도론'을 주장했다.
그러나 민주당 손학규 대표 비서실장인 김동철 의원(광주 광산 갑)은 “호남이라는 이유로 공천의 잣대를 달리한다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 의원은 지난 4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그동안 제왕적 총재의 의해 당 기여도 등에 따라 이뤄진 공천 때문에 쇄신 차원의 물갈이론이 나왔다"며 "지금은 달라진 만큼 호남이라는 이유로 특별하게 공천할게 아니라 전국이 모두 똑같은 기준과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 ‘물갈이’를 주장하는 쪽이나, 이를 반대하는 쪽의 주장은 모두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즉 참신한 인물에게 정치참여기회를 부여해야 하기 위해 물갈이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나, 그렇다고 인위적으로 물갈이를 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나 모두 틀린 말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양측 주장이 국민의 공감대를 얻기는커녕, 오히려 추한 밥그릇 싸움으로만 비춰지는 건 왜일까?
그동안 한나라당이나 민주당 모두 제대로 된 공천 원칙이 없거나, 있어도 원칙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지금 여야 각 정당에서 진행되고 있는 물갈이 논란을 지켜보는 국민의 반응은 지극히 냉소적일 수밖에 없다.
어쩌면, ‘그래, 니들끼리 치고받아라, 난 관심 없다’고 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같은 불신을 해소하려면, 대폭적인 물갈이를 진행하되, 모두가 납득할만한 분명한 원칙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특히 현역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국민경선제’를 주장하는 것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고집하는 것으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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