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풍-안풍, ‘대권주자 대리전’ 우려

    고하승 칼럼 / 진용준 / 2011-10-24 13: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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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끝내 우려하던 일이 현실화 되고 말았다.


    10.26 서울시장 보선 투표일이 임박한 가운데 ‘박풍(박근혜 바람)’과 ‘안풍(안철수 바람)’이 정면충돌하게 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안철수 교수는 24일 박원순 야권단일 후보에 대해 지원을 공식 선언했다.


    안 교수가 직접적으로 박 원순 후보를 지지할 경우, 그 파장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


    직접 지원 유세를 하지 않더라도 만일 안 교수가 SNS(소셜네트워크)에서 박 후보에 대해 지지의사를 표시할 경우, 젊은 층들을 투표장으로 끌어들이는 효과를 발휘해 투표율은 무려 ‘50%대’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투표율이 높아지면 박 후보가 그만큼 유리해 지는 것이다.


    또 일부 전문가들은 안 교수가 박 후보를 지원할 경우 박 후보의 지지율이 5% 정도는 상승할 것이란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물론 이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를 지원한 효과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이지만, 나 후보와 박 후보가 초박빙의 승부를 펼치는 시점에서 중요한 변수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도 나경원 후보 측의 안형환 선대위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안철수 효과는 불과 5%에 머물렀던 박 후보의 지지율에 충분히 반영돼 선거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미 ‘안풍’을 예고하는 조짐이 주가에서 민감하게 나타났다.
    실제 안 교수가 박 후보를 지원할 것이란 소식이 알려진 이날 일명 ‘박원순주(株)’는 급등한 반면 ‘나경원주’는 급락했다.


    우선 코스닥시장에서 안철수연구소는 오전 9시35분 현재 전일 대비 7.70% 오른 9만3700원에 거래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안철수연구소 사상 최고가다.


    또 ‘안철수 바람’을 타고, 휘닉스컴(7.94%), 웅진홀딩스(6.76%), 풀무원홀딩스(4.84%) 등 박원순 후보 관련주도 동반 급등했다.


    반면 ‘나경원 테마주’는 주춤했다. 통신장비업체 한창은 전일 대비 7.10% 내린 458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 회사는 최승환 대표가 나 후보의 서울대 법학대학 동문이란 이유로 이달 초순 나흘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으나 최근 반토막이 나고 말았다.


    주식시장의 반응은 곧 민심의 바로미터다.


    한마디로 안풍의 위력이 막강하다는 뜻이다.


    사실 안 교수를 선거판에 끌어 들인 것은 어찌 보면 박근혜 전 대표인 셈이다.


    박 전 대표는 지난 13일부터 박원순 후보에 비해 무려 두 자릿수로 격차가 벌어졌던 나경원 후보 지원에 나섰고, 결국 지금은 그 격차를 좁혀 초박빙의 승부전이 펼쳐지게 만들었다.


    이에 자극을 받아 안 교수가 박 후보 지원을 공식 선언하게 됐고, 박 전 대표는 안풍 저지를 위해 서울 신촌에 이어 강북, 도봉, 노원구 등 동북부 지역을 순회하는 등 나 후보 지원 행보를 이어갔다.


    한마디로 서울시장 선거가 대권주자들의 대리전으로 변질되고 만 것이다.


    사실 이번 선거에 나타난 민심은 ‘반(反)MB 비(非)민주’였다.


    그런데 박풍과 안풍이 정면충돌하면서 한나라당 대 비한나라당 대결구도로 변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가장 타격을 많이 받는 사람은 박근혜 전 대표다.


    사실 박 전 대표는 그동안 한나라당지지 층은 물론, 무당 층으로부터도 상당한 지지를 받아 왔었다.


    그런데 이번에 나 후보의 선거지원으로 인해 무당층 가운데 일부가 박 전 대표에게 등을 돌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아무튼 서울시민들은 서울시장을 선출하는 이번 선거가 ‘대선 예고편’이 되거나, ‘대권주자들의 대리전’으로 변질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나경원과 박원순 두 후보 가운데 누가 서울시민들의 애환에 좀 더 귀를 기울이고, 누가 서울시의 미래를 아름답게 만들 수 있느냐 하는 게 더 중요하다.


    유권자들의 판단 역시 같은 선상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즉 박근혜와 안철수를 보고 투표를 할 게 아니라, 바로 나경원과 박원순을 보고 투표를 해야 한다는 말이다.


    모쪼록 유권자들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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