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검사’와 ‘정치검사’

    고하승 칼럼 / 최민경 / 2011-11-29 14: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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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최근 두 명의 여성 검사가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 검사는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는 ‘벤츠검사’이고, 또 다른 검사는 ‘정치검사’이기를 온몸으로 거부한 백혜련 검사다.

    먼저 백 검사를 보자.

    그는 “정의란 정의로울 뿐만 아니라 정의롭게 보여져야한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검찰의 모습은 국민들이 볼 때 결코 정의롭게 보여지지도,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을 지키고 있다고 보여지지도 않았다”는 글과 함께 사직서를 내고는 10여년간 정들었던 검찰청 문을 나섰다.

    그는 검찰이 국민들부터 등돌림을 당하고 신뢰를 얻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국민적 관심사가 집중되는 큰 사건,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이 고도로 요구되는 사건들의 처리에 있어 저희 검찰이 엄정하게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지키며 제대로 된 사건처리를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고백했다.

    특히 그는 검찰이 기소한 사건에 대해 법원이 계속 무죄 판결을 내린 것을 지칭한 듯 "연일 쏟아지는 검찰에 대한 언론들의 비판, 정치권의 조롱, 법원의 무죄판결, 국민들의 차가운 눈초리 등등 아무도 편들어주지 않는 검찰의 모습을 보며 검사로서의 긍지와 자부심은 무너져 내렸다"고 한탄했다.

    백검사의 사표 제출 소식이 알려지자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찰의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한인섭 서울대 법대교수도 지난 28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사직을 통해서만 자기의사를 표현할 수 있게끔 되어있는 검찰 풍토는 심각한 문제"라며 "무죄판결이 빤한데도 억지기소를 하여 인사권자의 비위를 맞추고 그 대가로 출세가도를 달리게 되는 현실이 문제다. 지못미"라며 백 검사 사표 제출에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그동안 검찰은 무죄 판결이 빤한 사건, 특히 현 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세력이 관련된 사건에 대해 기소권을 남발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로인해 무죄판결이 나더라도 정작 해당 검사는 징계는커녕, 오히려 승진하는 일이 다반사로 발생하고 있다.

    백 검사의 사직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한 자기반성인 셈이다.

    실제 그가 검찰을 떠나며 마지막으로 당부한 내용은 ‘반성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검찰의 자기반성이 실제 이뤄질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어쩌면 ‘벤츠검사’의 탄생이 그 단적인 사례인지도 모르겠다.

    최근 여 검사가 벤츠와 명품 등을 제공받고 동료 검사에게 사건을 청탁한 사실이 드러나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부산지검은 지난 28일 “최근 벤츠 승용차 등을 제공받아 물의를 일으켜 수도권의 한 검찰청에서 사표를 낸 검사 A씨가 벤츠 승용차를 제공한 변호사 B씨와 사건청탁과 관련해 주고받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확보, 수사에 나섰다”고 밝혔다.

    진정인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10월 8일 B씨가 개설해준 휴대전화기로 B씨에게 “(사건담당 검사에게) 뜻대로 전달했고, 영장청구도 고려해 보겠다고 한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고, 같은해 11월22일에는 “○○○ 검사에게 말해뒀으니 그렇게 알라”고 말했다.

    이어 A씨는 지난해 11월30일과 12월6일 “샤넬 핸드백 값 540만원을 보내달라”고 요구하면서 은행 계좌번호를 알려줬으며, 12월5일에는 서울 강남의 한 백화점에서 539만원이 B씨 법인카드로 결제됐다.

    오직 정의와 진실에 입각해 피의자를 구속하거나 기소, 또는 무혐의 처분을 내려야할 검사가 고소인 또는 피의자들과의 거래에 의해 사실을 왜곡시키고 있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다.

    그렇게 해서 억울하게 구속 기소된 사람이 어디 한 두 사람일까?

    반대로 마땅히 구속돼야할 사람이 버젓이 세상에서 활개 치는 황당한 일은 발생하고 있지 않을까?

    정말, 이 땅에서는 얼마나 많은 ‘벤츠검사’와 ‘정치검사’가 존재하고 있는 것일까?

    두렵다.

    백혜련 검사가 사직서를 통해 ‘반성하자’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했으나, ‘벤츠검사’와 ‘정치검사’가 존재하는 한 검찰의 자기쇄신이 이뤄질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기 때문이다.

    다만 제2, 제3의 백혜련 검사가 나와 ‘벤츠검사’와 ‘정치검사’들을 부끄럽게 만들어주기 바랄 뿐이다.

    다시 한 번 ‘정치검사’이기를 온몸으로 거부한 백 검사의 용기 있는 행동에 박수를 보내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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