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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민주당이 야권 통합을 위한 첫 절차를 밟기 시작했으나 첫걸음부터 진통을 겪고 있다.
야권통합을 추진하려다가 되레 분당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이석현 의원은 “통합하다 당이 분열되면 안된다”며 걱정스런 마음을 표시했다.
현재 손학규 민주당 대표 등 지도부는 혁신과통합, 한국노총, 일부 시민단체 및 기타 야당 참여자들이 함께해 단 한 번의 전당대회로 야권 통합을 마무리하는 이른바 `원샷 야권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박주선 최고위원과 박지원 전 원내대표 등 반대 목소리를 내는 의원들의 수도 만만치 않다.
실제 지난 23일 오후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약 230명의 위원이 참석한 가운데 중앙위원회가 열렸으나, ‘통합전대파’와 ‘독자전대파’가 팽팽하게 맞서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못한 채 끝나고 말았다.
한마디로 커다란 파열음만 확인하고 막을 내린 셈이다.
실제 중앙위에서는 "제1 야당인 민주당이 통합 주체가 아닌 흡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위원들의 불만 섞인 목소리가 일시에 터져 나왔다.
특히 통합을 위한 당내 의견 수렴이 부족했고, 손 대표의 통합 논의가 비민주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봇물을 이루었다.
손학규 대표가 "총선 승리와 정권 교체 목표 앞에 야권 통합은 시대적 요구이고 국민의 명령"이라며 "야권 대통합으로 더 큰 민주당을 만들어 대한민국의 정치를 바꾸고 정권을 교체해 정의로운 복지 국가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지만, 일부 중앙위원들은 그를 향해 야유를 퍼부었다.
단순히 “손학규 대표는 물러가라”는 구호는 물론, “한나라당으로 돌아가라”는 극단적인 야유까지 터져 나왔다.
통합 전대파인 문학진 의원과 신기남 전 의원, 이상호 청년위원장 등이 나서서 “총선을 승리해야 하는데 그 길이 통합”이라며 통합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사실 야권 지지자들은 ‘야권통합’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지지를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내 독자전대파들 역시 통합의 당위성에 대해서는 공감을 표시하고 있다.
당내에서 통합이라는 대의에 반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통합대의’를 위해 ‘민주적 절차’ 따위는 짓밟아도 된다는 인식은 대단히 위험하다.
지금 국민들이 이명박 정권에 분노하는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인가?
바로 국민의 뜻을 무시하고, ‘국익’과 ‘효율’을 내세우면서 독선적으로 밀어붙이는 MB 국정운영 방식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는 손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가 ‘대의’와 ‘효율’을 명분으로 ‘원샷 통합전대’를 주장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기업가에게는 ‘효율성’이 최고의 가치이겠지만, 정치는 ‘민주적 절차’가 더욱 중요하다.
비록 비효율적이라고 해도 정당한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오직 효율성만을 내세워 한미 FTA 비준안을 날치기 처리한 한나라당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따라서 비록 통합이 늦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정당한 민주적 절차를 밟아서 야권통합을 추진해야 한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당헌당규가 엄연히 존재하는데도 이를 지키지 않는다면, 그런 정당을 어찌 ‘민주 정당’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국민은 철저한 자기반성과 개혁 없이, 오로지 몸집 불리는 데만 급급한 ‘지분 나눠 먹기식’ 야권 통합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다.
그런 식의 통합으로는 어떤 감동도 줄 수 없다.
국민은 10.26 서울시장 선거에서 한나라당을 심판하는 동시에 민주당에도 경고를 보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지금 국민은 MB정권을 반드시 심판해야 한다며 단단히 벼르고 있다. 그런데 야권 통합을 추진하는 민주당 지도부의 모습을 보니, ‘민주적 절차’를 무시하는 이 대통령과의 차이점을 발견하기 어렵다.
다시 말하지만 비록 ‘통합’이 ‘대의’라 하더라도 당헌당규와 정당법을 거슬러서는 안 된다. 그럴수록 민주적 절차를 철저하게 이행해 정당성을 담보해야만 한다. 또 그게 원칙이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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