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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그동안 통합진보당의 정체를 잘 모르는 국민들은 그래도 진보정당이 보수정당보다는 도덕성 면에서는 우월할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통합진보당 일부 후보들의 성추문 파문에 이어 이번에는 그 정당의 공동대표 가운데 한 사람인 이정희 대표 측의 여론조작 의혹까지 불거졌다.
단순히 의혹수준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사실임이 분명하게 밝혀졌다.
그런데도 이정희 대표는 후보직을 사퇴하지 않겠다며 버티고 있다.
실제 이 대표는 지난 17~18일 진행된 서울 관악을 야권후보단일화를 위한 경선에서 자신의 보좌관이 '연령을 속이라'는 취지의 문자를 보낸 사실을 시인하면서도, 후보직 사퇴에 대해서는 "대량으로 조직적인 행위가 있었다면 모르겠지만 200여명의 당원에게만 보내 경선결과에 영향을 끼쳤는지 확언할 수 없다"며 후보직 사퇴 거부의사를 분명히 했다.
우위영 통합진보당 대변인도 "이 대표가 사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 대표 홀로 고집스럽게 버티고 있는 게 아니라, 당 차원에서 그를 지지하고 있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 대표와 심상정 유시민 등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는 22일 새벽까지 이어진 심야 회동에서 전방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이 대표의 사퇴압박을 일축하면서, 출마를 강행하는 쪽으로 결정을 내리고 말았다.
특히 유시민 대표는 이날 민주통합당이 이정희 대표의 자진 사퇴를 간접 압박한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의사를 나타냈다.
그는 "야권연대의 대상이 되는 한 축의 수장에 대해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야 한다"며 “야권연대는 민주통합당은 통합진보당의 표를 얻어야 하고, 통합진보당은 민주당 유권자들의 표를 얻어야 하는데 작은 당 대표의 허물을 발견했다고 막다른 곳으로 몰아 정치적으로 매장하려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양당 대표가 만나 이 문제를 매듭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쯤 되면 통합진보당의 도덕 불감증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과거 민주노동당 당원으로 활동했던 진보논객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이정희 대표 측근들의 과잉의욕이 빚어낸 아주 개인적인 실수일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개인적 실수라면 차라리 나은데 이건 이정희 의원이 속한 계파의 조직문화”라고 일축했다.
그는 “민노당 시절에도 비슷한 일들이 계속 있었다. 제가 그 당에 있어 봤다. 그때도 문제가 됐는데 그때는 소수 정당 내부의 문제라서 공론화가 안 되고 정파들 간의 다툼으로 치부됐다. 그런데 이번에는 상대가 민주당이다 보니까 이게 널리 알려진 것뿐”이라며 “그 사람들 늘 하던 대로 했을 뿐이고, 제 경험상 그분들의 도덕성이 새누리당 의원들 하고 거의 구별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그는 ‘도덕성을 최대 자산으로 삼는 진보진영에서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라는 질문에 “그분들 같은 경우에는 도덕성을 최대 자산으로 삼지 않는다. 이번에도 문자 보낸 걸 읽어보니까 자기들이 하는 짓이 나쁜 짓이라는 인식 자체가 아예 없어 보인다”고 답변했다.
진보 성향 정당의 속사정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진교수의 말이니, 믿지 않을 수 없다.
진교수의 말처럼 자기들이 하는 행위에 대해 ‘나쁜 짓’이라는 인식조차 하지 못할 정도라면, 이는 대단히 심각한 도덕불감증이 아닐 수 없다.
과연 이런 정당의 후보들에게 귀중한 표를 행사할 필요가 있겠는가.
사실 이런 문제가 발생한 근본적인 원인은 이른바 ‘묻지 마 연대’식으로 진행된 야권연대에 있다.
정체성이 서로 다른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오직 ‘총선 승리’라는 욕심에 눈이 멀어 급하게 연대를 결정하다보니 이런 사태가 발생한 것이라는 말이다.
해법은 오직 하나다.
여론조작 당사자 격인 이정희 대표가 후보직을 사퇴하고, 불출마를 선언해야만 한다. 아울러 유시민 심상정 공동대표 역시 당 최고지도부 일원으로서 이번 사태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특히 민주통합당 지도부는 지금이라도 야권연대 결렬을 선언하고, 통합진보당과 함께 ‘도덕불감증’이라는 구렁텅이로 내몰리는 일이 없도록 할 필요가 있다.
국민들은 지금 민주통합당과 진보통합당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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