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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통합진보당이 창당 5개월 만에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
그 논란의 중심에 당권파 이정희 공동대표가 있다.
통합진보당 전국운영위원회는 지난 5일 오후 9시30분부터 11시까지 인터넷 다음 카페를 통해 전국운영위원회 전자회의를 개최, '비례대표선거진상조사위원회 결과 보고에 대한 후속조치의 건'을 놓고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공동대표 4인과 비례대표 전원 사퇴 의견을 묻는 투표였다.
그 결과 운영위원 50명 가운데 과반수인 28명이 표결에 참가해 전원이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났다.
즉 이정희·유시민·심상정·조준호 공동대표는 사태를 수습한 뒤 오는 12일 열릴 중앙위원회에 결과를 보고한 후 총사퇴하고, 순위 경쟁 비례대표인 윤금순·이석기·김재연 조윤숙·이영희·오옥만·노항래·나순자·윤난실·황선·문경식·박영희·김수진·윤갑인재 후보 등 모두 14명을 일괄 사퇴시키기로 한 것.
하지만 이 같은 결의안이 그대로 진행될 수 있을까?
‘권고안’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즉 강제력이 없다는 말이다. 따라서 전국운영위 결의안이 그대로 지켜질지는 미지수다.
실제로 비례대표도 본인이 직접 사퇴하지 않는 한 당선 자격을 박탈할 방법은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사실 통합진보당에 지지를 보냈던 많은 유권자들은 그들의 행태에 실망을 금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이정희 공동대표에 대한 실망이 매우 크다.
그는 지난 4.11 총선 당시 여론조작 사실이 드러났을 때만해도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며, 뻔뻔하게도 출마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았었다.
그러다 캠프에서 조직적으로 여론조작을 실시한 사실이 드러나자 그때서야 겨우 불출마를 선언했을 뿐이다.
이번 비례대표 부정선거 사태가 발생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당권파인 이정희 공동대표는 지난 4일 조사위 결과보고서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그는 "조사위 보고서를 제출했지만 불신에 기초한 의혹만 내세울 뿐, 합리적 추론도 초보적인 사실 확인도 하지 않은 조사방식은 수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당권파가 가지고 있는 기득권을 내놓지 않겠다는 억지다.
급기야 그는 운영위원들의 반발에 의장직을 내놓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는 황당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당권파의 온갖 추악한 행위를 감싸는 이른바 ‘얼굴마담’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이정희 공동대표가 가지고 있는 한계이다.
그런데도 유시민 공동대표는 비례대표 경선 부정과 관련한 분당 가능성을 일축했다.
유 공동대표는 6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을 열고 "한계와 문제점이 있었지만 국민들로부터 10석이 넘는 국회의원 지지를 받은 정당이 선거가 끝나자마자 분당하겠다는 것은 민의에 반하는 것"이라며 “분당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분당해야 될 이유를 찾기 어렵고 분당이 일어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정 개개인이 아니라 당권파가 조직적으로 여론조작을 실시하고, 온갖 선거부정을 저질렀는데도 분당할 이유가 없다니, 그럼 대체 어떤 이유가 있어야 분당한다는 말인가.
사실 당권파의 ‘말썽’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통합진보당 출범 직후 당 후보자 조정과정에서 당 대표단의 권고조정안을 당권파가 거부하자 유 대표는 “당이 무정부 상태에 있다”며 당무거부를 선언한 일까지 있었다.
그런데도 유 대표는 당권파와 끝까지 함께 가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이것이 ‘잡탕 진보당’의 한계인지도 모른다.
서로 생각이 다르고, 정책이 다른데도 단지 ‘양과 염소’의 생김새가 비슷하다고 해서 억지로 그들을 한 울타리에 집어넣으면 어떤 결과가 발생할까?
지금 통합진보당의 모양새가 꼭 양과 염소를 한 우리에 집어넣은 것 같아 불안하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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