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성패 쇄신파에 달렸다

    고하승 칼럼 / 진용준 / 2011-11-20 12: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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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패배한 한나라당의 모습은 그야말로 절망적이었다.

    변화의 요구를 수용하지 못하고, 기득권에 안주하려는 모습이 역력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년 총선에서, 특히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에서 한나라당 소속 현역의원들이 무더기로 낙선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팽배해 있었다.

    그런데 요즘, 한나라당 내에서 뭔가 변화의 조짐이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당내 쇄신파의 움직임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동안 한나라당 내부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사실상 신성불가침 존재나 마찬가지였다. 따라서 대통령을 향해 정면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는 단 한 차례도 나온 적이 없었다.

    하지만 쇄신파들은 최근 25명의 서명을 받아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와 국정기조 전환 요구를 하는 목소리를 냈다.

    그동안 이른바 ‘MB 거수기’ 노릇이나 해오던 한나라당이 점차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들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 문제에 대해서도 ‘여야 합의처리’를 강조하고 있다.

    지난 13일부터 국회 의원회관에서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정태근 의원은 FTA 합의처리를 요구하고 있다.

    얼핏 보면 ‘물리적 저지’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민주당을 겨냥한 듯 보이지만, 사실은 ‘강행처리’를 요구하는 청와대를 동시에 겨냥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이 대통령은 쇄신파들의 요구에 대해서는 “(쇄신 요구에) 답변을 안 하는 것이 나의 답변”이라고 일축하면서도 당 지도부에게는 FTA비준안의 조속한 처리를 독려하고 있다.

    하지만 쇄신파들은 ‘FTA는 합의 처리 돼야 하며, 강행처리할 경우 불참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는 것으로 사실상 이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셈이다.

    물론 당·청의 강경파와 야당 사이에 낀 쇄신파가 청와대 요구대로 날치기에 가담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한나라당 쇄신을 포기하겠다는 선언이나 다를 바 없다.

    따라서 그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지금 쇄신파들은 이 대통령의 국정기조 변화와 함께 고물가와 전세대란에 대한 해법을 요구하는 동시에 특히 높은 등록금, 청년 실업에 허덕이는 2040세대(20~40대)에게 진심으로 다가서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른바 ‘부자증세’ 문제를 거론한 것도 이들 쇄신파들이다.

    사실 증세는 복지 확대를 위한 필연적인 조치다. 즉 쇄신파들은 복지확대를 위해 부자증세 문제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어려운 2040세대들을 위로할 수 있는 것은 복지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당내 반응은 싸늘하다. 이들의 성패가 한나라당의 미래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데도, 쇄신파에게 크게 힘이 실리지 않았다는 말이다.

    그런데 당내 유력 대권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가 이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지난 19일 자신의 지지 조직인 '포럼부산비전' 창립 5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자리에서 "최근 일련의 행보를 쇄신파와 친박계의 연대로 볼 수 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뜻을 같이 하는 분들"이라고 답변했다.

    이어 그는 "우리 당이 국민의 고통을 덜고 희망을 드릴 수 있도록 정책에 집중해야 한다"며 "그런 뜻을 같이 하는 분들이 힘을 모아서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이는 박 전 대표가 정책 분야에서 비슷한 목소리를 내온 쇄신파와 정책적 교감이 있다는 뜻이다.

    앞서 박 전 대표는 지난 15일 당내 쇄신파인 김성식 의원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하는 한편, 한미 FTA 비준안 합의처리를 요구하며 단식농성 중인 정태근 의원을 만나 격려하는 등쇄신파에 부쩍 다가서는 모습을 보였다.

    뿐만 아니라, 지난 8일에는 쇄신파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대국민 사과, 국정기조 전환' 등을 요구한데 대해 "귀 담아 들을 이야기"라며 공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사실상 박 전 대표가 쇄신파와 함께 한나라당 개혁을 위해 손을 맞잡은 것이다.

    따라서 한나라당의 성패,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의 승패가 이들의 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과연 한나라당은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는 변화를 이루어 낼 수 있을까?

    장담하거니와 만일 ‘MB 장벽’에 가로막혀 끝내 변화를 이끌어 내지 못하면, 한나라당은 이명박 정권과 함께 동반침몰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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