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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4.11 총선 정국에서 사실상 잊혀진 존재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요즘 새삼스럽게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안 원장이 다시 정치적 ‘수사(修辭)’를 했기 때문이다.
실제 그는 지난 27일 서울대 관악캠퍼스 공개 특강에서 “사회의 긍정적 발전을 전제로 정치를 감당할 수 있다”, “지금 있는 분(대선주자)들이 잘해 주면 내가 나설 이유는 없다”, “(정치를 할 경우)어떤 진영의 논리에 휩싸여 공동체의 가치를 저버리는 판단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마디로 현재 대선 주자들이 국민의 지지를 받으면 나서지 않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정치에 뛰어 들 수도 있는데, 그 경우 기존의 여야 정당이 아닌 새로운 정치세력으로 해 보겠다는 뜻이다.
뭐, 안 원장이 정치를 하든지 말든지 그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자유다.
하지만 안 원장이 뭔가 대단히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아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못마땅하기 그지없다.
그는 “내가 만약 정치를 안 하겠다고 선언하면, 그동안 긴장했던 양당(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옛날로 돌아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자신의 존재가 여야 각 정당으로 하여금 쇄신 작업을 추진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뜻인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강력한 쇄신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건, 그렇지 않으면 도저히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쇄신을 바라고, 그래서 여야 각 정당은 자구책으로 쇄신을 강구하고 있는 것이지, 결코 안철수 원장의 존재를 의식한 때문은 아니라는 말이다.
사실 지난 10.26 서울시장 보궐 때에 나타난 이른바 ‘안철수 현상’이라는 것도 ‘안철수에 대한 기대’라기보다는 ‘기존 정당에 불신’이 ‘비정치인에 대한 기대’로 나타났던 것일 뿐이었다.
실제 안철수 원장이 국민들 앞에 어떤 정책을 제시한 일도, 국정운영방향을 밝힌 일도 없지 않는가.
따라서 ‘안철수 효과’는 신기루 현상에 불과한 것이다.
이미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안 원장은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물론이고, 문재인 노무현 재단이사장의 지지율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9일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차기대권주자 지지도에서 박근혜 위원장은 35.1%, 문재인 이사장은 18.7%이고, 안철수 원장은 16.6%다.
3명의 우력 대권주자 가운데 안 원장 지지율이 꼴찌라는 말이다.
그런데도 마치 자신이 대단한 존재라도 되는 듯, “내가 만약 정치를 안 하겠다고 선언하면, 그동안 긴장했던 양당(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옛날로 돌아갈 것”이라고 언급한 것은 대단한 오만이고, 착각이다.
물론 여권의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독주 체제와 야권의 민주당 문재인 상임고문 지지율 상승으로 인해 조급증이 생겨서 그런 발언을 했을 것이라는 점에서 인간적으로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자신의 장외정치 위력이 약해지자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기 위한 발언, 즉 몸값 키우기 발언일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말이다. 그런 점에서 충분히 개인적으로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한 나라의 정치지도자를 선출하는 문제다. 그것은 인간적인 이해보다 더 큰 이해, 즉 국가와 민족, 사회 구성원 전체의 이해를 구해야 하는 문제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그런 이해를 구하기에는 아무래도 너무 늦은 것 같다.
따라서 정치권과 젊은 세대를 향해 메시지를 ‘툭툭’ 던지는 수법으로 국민을 혼란에 빠뜨리는 일은 자제해 주기 바란다.
특히 2주도 남지 않은 총선에 끼어들어 특정 정치세력을 지지하는 형태로 선거에 개입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4.11 총선을 눈앞에 두고 있는 지금은 여야가 팽팽하게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각 정당 모두 위기의식을 갖고 강도 높은 쇄신책을 강구하고 있는 것은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그런데 안 원장이 특정 세력에게 힘을 실어주고, 그래서 어느 한 쪽으로 급격한 힘 쏠림 현상이 나타난다면 어찌되겠는가. 승리한 정당은 오만과 독선에 빠질 것이고, 그 후유증은 매우 심각할 것 아니겠는가.
지금은 안철수 원장에게 침묵이 필요한 시점이다. 때로는 침묵이 웅변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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