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인 "'완득이'로 대중의 인정 받는 게 제 바람"

    영화 / 관리자 / 2011-10-25 11: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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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개봉과 동시에 관객들을 빨아들이고 있는 코믹 휴먼 드라마 '완득이'(감독 이한)

    '완득이'의 타이틀롤인 고교 2년생 '도완득'(유아인)은 지독한 가난, 곱사등이 장애인인 데다가 광대 춤 추는 재주 밖에 없는 아버지, 가출했다가 17년만에 불쑥 나타난 필리핀 이주 여성 어머니 등 악조건 속에 산다.

    하지만 천성이 워낙 착한 데다 아버지로부터 가정 교육도 잘 받은 덕에 공부 못하고, 친구 하나 없는 외톨이로 지낼지언정 결코 엇나가지 않는다. 기껏하는 나쁜 짓은 '욱'하는 마음을 못참고 주먹질을 하거나 교회에 가서 자신을 '괴롭히는' 담임 '동주 선생'(김윤석)을 죽여 달라고 하나님에게 기도할 뿐이다.

    그런 완득이가 동주 선생과의 멘티 멘토 관계를 통해 비로소 세상을 향해 마음을 열고 웃음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성장 스토리다. 70만부가 팔린 작가 김려령(40)씨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영화화했다.

    관객들을 웃기고 울리는 '완득이'는 유아인(25)이 맡았다.

    지난 해 KBS 2TV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에서 손발이 오글거리는 폼생폼사 연기로 뭇 여성들을 '걸오앓이'에 빠뜨렸던 '문재신'이다.

    이번 영화에서는 180도 달라졌다. 멋있기보다는 찌질함의 극치를 달린다. 20대 남자배우를 대표하는 패셔니스타로 일컬어지는 유아인이지만 쥐 파먹은 듯한 헤어스타일에 교복과 허름한 사복 차림이 전부다. 피부는 한국인과 필리핀인의 혼혈 역을 위해 인공 태닝으로 최대한 까무잡잡하게 만들었다. 영화 내내 멋있다가 어쩌다 망가지는 것이 아니라 시종일관 그 꼴이다. 인기를 먹고 사는 젊은 배우로서는 최악의 캐릭터인 셈이다.

    그런데도 선택했다.

    "소설을 읽어보지 않아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로 시나리오를 받았어요. 그런데 너무 재미있고 흥미진진해서 멈추지 않고 읽게 만들더군요. 외국인 노동자 문제, 한국인 다문화 가족 이야기도 심도있게 다루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건드려주니 좋았어요. 너무 심각하게 풀지도 않구요. 완득이도 그런 환경 속에서 잘못되지도 않고, 학교도 열심히 다니는 거에요. 굉장히 좋은 아이이고, 착한 친구였어요. 환경을 현실로 받아들일 뿐 내팽개치지 않고요. 어른스럽더라구요. 그래서 꼭 하고 싶었죠."

    쉽지 않은 결정이기도 했다.

    "데뷔작이었던 2003년 드라마 '반올림'에서의 아역 이미지를 성균관스캔들을 통해 벗었는데 다시 교복을 입는 것에 대해 주변에서 우려를 많이 했던 것도 사실이에요"라면서 "하지만 전작들, 특히 성균관스캔들에서 너무 심하게 멋있는 척해서 한 번 해보고 싶었어요. 사실 못생기게 나오면 연기력이 좀 더 좋아 보이니까. 하하하." 솔직한 고백이다.

    아무 치장도 하지 않는 완득이지만 유아인은 외양적으로도 완벽에 가깝게 표현하기 위해 완득이에게 한껏 공을 들였다.

    "최대한 못생기게, 자연스럽게 보이려고 했어요. 완득이가 멋 부리고 다니면 완득이 같지 않잖아요? 그래서 머리에 왁스도 발라 헝클어뜨려도 보고, 완득이의 피트가 무엇일까 생각해서 교복을 수선해서 입어 보기도 하고요. 윗옷이 엉덩이를 어느 정도 덮을까도 고민했죠. 예쁘게 꾸미는 것보다 못나게 만드는 게 더 어렵더라구요."

    세상으로부터 숨어서 지내려는 완득이를 자꾸만 밖으로 끌어내려고 하는 동주선생은 미친 연기력의 김윤석(43)이 맡아 전작들처럼 온몸을 던지는 열연은 물론 입으로도 놀라운 호연을 펼친다. 그런 김윤석 앞에서도 유아인은 주눅 들기는커녕 뜨거운 연기 대결까지 불사했다.

