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사덕 의원의 희생적 결단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2-02-15 14: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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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6선 중진의 새누리당 홍사덕 의원이 4·11 총선을 앞두고 공천신청 포기의사를 밝혔다.

    홍 의원은 "4·11 총선에 지역구 공천 신청을 하지 않고 거취를 당에 일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홍 의원은 즉시 이 같은 뜻을 권영세 사무총장에게 전했다.

    이에 앞서 새누리당 공직후보자추천심사위원회(공천위)는 지난 13일 현 정권 핵심·실세는 물론 친이-친박 중진들에게 사실상 용퇴를 종용했었다.

    실제 정홍원 새누리당 공직자후보추천위원장(공천위원장)은 당시 여의도당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나라와 위기에 있는 당을 위해 자기를 희생하고 몸을 던져 구하겠다는 자세로 나오는 분들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특히 정 위원장은 "중진 의원들의 용퇴를 권유하는 것으로 받아드리면 되는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런 바람을 표현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에 대해 홍 의원은 “이번 선거는 총선만 생각할 게 아니라 대선을 생각해야 할 선거”라면서 “대선에서 최종 승리할 때까지 통상 (대선 후보에게) 두 번 정도의 위기가 있을 것이며 이때 중진들이 튼튼하게 중심을 잡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중진 역할론’을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주장을 고집하지 않고, 당의 뜻에 따르는 희생적 결단을 내렸다.

    줄곧 홍 의원을 옆에서 지켜보았던 언론인의 한 사람으로서 ‘울컥’하는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통화라도 한번 할까 하는 마음으로 수화기를 들었다가 내려놓기를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른다. 물론 끝내 통화를 시도하지 못했다.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 생각이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지난 2009년 4월 18일, 홍 의원과 이상돈 교수, 그리고 필자가 경북 문경시 소재 천주사에서 세상과 정치를 논하며 울분을 토했던 기억이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사실 새누리당에서 홍 의원에게 감히(?) ‘용퇴’를 주장할만한 자격을 갖춘 사람이 있을까?

    없다. 홍 의원은 영남권 출신의 다른 새누리당 의원들과는 전혀 다른 길을 걸어왔기 때문이다.

    우선 영남권에 있는 새누리당 다선 중진 의원들은 전통적인 텃밭에서 당 지지도 때문에 거저먹기 식으로 당선된 사람들이 태반이다. 반면 홍 의원은 줄곧 서울과 경기도 등 수도권 지역구에서 출마했던 사람으로, 대구는 지난 18대 총선 당시 처음으로 출마한 지역이다.

    그것도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공천을 받은 것이 아니라 ‘친박연대’라는 급조된 정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된 것이다.

    특히 대구 출마는 자의적 선택이라기보다 주변에서 그에게 대구 출마를 강력 권유했고, 그가 기꺼이 그 권유를 받아들여서 이뤄진 것이었다.

    필자 역시 당시 홍 의원에게 강재섭 전 대표의 지역구에서 출사표를 던지라고 조언한 바 있다.

    더구나 그는 당내 최다선 의원임에도 대통령선거 당시 박근혜 캠프의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는 ‘죄 아닌 죄’로 인해 국회의장은 고사하고 당내 중책조차 맡지 못하고 변두리로 밀려나야만 했다.

    물론 수차에 걸쳐 있었던 당 대표 경선이 있었지만, 그는 단 한 번도 나서지 않았다.

    허태열 의원이 줄곧 영남권에서 출마, 편안하게 다선 의원이 될 수 있었던 것에 비하면 홍 의원의 길은 한마디로 가시밭길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또 허의원이 당 대표 경선 당시 ‘친박’ 몫 운운하면서 경선에 출마, 최고위원으로서 온갖 영화를 누렸던 것에 비하면 홍 의원은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지역구 공천 신청을 하지 않고 거취를 당에 일임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의 희생적 결단은 이런 저런 흠이 있거나, 공천에서 탈락할 것을 미리 예측하고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불출마를 선언한 다른 사람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기왕 이렇게 됐으니, 영남 중진 새누리당 의원들 모두가 그를 본 받아 공천신청을 포기하거나, 신청을 철회하고 당에 일임하는 모습을 보여 주기 바란다.

    아울러 홍 의원이 자신의 거취문제를 당에 일임한다고 했으니, 당은 그의 지역구나 아니면 합당한 지역구를 선택해 주어야 할 것이다.

    그의 말처럼 대통령 선거에서는 분명히 중진의 역할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홍 의원의 희생적 결단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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