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연대, 잘 될까?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2-03-18 10: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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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4.11 총선 민주통합당 후보와 통합진보당 후보가 17일~18일 단일화 경선을 앞두고 ‘뻥튀기 경력’을 내세우는가하면, 온갖 폭로전이 난무하고 있다.


    민주당 김유정 대변인은 지난 16일 국회 브리핑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보당 후보들이 후보 단일화 경선에 쓰일 주요 경력을 '엉터리'로 사용하고 있다”며 정면으로 공격했다.


    김 대변인에 따르면 진보당 후보들이 지명도를 높이기 위해 경력사항에 앞 다퉈 '노무현' '박원순' 등의 이름을 넣고 있다는 것.


    김 대변인은 "정말 황당한 것은 일부 통합진보당 후보들이 '노무현 정신 계승 위원회'라는 단체를 급조해 이력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노무현 정신 계승에 나서는 것은 환영할 일이나 경선에서 이기기 위해 사용한 것은 진정성을 의심케 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단일화 경선은 양당의 최종 예비후보 두 사람을 대상으로 100% 여론조사로 진행된다.


    17~18일 여론조사 기관 두 곳이 유선전화가 설치된 700명을 임의로 선정해 전화를 걸어 후보 적합도를 묻는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대중적인 지지도가 높은 ‘노무현’ 이름을 사용하려 든다는 것.


    실제 지역구의 후보자가 누구인지 모르는 주민들을 위해 '정당 명칭을 포함해 20자 이내'로 후보자의 경력을 설명해 주는 데, 이 때 '노무현 정신 계승 위원회'라는 직함을 사용하고 있다.


    특히 이정희 통합진보당의 경우는 심각하다.


    서울 관악을에서 김희철 민주당 후보와 경선을 치르는 그는 한명숙 민주당 대표와 찍은 사진을 선거운동에 사용하고 있다.


    과거 18대 총선 당시 친박연대 후보들이 당시 한나라당 소속인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과 함께 찍은 사진을 이용하거나, 그와의 인연을 강조하는 방식과 너무나 닮았다.


    오죽하면 김희철 의원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정희 후보가 한 대표의 사진을 이용해 마치 자신을 지지하는 것처럼 주민들에게 착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면서 "자신이 속한 정당과 후보 자신의 이름을 걸고 정정당당히 경쟁해야 한다"고 발끈했겠는가.


    실제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는 한 대표의 사진을 자신의 명함과 블로그, 현수막 등에 다양하게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이 공동대표 측은 정당한 선거 운동이므로 문제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따로 한 대표의 사진을 사용한 것이 아니라 한 대표와 야권연대 타결 때 같이 찍은 사진을 명함이나 현수막 등에 동일하게 사용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


    그러면서 이정희 측도 반격에 나섰다.


    특히 김 의원의 선거사무실 아래 계단에 “관악의 지역발전 종북좌파에 맡길 수 없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문제 삼았다. 야권연대의 당사자를 종북좌파로 표현한 것은 지나친 색깔론이라는 것.


    우위영 대변인은 “김희철 민주통합당 예비후보 측은 우리 국민들과 관악을 주민들께서 최대한 납득할 수 있도록 낱낱이 사실관계를 밝히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과연 이런 상황에서 야권연대가 제대로 이뤄질지 미지수다.


    설사 어느 한 쪽이 승리한다고 하더라도 패배한 쪽이 그 결과에 승복하고, 승자의 당선을 위해 발 벗고 나설 가능성은 극히 희박해 보인다.


    오히려 경선 승리자의 당선에 방해가 되는 행위를 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해야 할 판이다.


    이게 바로 민주당과 통합진보당 간에 급조된 야권연대의 현주소다.


    양당 간 정강 정책에 뚜렷한 견해차가 존재함에도 이를 애써 무시하고, 그저 ‘MB 심판론’이라는 막연한 구호에 의기투합한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지, 그 결과가 무척 궁금해진다.


    야권연대가 성사됐지만, 오히려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무섭게 상승하고 있다.


    리얼미터의 3월 둘째주 주간 정례조사에 의하면 새누리당은 40.3%를 기록해 32.7%의 민주통합당을 여유 있게 따돌렸다. 통합진보당은 4.8%에 그쳤다.


    이로 인해 한 때 과반 의석을 은근히 욕심내던 민주당의 분위기는 급격히 가라앉고 말았다.


    ‘MB정권 심판론’으로 흘러가면 당연히 승리할 수 있는 선거였는데, 여야 1대 1 구도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한미FTA나 강정마을 문제까지 연대하면서 이념구도의 양상을 보이게끔 만들고 말았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야권연대는 아무래도 득보다 실이 더 많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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