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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찰청 공안부는 지난 7일 SNS나 인터넷 등을 통해 한미FTA에 관한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등의 행위에 대해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한다고 발표했다.
정말 황당하다.
인터넷 상 허위사실 유포죄는 미네르바 사건으로 작년에 이미 위헌 결정이 나 폐기처분됐다.
지난해 헌재는 인터넷논객인 '미네르바' 박대성씨가 허위사실 유포를 처벌하는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1항에 대해 낸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위헌 결정을 내린바 있다.
더구나 형사처벌이 어려우면 민사 소송을 지원해서라도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 역시 초헌법적 발상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형사 소송법에 명시된 불구속 수사 원칙을 무시하고, ‘원칙적으로 구속해 수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것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실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다음 날 논평을 통해 검찰이 '원칙적 구속수사' 방침을 밝힌 데 대해 "사법상의 권한을 이용해 국민들을 겁에 질리게 하려는 것이 아닌가"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민변은"원칙적 구속수사라는 방침은 헌법과 형사소송법상 무죄추정원칙과 불구속수사원칙에 비추어 결코 있을 수 없는 초헌법적이고 위헌적 방침"이라고 비난했다.
특히 민변은 검찰이 허위사실 유포로 민사상 손해를 입은 관련 기관, 단체가 민사소송을 제기할 경우 적극적으로 법률적 지원을 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심각한 직권남용의 소지가 있다"며 "도대체 어떠한 법적 근거에 의해 민사소송의 일반당사자를 수사 및 소추기관인 검찰이 지원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여야 각 정당도 9일 검찰을 향해 매섭게 질타했다.
이날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손학규 대표는 “검찰을 앞세워서 비판 여론을 협박하고, 청와대가 나서서 이념과 색깔을 덧칠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특히 정동영 최고위원은 “FTA를 비난하고 비판하면 구속수사하겠다는 것은 5공 유신시대적 발상으로 시대착오적”이라며 검찰의 맹성을 촉구했다.
이인영 최고위원도 “대통령 정무수석께서 ‘FTA 반대는 김일성의 길이다’라 말하고 검찰과 경찰은 SNS에서 한미FTA괴담 합동수사에 돌입했다고 한다”며 “국민의 입을 막는 독재”라고 강력 비판했다.
이어 그는 “이명박식의 긴급조치9호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여당인 한나라당 의원들도 이 같은 검찰의 태도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심지어 원내지도부가 한상대 검찰총장에 전화를 걸어 항의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실제 한나라당은 전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검찰의 구속수사 언급에 대해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을 저해할 수 있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며 이런 뜻을 검찰에 전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특히 한나라당 쇄신파 김성식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나는 여야 시민사회 모두 합리적 논거로 논쟁하기를 학수고대하는 사람이지만 공안부의 ‘똥볼’에 더 열받는다"고 검찰을 향해 분노를 터뜨렸다.
정태근 의원도 "형사소송법에는 불구속수사가 원칙"이라며 "오바해서 여권에 부담만 주는 '정치를 전혀 모르는 정치검찰'을 어찌해야 하나"라고 한탄했다.
물론 사실이 아닌 내용에 기반을 두고 부정확한 정보를 조직적으로 유포하고 국민의 올바른 판단을 저해하는 행위는 자제돼야 한다.
하지만 이건 아니다.
찬반 논란이 팽팽한 한미FTA 비준안 처리 문제에 검찰이 직접 칼을 빼들고 나서겠다는 것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일 뿐이다.
이번 사태를 지켜보는 국민들은 지금,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을 것이다.
사실 이명박 정권 출범이후 정치검찰의 엉터리 표적수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근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해 검찰이 무리한 기소를 했으나 법원은 한 전 총리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이국철 SLS 회장이 폭로한 검찰 고위 간부와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에 대한 의혹 등에는 사실상 ‘무마’에 가깝게 수사를 종결하고 말았다.
한마디로 누가 봐도 지독하게 편향된 수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대로는 곤란하다.
지금이야 말로 ‘정권의 파수견(犬)’이라는 비난과 비웃음을 받고 있는 검찰의 쇄신의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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