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답답한 심정은 이해하지만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2-04-05 13: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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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4.11 총선을 앞두고 여당에게 메가톤급 악재(惡材)에 해당하는 ‘민간인 불법사찰’ 문제가 불거져 나왔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예전처럼 그렇게 강한 파괴력을 갖지 못하고 있다.

    민주통합당 등 야당에게 급격한 표 쏠림 현상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말이다.

    실제 민간인 불법사찰 문제가 불거지자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강북 대학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흘러 나왔지만, 여론조사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그 문제가 선거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했던 것만큼 그리 크지 않았다는 말이다.

    중앙일보가 지난 3일 한국갤럽-한국리서치-엠브레인에 의뢰해 지역구 9곳의 유권자 54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간인 불법 사찰 논란이 선거 참여와 후보 선택에 영향을 미쳤느냐’는 질문에 유권자 36.5%가 ‘영향을 미쳤다’는 취지로 답변한 반면,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응답은 무려 47.8%에 달했다.
    과거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바로 ‘박근혜 현상’ 때문이다.

    서울마케팅리서치 김미현 소장이 지적한 것처럼, 야권의 정권심판론이라는 프레임을 박근혜라는 인물론이 상쇄시키고 있는 것이다.

    즉 이명박 대통령과 전혀 다른 길을 걸어온 박근혜, 오히려 이명박 정권으로부터 핍박받던 박근혜 위원장이 새누리당 선거를 진두지휘하기 때문에 민주통합당 등 야당의 ‘정권 심판론’에 힘이 실리지 않고 있다는 말이다.

    그러니 민주당으로서는 여간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어떻게든 국민들에게 이 대통령과 박 위원장은 ‘한통속’이라는 점을 부각시켜야 하는데, 국민들 가운데 그 두 사람을 ‘한통속’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아마 손꼽을 정도에 불과할 것이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민간인 사찰에 대해 ‘박근혜 동반 책임론’을 철회하고, 새로운 전략을 짜는 게 현명한 판단일 것이다. 그런데도 ‘동반 책임론’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고집스렇게 박근혜 위원장을 향해 공세를 펼치다보니 무리가 따르고 억지를 부리게 되는 것이다.

    실제 민주통합당 선대위 홍보본부장을 맡고 있는 김진애 의원은 5일 “박근혜 위원장은 유세장에서 본인도 사찰 당했다. 본인도 피해자다. 이런 얘기를 했다”며 “만약 박 위원장이 사찰 당했다면 그 근거를 내놔라. 근거도 없이 유세장에서 ‘나도 피해자’라는 것은 지도자로서의 태도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말 황당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수차에 걸쳐 지적했듯이 박 위원장이 사찰을 당했다고 폭로한 쪽은 박 위원장이나 여당이 아니라 민주당이었다.

    그것도 한 번만 그런 것이 아니라, 2010년 과 2011년 두 차례에 걸쳐 “박근혜가 사찰 당했다”고 폭로했다.

    따라서 김 의원은 박 위원장에게 사찰을 당했다는 근거를 내놓으라고 소리칠 것이 아니라, 스스로 근거를 제출하고 ‘박 위원장도 사찰의 피해자이니, 우리 함께 이명박 정권의 잘못을 뿌리 뽑기 위해 특검을 실시하자’고 말하는 게 합당할 것이다.

    오로지 총선 승리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피해자’를 ‘동반 책임자’로 몰아붙이다 보니, 이렇게 앞뒤가 안 맞는 발언이 튀어 나오는 것 아니겠는가.

    더구나 국민들은 민주당이 야당으로서 견제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할 때 사실상 야당 역할을 한 것은 박근혜 위원장이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세종시 원안을 지켜 낸 쪽도 민주당이 아니라 박근혜 위원장이었다.

    이 대통령이 세종시 원안을 수정하려 했을 때 “국민과의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며 힘겨운 투쟁을 한 사람이 누구였는지, 국민들은 똑똑하게 기억하고 있다.

    다시 말하지만, 민주당의 답답한 심정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오죽하면 '이명박근혜'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내면서 박 위원장을 심판론 대상으로 엮으려 했겠는가.

    하지만 이런 ‘억지’는 공당이 취할 올바른 행동이 아니다.

    국민들은 전 정권과 현 정권의 잘못된 관행인 ‘불법사찰’을 타파하기 위해 박근혜 위원장 체제의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함께 손잡는 모습을 기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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