    유아인은 "김윤석 선배님이 저보다 먼저 캐스팅되셨어요. 제가 이 영화를 꼭 하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선배님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었죠"라면서 "선배님과 공연한다는 게 무섭고 부담스럽기도 했던 것도 사실이에요. 하지만 제가 불편하지 않도록 많은 배려를 해주셨어요. 맞대결이요? 에이, 저와 선배님이 아니라 완득이와 동주선생이겠죠."

    영화에서 동주선생이 완득이의 진정한 멘토였던 것처럼 김윤석은 유아인에게도 훌륭한 멘토가 돼줬다.

    "제가 아직 얼마 안 된 배우이고, 제 연기하기에만 급급해서 좁게 파왔다면 선배님은 영화 전체를 아우르는 힘과 시야를 가지신 분이세요. 흐름을 알고 적재적소에서 정확한 연기를 해주시는 분이시죠. 선배님은 저 같은 핏덩이 배우를 만나서 어떤 방식으로 끌어 올려야 하고, 어떻게 반응해야 하며, 어찌 던져줘야 하는지를 아시는 분이세요. 정말 편하게 대해주시면서도 도움이 필요하고, 간절한 순간에는 많은 힘이 돼주셨죠."

    김윤석과 호흡을 맞추면서 유아인에게 생긴 또 다른 바람 하나, "선배님은 영화 시작 전에는 꼭 한 번 같이 해보고 싶은 배우였어요. 그런데 끝마칠 때가 되니 꼭 다시 같이 하고 싶은 배우가 되더군요."

    완득이는 우연한 기회에 킥복싱에 입문하게 된다. 잘할 줄 아는 게 싸움 밖에 없는 가난한 가정의 아들이 나쁜 길로 빠지지 않고 제 특기를 살리도록 하는 탁월한 설정이었다. 하지만 유아인에게는 엄청난 고통이 따랐다.

    "사실 저는 운동하는 것을 되게 싫어해요. 킥복싱 훈련과 스파링은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이 하기에도 시간과 체력이 벅찬 일인데 제게는 어련했겠어요?"라면서 "그래서 우리 영화가 전문적인 격투기 영화가 아니고, 완득이도 프로 킥복싱 선수도 아니니까라고 나름대로 합리화하려고 했죠"라고 극복 방법을 털어놓았다.

    아무리 마음은 그렇게 먹었다고 해도 유아인은 배우로서는 프로다. 3개월 동안 줄넘기하고 샌드백을 쳐대며 철저히 준비했다. 실제 킥복싱을 처음 배우는 사람들처럼 한 스텝, 한 스텝 밟아간 셈이다.

    가장 육체적으로 힘들었을 장면이 후반부 스파링 신일 듯하다.

    "원래 이틀로 나눠 찍으려고 했는데 제가 한 번의 호흡으로 가자고 했어요. 그런데 찍다 보니 24시간 동안 찍게 됐죠. 완전히 녹초가 됐어요"라면서 "맞고 바닥에 쓰러져 누우니 어찌나 시원하던지요"라고 진저리를 치면서도 빙긋 웃었다.

    이 장면에서 유아인은 정말 신나게 맞았다. 헤드기어도 착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수한 펀치 세례에 하이킥까지 정통으로 얻어 맞는다.

    "진짜로 맞았죠. 맞고 쓰러지는데 슬로까지 걸리니 가짜로 맞았다간 연기를 아무리 잘해도 티가 나거든요. 아마 현실에서 그렇게 두드려 맞으면 도망쳤을 거에요. 이한 감독님이 어찌나 걱정하시던지요. 맞는 장면에서 실제로 퍽퍽 소리가 났으니 그럴 만했죠. 저와 스파링한 분이 제 킥복싱 사범님인데 안 다치게 잘 때려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만약에 다쳤으면 아마 감독님한테 온갖 유세를 떨었을 걸요."

    연기 잘하고 매력 넘치는 젊은 배우로 성가를 높여온 유아인이지만 아직은 평가에 목말라 있다.

    "저는 과도기에 있는 배우에요. 신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궤도에 올라선 안정감 있는 배우도 못되구요. 인지도도 아직 부족하고, 연기력도 많이 키워야 하죠. 그래서 제게는 완득이가 정말 중요해요. 시나리오를 읽으며 '이런 영화였으면' 했던 것처럼 영화가 나와서 기뻐요. 걱정을 많이 했는데 모두 해소됐거든요. 이제는 완득이가 됐던 제 연기가 제 바람처럼 대중의 인정을 받는 것만 남았네요."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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