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과 SBS를 위한 꼼수 ‘미디어렙 법’

    고하승 칼럼 / 진용준 / 2012-01-02 16: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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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이른바 ‘미디어렙법’이라는 불리는 '방송광고판매대행업'의 처리가 끝내 해를 넘기고 말았다.


    지난 1일 새벽에서야 여야 합의에 의해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미디어렙법은 오는 5일 문광위 전체회의를 열어 법안을 처리하기로 했으나, 불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여야 합의안에 대한 언론단체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SBS와 종편의 지나친 특혜를 반대해온 민언련 등 언론단체는 4월 총선 이후 법 제정을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내 반발도 심상치 않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출신인 최민희 최고위원은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미디어렙법이 한나라당 패거리 밥상이냐”고 불만을 쏟아냈다.


    게다가 통합진보당은 야권연대를 거론하며 민주당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면, 미디어렙법은 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전날 새벽 국회 문광위 법안 소위를 통과한 '미디어렙'법안은 여야의 '6인 소위' 합의안을 골격으로 하고 있다. 이는 KBSㆍEBSㆍMBC를 공영으로 묶어 '1공영 다(多)민영 미디어렙 체제'를 두는 것이 핵심이다.


    최대 쟁점이었던 종합편성채널의 미디어렙 적용 문제는 '1사 1미디어렙'으로 하되, 사업 승인일을 기준으로 3년 후부터 광고판매를 미디어렙에 위탁하게 했다. 이에 따라 TV조선과 jTBC는 2014년 3월, 채널A와 MBN은 같은 해 각각 4월, 5월까지 직접 광고영업을 할 수 있게 됐다.


    평균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조한 시청률을 보이는 종편에 대해 사실상의 약탈적 광고영업을 할 수 있는 기간을 4~6개월이나 더 늘린 셈이다.


    그러니 ‘노골적인 종편 편들기’라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오죽하면 정연우 민언련 상임공동대표가 “이번 법안은 조중동 방송에 직접, 보도나 편성을 무기로 광고를 팔 수 있는 합법적 길을 열어주는 그런 법안에 불과하다”고 비난했겠는가.


    그렇다고 해서 미디어렙법안을 처리하지 않을 수도 없다.


    법안이 장기 표류하면 종편의 직접 광고 영업과 이종매체 간 크로스미디어 판매를 규제할 수 없는 무법 상태가 고착화되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총선과 대통령 선거가 있는 ‘선거의 해’다. 미디어렙법의 지연은 결과적으로 선거 정국에서 방송사의 공공성이 크게 훼손될 가능성이 높다.


    이게 지난 1일 문광위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미디어렙법이 지니고 있는 딜레마다.


    사실 지금까지 미디어법에 대해 강력한 반대 입장을 견지해 오던 민주당이 갑자기 입장을 바꿔 SBS와 종편에 일방적인 특혜를 주는 한나라당의 방침을 대부분 수용하며 졸속으로 합의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이미 채널 배정에서도 지상파 방송의 채널과 인접한 채널 번호를 배당해 주는 등 특혜를 주었는데, 또 다른 특혜까지 주려하는 것은 너무 지나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만약 이대로 법안이 통과가 된다면 앞으로 2년 동안 종편은 합법적으로 약탈적인 광고영업을 직접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처럼 민영 방송사들이 직접 광고영업행위를 하고 있는 것을 마냥 방치할 수만도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그래서 언론노동조합은 “입법이 된 후에는 개정 투쟁을 해서 독소조항을 개정하게 만들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즉 전날 여야 합의에 의해 국회 문광위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미디어렙법이 SBS와 종편에 특혜를 주기 위한 꼼수인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디어렙법안 처리를 무산시킬 경우에는 더 큰 문제가 있다는 것.


    따라서 이번에 일단 법안을 처리하고, SBS와 종편에 일방적으로 특혜를 주는 부분을 개정해 바로잡겠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차악을 선택하겠다는 의도일 것이다.


    그렇다면, 현 상황에서 종편의 이익이 아니라, 공공의 이익, 국민의 이익을 우선하는 미디어렙법 제정은 정녕 불가능한 것인가?


    지금이야말로 여야 정치권이 머리를 맞대고 이 문제를 고민할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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