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총선출마...어찌하오리까.

    고하승 칼럼 / 진용준 / 2012-02-01 14: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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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나경원 전 한나라당 의원이 지난해 10ㆍ26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3개월여의 침묵을 깨고 19대 총선에서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중구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가 호된 비난의 화살을 맞고 있다.


    우선 한나라당 비대위원들로부터 “어리석은 행위”라는 질책의 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실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은 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나경원 의원의 경우 일단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로 나가서 자기가 내세운 소위 선거 공약 자체가 일반 서울시민들로부터 거부를 당했다"며 “또다시 서울시에서 국회의원에 출마한다는 것은 정치적으로 어리석은 행위”라고 비난했다.


    앞서 이상돈 비대위원도 전날 “한나라당이 어렵게 된 이유는 현 정권에 관여했던 인물들의 전횡을 포함해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열린 자체도 해당된다”며 “한나라당 의원들의 지역구에서 다 하고 있는 무상급식 문제를 오판해 당을 어렵게 만들었으니 거기에 관련된 사람들도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한다”며 “나 전 의원이 서울 중구 출마 의사를 밝힌 것은 오세훈 전서울시장이 출마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네티즌들의 반응은 더욱 싸늘하다.


    특히 박근혜 지지팬 클럽 가운데 하나인 ‘박사모’ 회원들의 반응은 지극히 냉소적이다.


    ‘비마천’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한 회원은 “이번에 어떻게든 출마하겠다고 하는 건 아직 반성을 못하고 정신 못 차린다는 증거”라고 비난했다.


    특히 ‘광해군’이라는 회원이 “서울시장(선거)에서 떨어졌다고 정치하지 말라는 법 없다”고 그의 출마를 두둔하는 글을 올렸다가, 뭇매를 맞기도 했다.


    ‘무~당벌레’는 “혼자 찬성하세요”라는 댓글로 쏘아붙였고, ‘슬픈인연’은 “반대합니다. 무상급식투표 찬성한 오세훈 나경원 때문에 선거비용으로 나간 제 세금이 아까워 화가 납니다. 절대 반대합니다”라는 댓글을 올렸다.


    ‘현명운호’는 “국회의원 하다가 서울시장한다고 내놨으면 최소한 쉬어야 합니다”라면서 “떨어지면 재등장하는 것은 정말 꼴통 짓”이라고 비난했다.


    또 ‘밀알’은 “이미 서울 시민이 결과를 보였잖느냐”고 했고, ‘문예까’는 “서울 시민들이 반대해서 졌으면 책임을 질줄 알아야지요”라고 못 박았다.


    물론 ‘시크릿장군’ 등이 찬성의 댓글을 달기는 했지만, 극히 일부였다.


    또 민주통합당 공천심사위원장 유력 후보로 거론되었던 조국 교수도 나 전 의원의 출마 결정에 대해 “적(敵)이지만 훌륭한 결정”이라고 극찬하기는 했다.


    실제 진보성향의 조국교수는 지난 28일 페이스북을 통해 나 전 의원의 지역구 출마에 대해 “지더라도 싸우겠다는 의지, ‘적’이지만 훌륭하다”며 “시장 선거에서 패했지만, 의원선거는 다를 수 있다. 나경원이 중구에서 생환하면, 그는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다”고 추켜세웠다.


    하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야 할지는 잘 모르겠다.


    단지 서울대 법대 동기동창생이기 때문에 덕담 삼아 그냥 한 말인지, 아니면 그의 말대로 ‘적’인 그의 출마가 야당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출마를 부추기는 것인지, 또는 그의 출마가 진정 나 전 의원의 앞길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서 그런 말을 하는 것인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다만 분명한 것은 최소한 한나라당 지지자들 가운데 상당수는 그의 출마를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사실 나 전 의원은 10.26 선거 패배에 대한 상당한 책임이 있는 사람이다.


    단순히 서울시장 선거에서 후보로 나섰다가 패배한 책임이 아니라, 오세훈 전 시장이 무리하게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를 추진할 때에, 그를 부추긴 책임이 있는 것이다.


    만일 나경원 전 의원 등이 당내에서 적극적으로 오 전 시장을 지지하지 않았다면,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는 중단되었을 것이고,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실시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나 전 의원 등이 오 전 시장을 부추긴 탓에 주민투표는 강행되었고, 결국 한나라당을 오늘과 같은 위기로 몰아넣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 것이다.


    그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 바로 나경원 전 의원이다.


    따라서 그가 4.11 총선에 나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만에 하나 그가 한나라당 공천을 받고 출마하게 될 경우, 서울지역은 또 다시 무상급식 찬성세력과 반대세력 간의 싸움구도가 될 것이고, 이는 그렇지 않아도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하는 한나라당 후보들에게 무거운 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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