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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차마 눈으로 볼 수 없을 정도로 딱하거나 참혹한 상황을 한자어로 ‘목불인견(目不忍見)’이라고 한다.
민주통합당을 장악하고 있는 친노계의 오만함이 딱 그 지경이다.
오죽하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멘토’ 역할을 했던 유인태 당선자가 “더 이상 나를 친노라고 부르지 말라”고 호통을 쳤겠는가.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민주통합당 이해찬 상임고문과 박지원 최고위원이 차기 당 대표와 원내대표를 나눠 먹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이 상임고문이 지난 25일 박 최고위원을 만나 "'친노-비노' 진영 간에 원내대표와 당 대표를 나누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는 것.
즉 이해찬 고문이 당 대표를 할 테니까 박지원 최고위원은 원내대표나 하라는 뜻이다.
결국 박 최고위원은 이 같은 제안을 감지덕지하고 받아들인 것 같다.
차마 눈뜨고는 못 볼 광경 아닌가.
그래서 목불인견이라는 것이다.
아니, 민주당은 친노가 약속하면 그대로 되는 허수아비 정당인가.
물론 현재 민주당은 ‘도로 열린당’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친노계가 득세하고 있는 정당인 것만큼은 부인할 수 없는 분명한 사실이다.
지난 4.11 총선에서도 친노계, 특히 ‘보이지 않는 손’이 공천을 좌지우지했다는 소리가 나온 바 있다. 박영선 당시 최고위원이 최고위원직을 내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보이지 않는 손’이 이해찬 고문일 것이란 추측이 난무했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추측이었을 뿐, 명확한 근거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해찬-박지원 밀약’은 그 추측이 사실이란 점을 국민들에게 확인시켜 준 셈이 되고 말았다.
사실 4.11 총선 패배에 따른 책임은 한명숙 전 대표에게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한 대표보다는 ‘보이지 않는 손’이라 불리던 친노계에게 더 큰 책임이 있다.
한때 과반의석까지 넘보던 민주당이 원내 1당은커녕 되레 다 죽어가던 새누리당에게 과반의석을 넘겨주는 수모를 당했다.
그런데도 정작 책임져야할 친노계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았다.
실제 문성근 대표 대행 역시 친노계이고, 차기 당권을 노리고 박지원 최고위원과 밀약한 이해찬 고문 역시 친노계다.
총선 패배에 따른 책임을 지고 반성해야 할 친노계가 당권을 놓지 않으려고 몸부림치는 모습이 정말 처량하기 그지없다.
유력한 원내대표 후보로 거론됐던 전병헌 의원은 26일 “이해찬, 박지원 원내대표 합의는 민주당에 독이 되는, 국민보기 민망한 상황”이라며 “밀실에서 나눠먹기식 야합은 총선 민심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는 또 “김대중, 노무현 정신은 반칙과 특권을 배제하는 것인데 그 정신을 이해찬과 박지원이 위배했다”며 “총선 패배에 가장 큰 책임 있는 이해찬 박지원이 또 독이 되는 일을 한다”고 지적했다.
이낙연 의원 역시 “‘이해찬-박지원 역할분담’은 정권교체를 위한 총력체제 구축이라고 하지만 그 본질은 담합”이라고 꼬집었다.
김한길 당선자도 "패권적 발상에서 비롯된 담합으로 당권을 몇몇이 나눠가지고자 시도한 것이 사실이라면 아무리 근사한 말들로 포장한다고 해도 국민의 지지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해찬 고문을 비롯한 친노계는 이 같은 당내 비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당내 의원들과 소통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라면 국민들과의 소통은 더욱 이루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에서는 차기지도부 내정자 명단이라는 것이 나돌았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친박계 서병수 의원이 ‘불출마’를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비록 그 명단이 사실이 아닐지라도 친박계 전체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그렇다면 명확한 팩트가 있는 ‘이해찬-박지원 밀약’은 단순히 불출마 선언에 그칠 사안이 아니라, 정계은퇴를 선언해야할 정도의 중대한 사안 아니겠는가.
그런데도 이해찬 -박지원 ‘투톱체제’가 이루어진다면, 민주당은 희망이 없다.
이해찬 고문과 박지원 최고위원이 진정 민주당을 사랑한다면, 이번 밀약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정계은퇴를 선언하거나, 적어도 당 대표 경선과 원내대표 경선 불출마를 선언함이 옳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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