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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예상대로 새누리당 쇄신파들이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압박하고 나선 모양새다.
남경필, 황영철, 홍일표, 김세연, 권영진, 구상찬, 임해규, 주광덕 의원 등 이른바 쇄신파라 불리는 의원 8명이 지난 16일 저녁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저녁 회동을 가졌다.
명분은 낙선 의원들을 위로하는 자리라지만 정작 속셈은 따로 있다.
실제 이날 모임은 5월 15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쇄신파를 당대표로 만들어 내기 위한 모임이다.
이들 수도권 중심의 젊은 쇄신파들은 “수도권과 젊은 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서는 자신들의 역할이 커져야 한다”며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과의 면담을 통해 ‘수도권 젊은 대표론’의 필요성을 전달하겠다는 뜻을 세우고 있다.
수도권 쇄신파 대표 후보로는 남경필 정두언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고 한다.
결국 남경필 정두언 의원 가운데 함사람을 당대표로 만들기 위해 박 위원장을 압박하겠다는 뜻이다.
참 뻔뻔한 사람들 아닌가.
이들은 4.11 총선 이전에 원내정당화를 요구하면서 당 대표 폐지론을 주장했던 사람들이다.
실제 올 1월 새누리당 비상대책위 출범 직후, 박 위원장이 강력한 쇄신을 약속했는데도 남경필, 정두언 의원 등은 중앙당과 당 대표 폐지를 내용으로 하는 쇄신안을 당에 요구하는 등 ‘박근혜 쇄신 발목잡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었다.
그런데 최근 일부 언론에서 ‘수도권 대표론’을 띄우자, 자신들이 그토록 폐지를 주장했던 당 대표를 맡겠다고 설치고 있으니, 이보다 더 뻔뻔한 사람들이 또 어디 있을까 싶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새누리당 쇄신파는 참으로 가증스러운 역사를 지니고 있다.
새누리당 쇄신파의 뿌리는 지난 16대 총선을 앞둔 2000년 1월 16일 창립한 한나라당 미래연대(미래를위한청년연대)다.
16대 국회 초기에 미래연대는 김부겸·남경필 공동대표 체제로 꾸려나갔다. 김영춘·원희룡 의원도 적극 가담자였다.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정두언 의원, 이 대통령의 비서실장이었던 임태희 전 의원, 이 대통령 직계로 손꼽을 수 있는 조해진·정태근 의원 외에 이재오계에 속하는 권택기 의원, 역시 이재오계로 분류되는 김해수 청와대 정무비서관, 김문수계의 차명진 의원도 미래연대 출신이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청와대의 ‘왕보좌관’으로 이름을 날렸던 박영준 전 청와대 비서관도 미래연대 출신이다. 이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은 16대 국회 당시 미래연대의 고문이었다.
이후 김부겸 김영춘 등이 탈당해 열린우리당으로 둥지를 옮겼고, 미래연대는 2004년 총선 이후 새정치수요모임(수요모임)이라는 새로운 틀 안에서 활동했다.
그러다 18대 대통령 선거 당시 수요모임에 있던 소장파 의원들이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섰다.
심지어 당시 남경필 의원은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에게 수요모임과의 M&A를 제안하는 등 노골적인 추파를 던지기도 했었다.
이후 남경필 의원과 정두언 의원 등 수요모임 소속 의원들은 이명박 정권 하에서 승승장구했다.
실제 남 의원은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인재영입위원장을, 정 의원은 지방선거기획위원장을 중책을 각각 맡기도 했다.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이 참패를 했지만, 이들은 선거 패배에 대해 아무런 책임조차 지지 않았다. 특히 남 의원은 지도부가 선거 패배에 따른 책임을 지고 물러나자 대표경선에 출마하는 뻔뻔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에 ‘수도권 대표론’이 일부 언론에 의해 제기되자 그 기회를 틈타 박근혜 위원장을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사실 새누리당이 지금과 같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운영될 수밖에 없던 근본적인 책임은 바로 ‘쇄신’이라는 탈을 쓰고 당을 위기에 빠뜨린 미래연대, 수요모임으로 이어진 쇄신파에 있다.
그런데 언감생심 당 대표를 꿈꾸고 있다니, 얼마나 황당한 노릇인가.
항상 양지만 쫓는 그대들은 쇄신파가 아니라, 박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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