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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여야는 4.11 총선의 의미를 각각 '미래세력론'과 '정권 심판론'으로 규정하고 총력전을 펼쳤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선거기간 터진 민간인 사찰 파문과 김용민 민주당 서울 노원갑 후보의 ‘막말파문’ 등 모든 이슈를 이 두가지 잣대로 해석하며 선거의 핵심 전략으로 삼았다.
실제 총선을 앞두고 당명과 당색을 바꾼 새누리당은 이번 선거는 과거가 아니라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박근혜 새누리당 선대위원장은 “국익을 위해 추진했던 한미 FTA와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백지화하겠다는 야당에 미래를 맡겨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최대 총선 쟁점으로 부상한 '민간인 불법 사찰'과 민주당 김용민 후보의 '막말 파문' 도 근절돼야 할 과거의 구태 정치라며 공세를 폈다.
선거 막판에는 야권 연대가 승리하면 대한민국의 미래가 혼란과 분열로 치닫게 된다며 미래 세력론에 힘을 실었다.
반면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물가 대란에 전세대란까지 민생을 파탄시킨 새누리당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며 정권심판론을 전면에 내세웠다.
특히 민주당은 이명박 대통령 뿐 아니라 새누리당과 박근혜 위원장도 정권 심판의 대상이라며 동반 책임론을 부각시켰다.
심지어 민간인 불법 사찰의 진상 규명을 위해 박근혜 위원장도 청문회에 나와야 한다고 압박했다.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박빙의 판세 속에 이같은 여야의 핵심 전략이 얼마나 효과를 거뒀을까?
유권자들은 현명한 결정을 내렸다.
MB 정권을 심판하는 동시에 말 바꾸기와 이념공세로 국민에게 실망감을 안겨준 야권에 대해서도 회초리를 들었다.
당초 새누리당은 이른바 ‘탄핵 역풍’이 휘몰아치던 지난 17대 총선 당시에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이 획득한 121석만 얻어도 승리한 것으로 여길 만큼, 당내 분위기는 침울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역시 새누리당이 수도권 지역에서 궤멸에 가까운 패배를 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었다.
반면 민주통합당은 통합진보당과 연합하지 않더라도 독자적으로 과반의석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들떠 있었다. 최소한 민주당이 원내 1당이 될 것이라는 데에 대해서는 당내에서 그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물론 최종 집계를 해봐야 알겠지만, 투표를 마친 직후 11일 오후 6시에 발표한 방송3사 출구조사결과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모두 131~147석을 얻는 것으로 조사됐다.
통합진보당은 12~18석, 자유선진당은 3~6석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즉 새누리당과 민주당 어느 한 쪽도 확실한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이명박 정권의 실정에 분노한 민심이 새누리당에 확실한 힘을 실어주지 않는 것으로 이명박 정권을 심판했다.
아울러 한미 FTA와 제주해군기지 건설에 대한 민주당 지도부의 말바꾸기에 대해서도 유권자들은 매서운 회초리를 든 것이다.
특히 야권연대를 통해 원내교섭 단체를 이룰 것이라던 통합진보당에 대해서도 유권자들은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말았다.
아마도 서울 관악을 경선 과정에 나타난 이정희 공동대표의 여론조작 사건이 악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또 충청권이라는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는 자유선진당에 대해서는 아주 가혹한 심판을 내렸다. 이는 더 이상 지역주의에 기대지 말라는 유권자들의 경고 메시지일 것이다.
이것이 이번 4.11 총선에 나타난 유권자들의 표심이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각 정당은 유권자들의 이 같은 결정을 유권자 혁명으로 받아들이고, 더욱 겸허한 자세로 국민 앞에 다가서는 모습을 보여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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