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를 버리고 가자”

    고하승 칼럼 / 최민경 / 2011-12-13 15: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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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한나라당 내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버리고 가자’는 주장이 공개적으로 터져 나왔다.

    그것도 한 두 사람의 주장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MB 탈당’을 노골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실제 친박계 허태열 의원은 13일 MB의 자진 탈당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이명박 대통령의 탈당이 당 쇄신에 도움이 된다고 보느냐'는 질문 "대통령 스스로 지혜로운 결단을 하지 않겠느냐"며 "한나라당이 잘 되도록 하는데 대통령께서 스스로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도와주지 않겠느냐 하는 것이 저희들의 기대"라고 답변했다.

    한마디로 한나라당을 위해 이 대통령의 자진 탈당을 기대하고 있다는 말이다.

    앞서 유승민 의원도 최고위원직을 사퇴하기 전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이 이제는 이 대통령과 확실히 선을 그어야 할 때가 됐다”고 말한 바 있다.

    친이계들도 앞 다퉈 MB 탈당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친이계의 지원으로 최고위원에 당선됐던 원희룡 의원은 전날 열린 의원총회에서 “결별할 거 결별하고 반성해야 한다. 헌집에서 새집 갈 때 짐을 다 가져 가야 하느냐. 먼저 이 대통령과의 관계를 버려야 한다. 정리를 해야 한다. 재창당을 하면 집권당이 아니라 야당의 길을 가야 한다”고 밝혔다.

    즉 재창당 과정에서 ‘이 대통령은 버리고 갈 짐’이라는 것.

    범친이계 초선인 장제원 의원도 의총에서 “MB(이명박)는 MB 시대의 역할을 다한 것”이라며 “조용한 정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같은 날 한나라당 초선 쇄신파 모임인 ‘민본21’ 간사를 지낸 권영진 의원도 CBS 라디오에서 “내년 총선과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이 대통령은 어떤 정파에 속하기보다는 중립적인 입장에서 선거를 관리하고 국정을 마무리하는 것이 국민을 위해 옳은 길”이라며 사실상 자진 탈당을 촉구했다.

    그는 또 “이 대통령이 신당에 참여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생각은 재창당을 하자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머릿속에는 이미 들어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한나라당 내에서 ‘MB 탈당론’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는 뜻이다.

    다만 현재 상황에서 대통령 탈당을 요구할 경우, ‘집권당의 책임회피’라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재창당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탈당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이 이 같은 요구에 순순히 응해줄 지는 미지수다.

    그동안 청와대는 ‘이 대통령이 1990년대 이래 임기 말에 탈당하지 않는 첫 대통령이 될 것’이란 점을 누차에 걸쳐 강조해 왔다.

    따라서 이 대통령이 탈당 압력에 굴복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끝까지 버티기는 어려울 것이다.

    왜냐하면, 현재의 한나라당 위기를 초래한 장본인이 바로 이 대통령 자신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권영진 의원은 “국민께 ‘왜 한나라당이 싫으냐’고 여쭤보면 제일 먼저 말씀하시는 것이 ‘한나라당은 이명박 당, 실패한 이명박 정치를 반복하는 당’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맞는 말이다.

    이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반감은 실로 대단하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사실상 ‘사망선고’에 해당하는 30%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실제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12월 2째주 주간 정례조사 결과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27.4%로 전 주(27.6%)보다 더욱 낮았다.

    주초 여당 지도부 교체와 당 개혁의 움직임으로 소폭 상승했으나, 주 후반 대통령의 친인척 비리 의혹이 불거지면서 다시 하락한 것이다.

    반면 대통령이 국정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무려 61.3%에 달했다.

    이처럼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이 대통령의 존재가 한나라당 지지율을 끌어 내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이번 조사는 지난 5일부터 9일까지 5일간(월~금),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3,750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와 유선전화(휴대전화 20%, 유선전화 80%) RDD 자동응답 방식으로 조사했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 1.6%p였다.

    그나저나 이런 상황에서도 한나라당 지지율은 28.7%로 제1야당인 민주당 지지율 23.5%보다 5.2%P나 앞섰고 있다는 사실이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한나라당에 ‘박근혜’라는 걸출한 대권주자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현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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