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교' 김무열 "찍고나서 할 말 많았던 작품은 처음"

    영화 / 온라인팀 / 2012-05-02 11: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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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늦은 오후에도 피곤한 기색 없이 환한 웃음을 짓는 '서지우' 김무열(30)은 "영화 '은교'를 찍으면서 참 많은 화를 냈다"고 말했다. 자신을 죽이려 든 '이적요' 박해일(35)에게 화가 났고, 아버지 같던 선생님을 흔든 '은교' 김고은(21)도 미웠다.
    "남자 둘이서 10년이 넘게 한 집에 살았어요. '이적요' 선생님은 '서지우'에게 아버지이자 어머니의 느낌이었어요. '은교'도 제가 들이자고 했지만 선생님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면서 끊어야 할 대상이었던 거죠."
    70세 시인 '이적요'는 공대생 '서지우'를 제자로 받아들여 단숨에 베스트셀러 작가로 올려놓았다. '서지우'의 이름으로 발표한 '심장' 덕분이다. 이적요의 껍데기였던 서지우는 급기야 '이적요'의 '은교'까지 훔쳐 이상문학상까지 수상했다.
    김무열은 "'은교'라는 작품을 선생님 몰래 발표한 후 껄끄럽기도 했지만 선생님과 러브샷까지 하면서 술자리로 잘 마무리했다. 그리고 선생님 집에서 나오는 발걸음이 얼마나 가벼웠을까?"라고 반문하면서 "그런데 선생님이 날 죽이려고 했다는 사실을 아는 순간 너무 화가 났다. 믿었던 사람에 대한 배신감이다. 10년간의 다양하고 복잡한 순간들이 지나가면서 미묘한 감정이 들고 결국에는 화로 번졌을 것"이라고 '서지우'를 이해했다.
    반닫이에 숨겨둔 '은교' 원고를 꺼내는 장면도 분노였다. 그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같은 장면을 30번이나 반복했다. "대문 밖을 나가 언덕에서 '슛' 소리가 나면 화난 감정을 가지고 들어와 1층 문을 열었다. 지금 생각해도 내가 어떻게 찍었는지 모르겠다."
    "'서지우'가 소설 '은교'를 반닫이에서 발견했을 때는 스스로에게 화가 나고 은교에게도 화가 났다. 또 범접할 수 없는 스승 '이적요'의 능력에도 화가 났다. 서른 번을 반복하면서 머릿속의 감정이 마음으로 전해졌나보더라. 나중에 스크린으로 확인해보니 나도 몰랐던 표정이 나왔다. 만족스러웠다"는 마음이다.
    '은교'에 대해서는 "이, 요망한 것"이라고 표현했다. "요망한 게 선생님을 꼬이려는 게 화가 났다. 또 흔들리는 선생님에게 화가 나서 은교를 가지려고 했다. 소설 '은교'를 봤을 때 너무 낯설고 감동적인 느낌이었다. '심장'도 대신 써준 선생님이다. 어차피 발표 못할 것 '은교'도 내 이름으로 낼 수 있는 거 아니냐? 또 '선생님은 늙어서 사랑 못 하시는거 아시잖아요'라는 마음도 있었다."
    김무열은 영화 '은교'의 캐스팅 1순위가 아니었다. 송창의(33)의 하차로 뒤늦게 캐스팅됐다. 소설 속에 묘사된 '쌍꺼풀 짙고 작고 단단한 몸'을 지닌 '서지우'도 아니다. 하지만 뚜껑을 열자 관객들은 책 속 인물로, 한차례 거쳐간 배우도 연상하지 않았다. "마음껏 칭찬을 즐겨야 할 것 같다"는 말에 "아직 많이 부족하다. 내가 볼 땐 김무열의 연기는 후졌다"는 인색한 답을 내놓았다.
    "노력은 많이 했다. 찍고 나서 할 말이 많았던 작품은 처음이다. 오랜만에 연기할 맛이 난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나를 봤을 때 후졌어도 배우로서 해왔던 것들, 그 벽을 무너뜨리는 작업은 분명했다. 감독도 스스로에게 칭찬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씀했다. 아직은 부족한 점이 많은 '은교'지만 나에게 칭찬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조용히 스스로를 많이 칭찬해 주겠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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