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박 3인방, 차라리 무소속으로 출마하라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2-04-24 13:52:00
    • 카카오톡 보내기
    편집국장 고하승
    오는 8월쯤 치러질 예정인 새누리당의 제18대 대통령후보 경선을 앞두고 당내 대권 잠룡(潛龍)들 사이에 '경선 룰'을 둘러싼 갈등이 불거졌다.
    정몽준·이재오 의원과 김문수 경기도지사 등 이른바 비박(非朴·비박근혜)계 잠룡 3인방이 완전국민참여경선(오픈프라이머리)제 도입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실제 김 지사는 지난 22일 출마회견에서 당원·대의원과 일반국민(여론조사 포함)의 참여 비율을 '5대 5'로 하고 있는 현 대선후보 경선 룰을 바꿔 '100% 오픈프라이머리'를 도입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르면 이달 중 대선출마 의사를 공식화할 정몽준·이재오 의원도 이 같은 주장에 이미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지사는 23일과 24일에도 "오픈프라이머리가 대선후보 선출에서 민심과 가장 일치되는 방식"이라며 거듭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 위원장은 전날 강원도를 방문한 자리에서, "경기 규칙을 보고 선수가 거기에 맞춰 경기를 하는 것이지, 매번 선수에게 규칙을 맞춘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당심과 민심을 5대 5로 반영하는 현재의 경선 룰을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자 정몽준 의원이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정치인은 시대변화에 맞춰야 한다"면서 "변화를 두려워하고 국민을 무시하는 발상 아니냐. 국민의 참여를 거부하며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겠냐"고 박 위원장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김문수 이재오 정몽준 등 비박 3인방의 요구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런 것이다.

    “우리는 새누리당 당원과 대의원들이 50% 참여하는 경선을 반대한다. 그러니 당원과 대의원들을 배제하고 일반국민들만 100% 참여하는 경선을 실시하라.”

    그러고 보니 정말 이상한 요구 아닌가.

    그들이 무소속으로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겠다는 것이라면 몰라도,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하겠다면서 이 같은 요구를 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의 주인은 박근혜 위원장도 아니고, 이재오 정몽준 김문수와 같은 대권주자들도 아니다.

    매달 꼬박꼬박 당비를 내고 있는 대의원들과 당원들이 새누리당의 주인이다. 그런데 그들, 바로 당의 주인인 당원과 대의원들이 50% 참여하는 경선을 반대하면서 새누리당 후보가 되겠다고 하니 제정신인지 모르겠다.

    그동안 새누리당을 꿋꿋하게 지켜온 당원과 대의원들의 선택을 받고 싶지 않다면, 차라리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하라. 그게 정답 아니겠는가.

    그런데도 김문수 이재오 정몽준 등 ‘비박 3인방’이 100% 오픈프라이머리에 그토록 목을 매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사실,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라면 오픈프라이머리가 이들 3인방에게 결코 유리하지 않다는 것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가 보여주고 있다.

    지난 23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발표한 결과를 살펴보자.

    다자구도 조사에서 박 위원장은 42.2%의 압도적인지지율을 보인 반면, 정몽준 의원은 1.8%에 그쳤다. 김 지사는 1%고, 이 의원은 아예 끼지도 못했다.

    정 의원과 김 지사, 이 의원의 지지율을 모두 합하고, 거기에 10배를 곱해주어도 박 위원장과는 상대가 안 된다. 이게 민심이다.

    따라서 민심이 제대로 반영될 경우, ‘비박 3인방’ 후보들이 오히려 더 불리해 지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들은 왜 오픈프라이머리를 주장하는 것일까?

    혹시 ‘역(逆)선택’ 노림수가 숨어 있는 것은 아닐까?

    지금 야당이 가장 두려워하는 여권의 대선 주자는 누가 뭐래도 박근혜 위원장이다.

    따라서 야당 지지자들은 새누리당 대선 후보로 박 위원장이 선출되는 것을 어떻게든 저지하려 들것이고, 여당 경선에 적극참여해 취약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 줄 것 아니겠는가.

    바로 그런 역선택을 기대하기 때문에 당을 사랑하는 당원과 대의원들을 배제시키려 드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게 아니고서는 겨우 국민들로부터 1%~2% 가량의 지지를 받는 주자들이 42.2%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박 위원장을 상대로 오픈프라이머리를 하자고 요구할 까닭이 없지 않는가.

    다시 말하지만, 당원과 대의원들이 있기 때문에 당이 존재하는 것이고, 그들이 당을 대표해 선거에 나갈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 방식이 싫다면, 비박 3인방은 차라리 무소속으로 출마하라.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고하승 고하승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