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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민주통합당이 4.11 총선에서 패배했다.
한명숙 전 대표는 그 책임을 지고 지난 13일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총선 패배 책임은 한 전 대표보다도 현재 당을 장악하고 있는 ‘보이지 않는 손’ 즉 친노(친 노무현)계에 있다는 주장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실제 이종걸 의원은 총선 패배에 따른 책임을 지고 물러난 한명숙 대표와 함께 친노 그룹의 동반 책임론을 강조했다.
이 의원은 지난 1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이번 총선 결과에 대해서는 너무 실망이다. 그래서 한명숙 대표가 사퇴했으나 이번의 총선의 결과에 대해서는 원칙을 지켜야 된다. 책임을 질 수 있는 그룹들은 모두 책임을 져야 된다”고 지적했다.
그가 말한 ‘책임질 수 있는 그룹’이란 바로 친노계를 지칭하는 것이다.
앞서 지난 3월 21일에는 박영선 의원이 최고위원직 사의를 표명하면서 공천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손’의 배후조종이 있었음을 지적한 바 있다.
박 의원이 지적한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게 바로 친노계다.
그런데도 한명숙 대표의 빈자리를 이번 총선을 사실상 지휘한 당내 친노그룹의 핵심인사 가운데 한 사람인 문성근 최고위원이 이어 받았다. 민주당이 문성근 대표대행체제로 가닥을 잡은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총선 참패에 대한 책임을 함께 져야 할 문 대행체제에 대한 역풍이 거센 것은 당연지사.
실제 총선을 이끌었던 지도부의 총사퇴와 비대위 구성을 요구했던 손학규 전 대표와 박지원 최고위원 및 당내 중진 상당수가 문 대행체제에 여전히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친노계는 꿈적도 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번 총선을 ‘민주당 패배’로 규정짓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실제 친노 핵심인 문재인 고문과 문성근 대표대행은 총선 이후 "부산의 야권득표율이 40%가 넘어 희망을 봤다"고 자평했다.
특히 수도권에서 민주당이 압승한 만큼, 이번 총선을 민주당 패배로 규정지을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과연 친노계의 이같은 주장은 사실인가.
아니다.
먼저 친노그룹이 주장하는 부산지역 득표율을 살펴보자.
지난 6·2지방선거에서 부산시장에 출마했던 김정길 후보는 44.6%의 높은 득표율을 얻었었고, 특히 김두관 경남지사는 당시 53.5%의 득표를 얻어 당선됐었다.
이른바 ‘낙동강전투’에 출마했던 민주당 후보들의 평균 득표율보다 훨씬 높았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 비하면 오히려 이번 총선 지지율이 더욱 후퇴했다는 말이다.
문재인 고문과 문성근 대표대행의 쌍두마차가 부산에서 ‘문풍’을 일으켰다기보다, 오히려 박풍(박근혜 바람)을 더욱 거세게 만드는 역할만 한 셈이다.
따라서 ‘부산에서 의미 있는 득표’를 했다는 친노계의 평가는 코웃음만 살 뿐이다.
‘수도권에서의 압승’이라는 평가 역시 국민의 동의를 받기는 어려울 것이다.
물론 단순히 의석수만 보자면, 민주당이 승리한 것은 맞다.
하지만 정당 지지율에서는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전역에서 새누리당이 민주당에 앞섰다.
따라서 ‘총선 패배가 아니다’라는 친노그룹의 주장은 억지다.
설사 수도권에서 민주당이 약진한 것이 사실이라고 해도 그 공은 문재인 고문 등 친노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경기도지사를 지내고 분당 보궐선거에서 승리를 거둔 손학규 전 대표의 공 아니겠는가.
그런데도 친노그룹이 끝내 당권 욕심을 버리지 못할 경우, 손학규 전 대표와 박지원 최고위원의 연합군의 반격을 받을지도 모른다.
실제 지난 연말 민주통합당 창당 과정에서 견해 차이로 틀어졌던 손 전 대표와 박 최고위원이 최근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물론 둘이 힘을 합해도 친노 쪽으로 쏠리는 당내 흐름을 막아내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갈등이 대통령 선거에서 야권 후보에게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점은 분명하다.
거듭 말하지만, 지금은 친노그룹이 나설 때가 아니다. 오히려 총선 패배에 따른 책임을 통렬히 반성하고, 자숙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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