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불거진 ‘황제테니스’

    고하승 칼럼 / 주정환 / 2011-10-16 14: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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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지난 2006년 3월, 이른바 ‘황제테니스’라는 용어가 언론에 등장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당시 서울시 테니스협회의 초청을 받아 ‘공짜’ 테니스를 즐긴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실제 MB는 지난 2003년부터 2005년 말까지 남산 실내테니스장에서 전 서울시테니스협회장인 선병석씨의 초청을 받아 매월 2∼3회, 1회에 2∼3시간씩, 주말 황금시간대에 독점 사용해 왔다.
    그러나 그는 ‘황제테니스’를 즐겼으면서도 1시간에 4만원인 사용료는 제 때에 지불하지 않았다.
    뒤늦게 문제가 되자 나중에 사용료 600만원을 일괄지불했고, 2000만원은 선씨가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대신 내 준 것으로 알려졌다.
    선씨는 지능형 교통정보 시스템 업체인 <트래픽ITS>가 서울시 도시고속도로 CCTV설치사업을 딸 수 있도록 중간에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래서 선씨가 대납한 2000만원은 일종의 뇌물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그런데 이 사건이 국민들 뇌리에서 잊혀질만하니까, 또 다시 이를 상기시키는 사건이 터져 나오고 말았다.
    바로 서초구가 MB 퇴임 후 사저가 들어설 서울 서초구 내곡동 인근에 ‘황제테니스장’을 조성하는 공사를 지난 12일 착공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물론 진익철 서초구청장은 "내곡동 체육시설 건립은 지난해부터 추진한 일로 이 대통령 사저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미심쩍은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서초구는 이 대통령의 사저에서 불과 1.5㎞ 떨어진 내곡동 1-16번지에 테니스 코트 6면 등 체육시설을 조성하기 위해 서울시 특별교부금 4억6000만원과 구비 8억4000만원 총 13억원의 예산을 투입키로 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테니스장 등 체육시설 조성을 위해 4억 6000만원의 특별교부금을 준 일이 없다고 한다.
    다만 시는 양재근린공원 정비용도로 15억원의 특별 교부금을 주었을 뿐이라는 것.
    그런데 서초구가 이 가운데 4억 6000만원을 무단으로 빼내 MB 사저 인근에 테니스장 등 체육시설을 조성하는데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별교부금은 용처를 변경해 사용할 수 없다. 따라서 서울시가 이의 반환을 요구할 경우, 구는 이를 돌려줄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구의회 정례회에서 이 문제에 대해 의구심을 가진 한 구의원의 계속된 질문에 담당 공무원이 거짓으로 일관했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해 말 편성된 ‘2011년 예산서’에는 이 사업이 빠져 있다.
    그런데 지난 6월 서초구는 느닷없이 내곡동에 특별교부금 4억 6000만원과 구비 8억원을 들여 테니스장 등 생활체육 시설을 짓겠다는 사실을 구의회에 통보했다.
    그때가 바로 이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가 내곡동 부지 실계약을 한 직후다. 이씨가 계약을 체결한 것은 지난 5월이다.
    당시 서초구 생활운동과 조 모 과장은 특별교부금에 대해 '서울시로부터 테니스장 설치 명목으로 받았다'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
    실제 한나라당 소속 김학진 서초구의원이 몇 차례에 걸쳐 질문을 던졌다.
    김 의원이 "이 금액을 다른 용도로는 사용 못하는 것이냐?"고 재차 물었고, 조 과장은 "4억6000만원의 예산이 이것(테니스장등 체육시설)으로 편성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김 의원이 "체육시설로 돼 있는데 종목은 어떤 종목이 들어가도 관계없느냐?"고 묻자, 조 과장은 "주 운동시설이 테니스장을 설치하는 것으로 했기 때문에 (다른 종목을 설치시)문제가 발생될 수도 있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명백한 거짓이다.
    그런데도 서초구는 ‘MB 사저와 관계없는 테니스장’이라고 궁색한 변명만 늘어놓고 있다.
    하지만 공사 착공 과정과 시기 등을 종합해 볼 때, 이는 MB 퇴임 이후를 위한 ‘황제 테니스장’ 조성이라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따라서 서초구는 ‘황제 테니스장’ 건설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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