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확장성 한계 드러났다

    고하승 칼럼 / 최민경 / 2011-10-10 12: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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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한나라당이 지난 9일 각 언론사 정치부 기자들에게 일제히 보도자료를 뿌렸다.

    바로 한나라당 부설 여의도연구소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다.

    여의도연구소가 지난 7일 서울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의 성인남녀 5775명을 대상으로 ARS 전화조사(RDD 방식)를 실시한 결과,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 46.6%, 무소속 박원순 후보 49.7%로 두 후보 간 격차가 3.15%p로 좁혀졌다는 것.

    아마도 그동안 실시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 후보와 박 후보 간 격차가 8%~10% 정도 차이가 벌어졌었는데, 이번에는 그 격차가 상당히 줄어들었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리려 한 것 같다.

    뭐, 그럴 수도 있다.

    이른바 ‘선거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최근 “10.26 재보궐선거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나 후보의 지지율이 어느 정도 상승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론조사 결과를 면밀히 들여다보면, 한나라당은 이를 마냥 즐거워할만한 일도 아닌 것 같다. 오히려 땅을 치고 통곡해야할 일이다.

    우선 여의도연구소가 발표한 후보 적합도 조사를 보자.

    박원순 후보는 서울시장 적합도 조사에서도 53.2%(매우 적합 28.6%, 적합한 편 24.5%)의 지지를 받았다. 반면 나경원 후보는 47.5%(매우적합 26.1%, 적합한편 21.4%)의 지지를 받는데 그쳤다. 두 후보간 격차는 5.75%P에 불과하다.

    문제는 이 같은 격차를 더 줄일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관건은 표의 확장성을 누가 더 많이 가지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만일 나 후보에게 표의 확장성이 있다면 그 격차가 줄어들겠지만, 반대로 박 후보에게 확장성이 있다면 그 격차는 오히려 더 벌어질 것이다.

    그런데 나 후보를 지지한 시민들은 주로 한나라당(81.0%)과 자유선진당(53.0%) 지지자들이었다.

    반면 박 후보는 민주당 지지층(82.7%)은 물론, 다른 야당 지지자들과 특히 ‘지지 정당이 없다’는 무당층(63.9%)으로부터도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즉 표의 확장성 면에서 박 후보가 나 후보를 압도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 같은 상황은 정당 지지율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는 한나라당이 40.0%로 단연 선두다. 반면 제 1야당이라고 하는 민주당 지지율은 21.2%로 그 절반 수준에 그쳤다.

    이어 민주노동당 3.4%, 국민참여당 2.9%, 자유선진당 2.2% 순이고, 기타정당은 3.1%, 지지 정당 없음은 27.3%다.

    즉 나 후보의 46.6% 지지율은 한나라당 지지율과 자유선진당 지지율을 합친 42.2%를 추월한 상태로 더 이상 오를 수 없는 임계점까지 올라 있는 상태다.

    물론 박근혜 효과일 것이다.

    반면 박 후보의 49.7% 지지율은 민주당 민노당 국민참여당 기타정당의 지지율에 무당층을 합친 57.5%에 못 미친다. 아직도 7%~8% 가량 상승요인이 남아 있다는 뜻이다.

    이 여론조사의 표본오차는 95%신뢰수준에 ±1.29%P다.

    여의도 연구소 여론조사 결과만 그런 게 아니다.

    한겨레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8일 가상대결 여론조사를 한 결과 역시 비슷하다. 이 조사는 서울시 성인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RDD(임의번호 걸기) 전화면접조사 방식으로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 포인트다.

    이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지지층의 78.2%가 나 후보를 지지했고, 민주당 지지자는 88.0%가 박 후보를 지지했다. 특히 무당파 유권자층에선 박 후보의 지지율(62.5%)이 나 후보 지지율(22.7%)을 크게 앞섰다.

    나 후보의 표의 확장성 한계가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박근혜 전 대표가 선거지원의사를 밝힌 이후 보수층이 결집해 나 후보의 지지율이 5%~7% 정도 상승하기는 했지만, 반대로 무당층과 중도층을 밀어내는 동시에 진보층을 결집시키는 역효과를 초래했다는 뜻이다.

    이래저래 이번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박근혜 전 대표와 한나라당 모두에게 악재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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