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통령 경호예산 지나치다

    고하승 칼럼 / 최민경 / 2011-11-02 15: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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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제법 바른말 잘하기로 알려진 이만섭 전 국회의장이 2일 전직 대통령의 경호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이 전 의장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논란이 됐던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문제를 거론하며 “경호실도 최대한 줄여야 한다. 대통령 그만 두는데 누가 암살할 사람 있나. 왜 그렇게 야단스럽게 경호실을 짓고 하냐”고, 이 대통령이 경호실을 크게 지으려 했던 것을 비난했다.

    또 그는 “순경 한 두 사람이 집 앞에 보초만 서면되지 왜 막대한 예산을 들이고 그렇게 어마어마한 경호실을 만드나. 경호실 예산이 많이 든다. 전부 삭감해서 복지예산으로 돌리면 된다”고, 전직 대통령 경호 예산 규모가 지나친 점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사실 그의 이 같은 지적은 전적으로 옳다.

    MB 내곡동 사저 논란 이후 국민들의 공감대까지 형성돼 있는 마당이다.

    물론 이 대통령은 ‘내곡동 사저’ 추진을 백지화시키고 당초 계획대로 논현동 자택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혔지만 ‘논현동 자택 공시가격’ 등 각종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더구나 민주당 고발에 따른 검찰 수사도 남아 있어 사저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이 사저용 부지를 아들 명의로 구입한 것 등은 여전히 풀리지 않은 의혹으로 남아 있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사저를 정말 내곡동으로 이전하려 했는가’라는 의구심을 나타내기도 한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어마어마한 혈세를 들여 경호실을 궁전처럼 지을 수 있도록 한 제도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당초 이명박 대통령 ‘내곡동 사저’의 경호 시설 부지 매입 예산은 무려 40억원에 달한다.

    단순히 부지 매입비용만 그렇다.

    거기에 건축비와 인건비 등을 합치면 그야말로 천문학전인 비용이 전직 대통령 경호에 들어가는 셈이다.

    실제 최근 경찰청이 제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전두환 전 대통령의 경호비용은 8억5193만원, 노태우 전 대통령은 7억1710만원으로 총 15억6903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기에 보안을 이유로 제출을 거부한 대통령실과 특수경호대 소속 지원금액까지 포함하면 액수는 훨씬 더 많을 것이다.

    그 많은 돈이 모두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가.

    바로 국민들이 한푼 두푼 모아 납부한 세금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전직 대통령들의 경호에 그렇게 많은 예산을 투입할 필요가 있을까?

    물론 품위 유지 등 전직 대통령에 대한 적절한 예우는 당연하다. 하지만 지나치게 철옹성 같은 경호는 되레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사실 ‘대통령 등 경호에 관한 법률 시행령’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퇴임이후를 고려해 만들어진 법안이다.

    아마도 그는 광주 민주화 운동을 탄압 하는 등 자신의 엄청난 죄과로 인해 분노한 민심이 자신에게 테러를 가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후 대통령들이야 뭐 그런 정도까지는 아니지 않는가.

    그렇다면 인근 경찰서에서 경호를 맡아도 문제될 것이 없다는 판단이다.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퇴임 후 개인 사무실을 아예 뉴욕 할렘가에 열었다는 소리가 있다. 굳이 철통같은 경호를 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 전직 대통령들은 철통같은 경호를 받아야 하는 것일까?

    대체 무엇이 두려운 것인가?

    이만섭 전 의장의 지적처럼 대통령직을 그만 두는데 누가 암살할 사람 있겠는가?

    행여 전두환 전 대통령처럼 대통령직을 수행하면서 지은 죄과가 너무 많아 민심의 보복이 두려운 것이라면 모르되, 그렇지 않다면 이제 전직 대통령에 대한 과다한 경호예산은 줄여야 한다.

    이제라도 누군가가 나서서 이 잘못된 제도를 바로 잡아야 한다. 부디 용기 있는 국회의원이 나서서 ‘대통령 등 경호에 관한 법률’에 대해 개정안을 내 주기를 바란다.

    국회의원들에게 한번 묻자.

    추징금조차 내지 않고 있는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을 경호하기 위해 우리가 낸 세금이 매년 15억원 이상 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에 그대들은 분노가 치밀어 오르지도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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