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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 당시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당시 경선에서 이명박 후보는 현장에서 진행된 선거인단 투표에서 박근혜 후보에게 졌는데도 한나라당 후보로 선출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실제 이명박 후보는 전체 득표의 80%를 차지하는 대의원(20%), 당원(30%), 국민경선단(30%)에서 박근혜 후보에게 뒤졌다. 특히 박 후보는 ‘이명박 대세론’의 진원지인 수도권 가운데서도 서울 한곳만 내주었을 뿐, 경기도와 인천에서는 이 후보를 따돌렸다.
즉 대의원과 당원은 물론 국민들도 박근혜 후보를 한나라당 후보로 선택했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한나라당 후보는 박 후보가 아니라 이명박 후보가 되고 말았다.
박 후보가 여론조사 기관의 선택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제 여론조사에서는 이 후보가 51.55%로 42.73%의 지지를 받은 박 후보를 8.82%포인트 앞섰다.
뭔가 이상한 일이었다.
대의원과 당원 및 일반국민들이 참여한 현장 투표에서 박 후보가 앞섰다는 것은 그들이 모두 박 후보를 지지했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어떻게 여론조사에서는 이명박 후보가 앞설 수 있는가.
그런데 그 수수께끼에 대한 해답이 이번에 밝혀졌다.
건설 인·허가와 관련해 시행업자 측으로부터 수억원대의 뇌물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이명박 대통령의 멘토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75)이 23일 YTN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돈을 일부 받은 사실은 맞지만 개인적으로 사용한 게 아니라 이명박 선거캠프에서 일할 때 여론조사 비용으로 사용했다"고 밝힌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필자는 대선후보 경선 당시 “최시중씨는 여론조사 기관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인물”이라며 “특히 오차범위가 엄연히 존재하는 여론조사로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는 것은 반대”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런데도 이명박 후보 측은 여론조사를 강하게 밀어붙였다.
특히 여론조사 응답자 1명당 5표 이상의 가중치를 갖도록 하는 황당한 경선룰을 확정하기도 했었다. 즉 여론조사에서 ‘이명박 후보를 지지한다’는 한 사람의 응답이 현장에서 박근혜 후보에게 투표한 5명보다도 더 높은 비율을 차지하도록 했다는 말이다.
그래서 당시 여론조사 응답이라는 ‘소극적’ 정치행위와 현장에서 직접 한 표를 행사하는 적극적 정치행위와의 형평성 논란이 일기도 했었다.
아무튼 이명박 캠프에서 당시 그토록 여론조사에 목을 맨 이유가 바로 ‘최시중’이라는 존재 때문이었다는 사실이 이제 서서히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은 이날 금품 수수 사실을 시인하면서 “이명박 여론조사 비용으로 사용했다”고 당당하게 밝히고 있다.
이는 이 대통령을 향한 무언의 압박이다.
어쩌면 최씨는 “그로 인해 당신이 대통령에 당선되었으니, 나를 구제하라”고 엄포를 놓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사실, 이에 대한 책임은 최씨는 물론 당시 여론조사를 실시한 기관도 피해가기 어려울 것이다.
만에 하나 최씨가 수수한 금품 가운데 일부라도 여론조사기관에 흘러 들어간 정황이 나타난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지금 국민들은 여론조사기관에 대한 불신이 매우 깊다.
그리고 각종 여론조사 결과가 실제 선거결과와 일치하지도 않는다. 심지어 수십억원을 들여 출구조사 한 결과도 선거결과와는 전혀 다르게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도 이른바 비박(비 박근혜)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여권의 김문수 경기도지사, 정몽준, 이재오 의원 등이 완전 국민경선 실시를 주장하고 있다.
대체 어떤 방식으로 완전국민경선을 하자는 말인가.
설마, 말썽 많은 민주통합당의 모발일 경선을 하자는 것은 아닐 것이고, 그렇다면 혹시 여론조사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닐까?
그들은 이번에도 최씨가 민심이나 당심과는 전혀 다른 마법 같은 여론조사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믿는 것일까?
아무튼 검찰은 이 사건이 직접 이명박 대통령을 향하고 있는 만큼, 한 점 의혹도 남김없이 모든 진실을 밝혀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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