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여 신임 대표에게 바란다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2-05-16 14:38:00
    • 카카오톡 보내기

    편집국장 고하승

    오는 12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야 각 정당이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6.9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해찬-박지원’ 담합 문제가 불거져 친노-비노, 호남-비호남 간 갈등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특히 통합진보당은 비례대표 부정선거 문제로 당권파와 비당권파 간에 주먹다짐을 하는 등 막가파 양상까지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또 새누리당은 김문수 이재오 정몽준 이재오 임태희 등 이른바 비박계 대권주자들이 뜬금없이 경선룰 개정문제를 들고 나와 논란거리를 만들고 있다.

    그런데 이 논란을 부채질 하고 있는 게 바로 5.15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황우여 신임대표다.

    실제 그는 오픈프라이머리 문제에 대해 당선 전과 당선 이후 각기 다른 입장을 밝히는 등 갈지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는 경선 당시 각종 토론회에서 ‘오픈프라이머리’ 도입 찬반 의견을 묻는 사회자의 질문에 다른 친박계 후보들처럼 ‘반대’를 뜻하는 ‘×’자 표를 들었다.

    그 모습을 보고, 그에게 표를 몰아준 당원과 대의원들도 상당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 그가 당선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말을 바꾸고 말았다.

    실제 그는 비박계 대권주자들의 '오픈프라이머리' 주장에 대해 "후보들의 문제 제기가 있으면 정식으로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첫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같은 입장을 피력했다.

    이날 새지도부 내 유일한 친이계인 심재철 최고위원이 먼저 오픈프라이머리를 언급하며, 이슈화에 나서자 황 대표는 "당에서 심도 있게 검토하겠다"고 가능성을 열어 놓고 말았다.

    그래서 친박계 일각에서는 ‘제 2의 강재섭’을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앞서 지난 2006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전당대회 당시에도 친박계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당 대표로 선출된 강재섭 전 대표가 정작 경선룰 개정과정에서는 MB 측에 힘을 실어주었고, 결과적으로 당시 박근혜 후보가 현장 투표에서 승리하고도 후보가 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한 바 있다.

    물론 황우여 대표는 자신이 밝힌 것처럼 경선과정에서 엄정 중립을 지키는 게 맞다.

    하지만 그 중립의 근거는 ‘다수’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원칙’과 ‘상식’에 근거하는 것이어야 한다.

    단순히 숫자적 중립, 즉 ‘복수의 대선주자들의 요구’를 수용하는 것이 중립은 아니라는 말이다.

    현실적으로 새누리당은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 한 사람에 맞서 김문수 이재오 정몽준 임태희 안상수 등 비박계 대선주자들이 ‘똘똘’ 뭉쳐 싸우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그것만 해도 벌써 1대 5의 대결구도다.

    따라서 황 대표가 숫자적 중립을 지키려 한다면, 그것은 박근혜 위원장에게 몰매를 가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사실 오픈프라이머리 도입 문제는 아주 간단하다.

    민주통합당처럼 그 방식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선거에서 승리할 수 없다고 판단될 때, 극약처방을 내 놓듯이 하는 것이다. 그런데 새누리당이 극약처방전을 사용해야할 만큼, 그렇게 경쟁력 있는 후보가 없는 것인가?

    아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났듯이 박 위원장은 상당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굳이 극약처방전을 쓸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또 오픈프라이머리를 도입할 경우, 역선택 문제는 어떻게 방지할 것인가?

    여야 동시 경선으로 그 문제가 해결 될 것이라고 믿는다면, 그것은 정말 순진한 생각이다.

    특히 정당의 주인인 당원과 대의원들을 배제하는 방식은 정당정치의 근간을 훼손하는 것으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박 위원장의 지지율을 의도적으로 낮춰 김문수 이재오 정몽준 임태희 안상수 등과 같은 ‘도토리 주자’들과 엇비슷하게 만들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황 대표는 오픈프라이머리 도입논의 자체를 거부해야 한다.

    다시 말하거니와 황 대표가 "후보들의 요구가 있으면 정식으로 수렴하겠다"고 밝힌 것은 대단히 잘못된 발언이다. 지금 황 대표가 해야 할 말은 오히려 “모든 대선주자들은 당헌당규를 준수하라”는 것이어야 한다.

    그게 경선을 올바르게 관리하는 것이고, 원칙과 중립을 지키는 길이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고하승 고하승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