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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청와대와 새누리당, 민주통합당이 민간인사찰 문제를 놓고 진실게임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국민들은 무엇이 진실인지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다.
먼저 민간인 사찰 문제를 4.11 총선 이슈로 제기한 쪽은 민주당이다.
민주당 ‘MB-새누리 심판 국민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영선 의원은 지난 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국회 당 대표실에서 ‘민간인 사찰’ 관련 문건을 제시하면서 “이명박 정부 3년에 있었던 불법 사찰 문건이다. 이런 게 거의 3000 건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런데 그것이 참 민망하게 됐다.
그가 공개한 문건이 각 언론에 사진으로 찍혀 보도 됐는데, 깨알 같이 적혀 있는 문건 작성 일자를 확대해 보니, 2007년 9월 21일이었다. 그 때는 노무현 대통령이 재임하던 시기였다.
결과적으로 민주당은 노무현 정권 당시에도 민간인 사찰이 있었음을 스스로 폭로(?)한 셈이 되고 만 것이다.
민주당이 ‘한방’을 터뜨리려다 되레 ‘한방’을 먹은 셈이다.
더구나 민주당의 폭로에 대해서는 ‘기획성 폭로’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왜냐하면 KBS 새노조가 처음 공개한 민간인 불법 사찰 자료는 검찰이 법원에 증거로 제출한 것으로 사건 당사자가 아니면 접근할 수 없는 자료이기 때문이다.
사실 과거에도 이런 기획성 폭로는 종종 있어 왔다.
1997년 대선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 장남의 불법 병역면제 의혹이 처음 제기됐으며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후보의 비자금 수수 의혹도 불거졌으나, 모두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이미 두 사람은 이런 엉터리 폭로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은 뒤였다.
따라서 이번에 이 문제를 확실하게 매듭지을 필요가 있다.
논란이 된 문건 2600여건을 하루빨리 공개검증한 뒤 거짓말을 한 세력을 반드시 심판해야한다는 말이다.
청와대는 문제의 2600여건 중 80%가 "참여정부 시절 작성됐다"며 “그중엔 민간인사찰로 의심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2600여건 중 80%는 참여정부 시기에 작성된 것은 맞니만, 총리실 사찰문건이 아니라 총리실에 파견된 경찰이 경찰청 근무 시절 작성한 '경찰 감찰문건'에 불과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나머지 20%가 이명박 정부 총리실이 만든 민간인사찰 문건으로 참여정부 당시 작성한 80%와는 성격 자체가 다르다는 것.
이러니 국민들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청와대와 민주당 둘 중 하나는 분명히 거짓말을 하고 있는데, 어느 쪽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 종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진실을 규명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문제가 된 문건 2600여건 전체를 공개검증 할 필요가 있다.
물론 진실 구명 후, 거짓말을 한 세력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선거 때마다 되풀이 되는 ‘기획성 폭로’를 차단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안타까운 점은 민간인 사찰 이슈가 이번 총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지만, 총선 전에 진실을 규명하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총선 이후에라도 반드시 진실은 규명하고 넘어가야 한다.
이명박 정부가 불법사찰을 한 것이 사실이고, 이 대통령이 그런 사실을 알고 있었거나 지시했다면 대통령 스스로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특히 새누리당은 이 대통령의 출당을 결의하는 등 이명박 정권과 분명한 선긋기를 해야 할 것이다.
이는 인권유린이자 민주주의를 짓밟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민주당과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도 마찬가지다.
만일 청와대 주장처럼 참여정부도 민간인 불법사찰을 저지른 사례가 단 한 건이라도 드러난다면 참여정부의 도덕성은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고, 국민 앞에 고개 숙이고 백배 사죄함이 마땅할 것이다.
아무튼 국민들은 진실이 명확하게 규명되기 이전에‘한방’을 노린 폭로전에 휩쓸리는 일이 없도록 반듯하게 중심을 잡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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