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적시는 목소리' 데미안 라이스, 첫 내한 대성황

    음악 / 관리자 / 2012-01-12 11: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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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00명 몰려… 관객 무대위로 초대해 함께 노래 '눈길'

    말이 끝나자마자 100명 이상이 무대 위로 달려들었다. 아일랜드 싱어송라이터 데미안 라이스(39)가 팬 중 50명을 무대 위로 올려서 자신의 히트곡 '볼케이노(Volcano)'를 함께 노래하자고 제안했기 때문이다. 경호원에 가로 막힌 20~30명을 제외한 70~80명이 라이스를 빙 둘러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팝가수는 물론 국내 가수 콘서트 현장에서 보기 드문 진풍경이었다. 라이스가 자신의 음악적 솔메이트인 아일랜드 가수 리사 해니건(30)과 함께 부른, 돌림이 인상적인 '볼케이노'는 한국에서 팬들과 함께 다시 불려졌다. 그렇게 라이스와 4000여명의 팬들은 하나가 됐다. 라이스는 "한국인들은 (좋은 쪽으로) 미쳤다"며 팬들의 열정을 높이 샀다.

    11일 밤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펼쳐진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05. 데미안 라이스 첫 내한공연'은 뮤지션과 팬들이 음악뿐 아니라 정서적으로 교감하는 자리였다.

    1집 수록곡 '더 프로페서 & 라 피유 다스(The Professer & La fille danse)'로 출발한 이날 공연은 '슬프면서도 아름다운 아이리시 포크 록'을 대표하는 라이스답게 감수성으로 넘실댔다. '델리케이트’(Delicate)' 등 이어진 감미로운 멜로디의 노래들은 감정의 끓는점을 애무하는 라이스의 애절한 목소리로 마무리됐다.

    그러나 무엇보다 돋보인 것은 마냥 사슴 같은 눈망울을 빛내며 애절하고 아련할 것만 같던 공연이 밝고 재치로 넘쳤다는 점이다. 예상을 깨고 산발 머리로 등장한 그는 사랑을 음식에 비유하는 등 특유의 조근조근한 웃음소리를 흘리며 끊임없이 농담을 던졌다. 대중이나 언론에 노출을 꺼린다고 평소 알려진 성향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였다. 라이스라는 성 때문에 국내에서 '쌀아저씨'로 통하는데 이날 공연으로 이 별명에 한껏 구수함도 얹었다.

    그렇다고 공연이 음악 외적인 것에만 초점이 맞춰진 것은 아니다. 어쿠스틱 기타 한 대와 피아노 한 대만으로도 풍부한 사운드와 그 만큼의 감정을 토해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특히, 앰프와 마이크 없이 '캐넌볼'을 부를 때 날것의 기타 사운드와 목소리는 묘한 아우라를 자아냈다. 떼창이라는 것이 이렇게 소곤소곤거릴 수도 있다는 것을 느끼게 만들었다.

    예상외로 길고 볼거리가 많았던 앙코르도 최고였다. 1집 수록곡 '콜드 워터'로 출발한 뒤 미국 가수 제프 버클리(1966~1997)의 원곡으로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루퍼스 웨인라이트(39)가 리메이크하기도 했던 '할렐루야'를 커버했다. 그리고 드디어 주드 로(40)와 내털리 포트먼(31)이 주연한 영화 '클로저'의 삽입곡 '더 블로워스 도터(The Blower's Daughter)’가 흘러나오고 이날 공연은 그렇게 마무리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콩트가 이어졌다. 홍대여신 중 1명으로 통하는 인디 싱어송라이터 타루(30·김민영)가 무대 위로 올라오더니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라이스에 마주 앉았다. 라이스는 미리 준비된 와인의 코르크 마개를 따더니 타루와 함께 연거푸 '치어스'를 외치며 따라 마셨다. 그리고 두 사람 모두에게 마지막 잔이 남았다. 타루가 먼저 잔을 비우고 자리를 뜨자 라이스는 '치어스 달링(Cheers Darlin')'을 부르기 시작했다.

    사랑하는 여자를 다른 사람에게 떠나 보내는 남자의 마음을 표현한 이 곡을 라이스는 연기까지 겸하며 '음주 라이브'로 들려줬다. 해외 공연에도 몇 차례 보여준 것이었으나 국내 팬들에게는 신선한 구성이었다. 이후 라이스는 감사의 말을 전하며 약 2시간 동안 펼쳐진 공연의 막을 내렸다.

    라이스는 당초 2007년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을 통해 한국 팬들과 첫 만남을 가질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날 공연은 그간의 기다림이 헛되지 않았음을 명실상부 입증했다. 그는 따로 매니저를 대동하지 않고 배낭과 자신의 기타만 든 채 한국을 방문했다는 전언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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